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명호성 임상강사)이 거대 뇌동정맥 기형(cerebral arteriovenous malformation, AVM) 환자를 대상으로 시간-순차적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Time-Staged Gamma Knife Radiosurgery)의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뇌동정맥 기형은 뇌 내 모세혈관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아 동맥과 정맥이 직접 연결되는 선천적 질환으로, 두통, 간질, 뇌출혈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작은 크기의 뇌동정맥 기형에는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이 효과적이다. 반면 거대 뇌동정맥 기형은 보통 10mL 이상의 부피를 가지며, 치료가 어려워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감마나이프 단독 치료의 효과가 낮고 합병증 위험이 높아, 그동안 다른 치료법과 병행해 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아 논란이 있어 왔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13년까지 거대 뇌동정맥 기형 환자 96명을 대상으로 시간-순차적 감마나이프 수술을 시행하고, 평균 10.5년에 걸쳐 장기적인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30mL 이하의 거대 뇌동정맥 기형 환자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시간-순차적 감마나이프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높은 완치율을 달성하고, 합병증 발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순차적 감마나이프 수술법’은 3년 간격으로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기존 연구에서 이러한 접근법에 대한 장기 예후 분석이 거의 없었고 연구팀은 수술의 장기적인 효과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각 환자의 치료 결과를 뇌혈관 조영술로 평가했다. 치료 결과는 완치, 미세단락 존재(대부분 치료된 상태),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단락 존재로 구분됐다.
환자들은 뇌동정맥 기형의 초기 부피에 따라 △10~20mL군 △20~30mL군 △30mL 초과군으로 나뉘어 분석됐다. 연구 결과, 10~20mL군에서는 첫 번째 감마나이프 수술에서 13.5Gy 이상의 방사선 용량을 사용했을 때 더 높은 치료 성공률이 나타났다. 20~30mL군에서는 두 번째 감마나이프 수술 후 치료 성공률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30mL 초과군에서는 첫 번째 수술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았다.
각 그룹에서 환자의 절반이 치료 성공(AVM 폐쇄)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20mL군이 평균 3.5년, 20~30mL군이 6.5년, 30mL 초과군이 8.2년이 걸렸다. 이는 거대 뇌동정맥 기형의 부피가 클수록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반복적인 감마나이프 수술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전체 환자의 완치율은 61.5%였으며, 세부적으로는 10~20mL군은 73%, 20~30mL군은 51.7%, 30mL 초과군은 35.7%의 완치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합병증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13.5%의 환자에서 출혈이 발생했으며, 8.3%의 환자에서 만성캡슐화확장혈종(chronic encapsulated expanding hematoma, CEEH)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거대 뇌동정맥 기형의 크기가 클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에서는 방사선 용량과 기형의 부피가 치료 성공의 중요한 예후인자로 확인됐다. 초기 거대 뇌동정맥 기형의 부피는 치료 후 출혈 및 CEEH의 중요한 예후 인자로 밝혀졌다. 이는 치료 전략을 세울 때 초기 부피를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시간-순차적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이 30mL 이하의 거대 뇌동정맥 기형 환자들에게 높은 완치율을 제공하면서도, 비교적 관리 가능한 수준의 합병증 발생률을 보이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임을 확인했다.
백선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거대 뇌동정맥 기형에 있어 시간-순차적 감마나이프 치료법의 장기 예후를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반복적인 감마나이프 단독 치료만으로도 우수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거대 뇌동맥적 기형 환자들이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 공식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