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일·변자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전창주 연구원), 프로티나 공동 연구팀이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ABT-199 표적항암제의 작동 기전을 밝혀내고, 개별 환자의 치료 반응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고성능 동반진단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IF=29.2) 최신호에 게재됐다.
AML은 혈액 또는 골수 내 비정상 백혈구가 급격히 증식해 정상 혈액세포의 생성을 방해하는 혈액암의 일종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BH3 모사체(B-cell-lymphoma-2 (BCL2) homology-3 (BH3) mimetic)는 BCL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여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약물로, 벤토클락스(Venetoclax, ABT-199)라는 표적항암제는 AML 치료에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하고, 일시적 관해 후 저항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ABT-199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단분자 풀다운 및 공면역침강(single-molecule pull-down and co-immunoprecipitation, SMPC) 기술과 형광 이미지 기술을 통해 BCL2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들 간의 상호작용(protein–protein interaction, PPI)을 분석했다.
약 3만개의 세포를 분석해 22종의 서로 다른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 신호를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단백질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ABT-199가 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BCL2-BAX(BCL2-like protein 4) 복합체를 분해시키고, 이 과정에서 활성화된 BAX 단백질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ABT-199가 암세포를 죽이는 주요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혀냈다.
이어 연구팀은 32명의 AML 환자 검체에서 다차원 PPI 프로파일 데이터를 획득하고, 생체 외 수준에서의 약물 반응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ABT-199의 민감성(얼마나 잘 듣는지)과 저항성(얼마나 저항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단백질 복합체를 밝혀냈다. 특히, BCL2-BAX 복합체는 ABT-199의 민감성과, BCLxL-BAK(BCL2 homologous antagonist/killer) 복합체는 저항성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개별 AML 환자의 ABT-199 약물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고성능 동반진단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 이 바이오마커는 환자의 세포에서 특정 PPI 신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고, ABT-199가 효과가 있을지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바이오마커의 예측 정확도를 생체 외 수준에서 테스트했다. 그 결과, 최대 94%의 예측 정확도(AUC-ROC)를 보였으며, 이는 임상 적용에 충분한 수준이다. 또 실제 10명의 AM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테스트에서도 9명의 항암제 반응성을 성공적으로 예측했으며, 민감도 100%, 특이도 83.3%의 성능을 보였다.
윤태영 교수는 “SMPC 기법은 다양한 시료에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라며 “이 기술을 통해 복잡한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이해함으로써 분자진단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가 부족했던 AML 항암제 치료에서 ABT-199(Venetoclax) 요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의미 있는 성과”라며 “PPI 프로파일링 기반의 이번 연구가 향후 AML 정밀의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