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 치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고식적인 화학요법에 이어 CAR-T가 등장했고 미진하지만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로슈의 ‘폴라이비주’ 등)도 명패를 내걸었다.
최근엔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Antibody)가 허가돼 접근성이 향상됐다. 2023년 5월과 6월에 미국에서 각각 승인받은 애브비 및 젠맙의 ‘엡킨리’(Epkinly 성분명 엡코리타맙-bysp, epcoritamab-bysp)과 로슈의 ‘컬럼비주’(Columvi 성분명 글로피타맙-gxbm, glofitamab-gxbm)이다. 국내서는 컬럼비가 작년 12월에, 애브비의 엡킨리가 올해 6월에 각각 허가받았다.
엡킨리는 암세포(병든 B세포) 표면의 CD20과 T세포 표면의 CD3의 세포 외 특정 항원결정부(epitope)에 결합하는 인간화 이중 특이항체(IgG1)로, 국내 허가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 목적의 이중 특이항체 중 첫 ‘피하주사’다. 같은 기전의 컬럼비는 정맥 점적주사 방식이다.
이중특이항체는 한쪽 팔로는 암세포를 부여잡고(B세포에 결합), 다른 한쪽 팔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T세포)를 암세포 주변으로 끌어와 암세포를 죽인다.
한국애브비는 1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엡킨리의 국내 허가를 기념, 양덕환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교수(대한혈액학회 림프종연구회 위원장)와 김진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초청,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DLBCL의 최신 치료 트렌드와 건강보험 급여 개선 견해를 피력했다.
앱킨리는 139명의 DLBCL 환자를 포함, 총 157명의 거대B세포림프종(LBC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EPCORE NHL-1 연구 결과를 근거로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이 연구에는 1차 불응성 환자가 61%, 이전에 CAR-T 세포 치료제까지 투약한 환자가 39%를 차지했으며, 이전 치료이력 중앙값은 3회였다.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 학술대회(ASCO 2024)에서는 발표된 NHL-1 연구의 추가 추적관찰 결과에 따르면, 앱킨리는 전체 LBCL 환자에서 전체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이 63.1%로, 이 가운데 완전관해율(Complete Response, CR)은 39.5%에 달했다.
이 가운데 DLBCL 환자에서 전체반응률과 완전관해율도 각각 61.9%와 39.6%로 큰 차이가 없었다.
전체 환자에서 완전관해 유지기간(Duration of Complete Respose, DoCR) 중앙값은 20.8개월로, 완전관해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중앙값은 2.8개월이었으며, 부분관해(Partial Response, PR)를 보였던 환자 가운데 8명은 36주 이후 완전관해로 전환됐다.
LBCL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앙값은 18.5개월로, 12개월 시점에 58%의 환자가 생존해 있었으며, DLBCL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9.4개월로 보고됐다.
특히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에서는 전체생존기간은 물론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도 중앙값에 이르지 않았으며, 15개월차 무진행생존율 및 전체생존율은 79.0%와 88.3%에 달했다.
이상반응에 있어서는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이 51%에서 보고됐으며, 호중구감소증과 발열, 피로, 오심, 설사 등이 20% 이상의 환자에서 보고됐다.
다만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은 주로 1~2등급이었고, 대부분은 첫 투약 이후에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1명에 불과했다.
NHL-1 연구 결과를 소개한 김진석 교수는 “DLBCL 3차 이상 치료에서 완전관해율이 40%애 가까웠다는 것은 엄청난 개혁이자 기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기존의 1차 표준요법(사이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독소루비신(hydroxydaunorubicin)·빈크리스틴(vincristine)·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을 병용하는 CHOP요법 + rituximab, R-CHOP 또는 etoposide(에포신주사), doxorubicin, cyclophosphamide with vincristine, prednisone, rituximab을 병용하는 DA-EPOCH-R)으로는 3차 이상에서 완전관해 도달률이 0%, 대부분 1년 이내에 사망한다”면서 “이중항체는 생존 곡선이 1년 이후 유지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1년을 지나면 완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R-CHOP 요법은 30~40% DLBCL 환자가 불응성을 보이거나 치료 후 단기간에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로 인해 2차 또는 3차 치료를 받는 경우 고용량 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ASCT, 줄기세포이식)이 권장되며, 국내서는 CAR-T 치료가 유일하게 2차 또는 3차 DLBCL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어 “CAR-T 역시 3분의 1의 환자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CAR-T를 개인맞춤 제조하는 과정에서 1.5개월가량(미국에 의뢰해 완제약을 돌려받는 기간)이 소요되고 바로 투약할 수 없어서 기다리다 사망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환자들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를 생각하면 이중항체는 곧바로 투약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질병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킴리아는 환자의 T세포를 이용한 CAR-T 세포 치료제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체를 T세포에 붙여 암세포를 인지하고 공격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라며 “효과적이지만, 세포 제조 및 투여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매우 높다.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심각한 부작용은 주로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이나 면역 효과 세포 관련 신경 독성 증후군(ICANS)이다. CRS는 B세포, T세포, 자연살해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단핵구 등을 대거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과잉 분비됨으로써 발생한다. 미열, 피로, 식욕부진을 비롯해 고열, 저혈압, 저산소증, 호흡곤란 등에 처할 수 있다.
김 교수는 CAR-T에 비해 이중특이항체는 CRS 부작용이 현저히 적다며 고령이거나,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거나, 지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엡킨리 등 이중항체가 유리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CAR-T(길리어드의 예스카타, 노바티스의 ‘킴리아주’ 등)는 표적이 CD19로서 CD20을 주로 겨냥하는 이중특이항체(엡킨리, 컬럼비)와 다르다”며 “이중항체는 CAR-T 실패 환자에서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대체제로서의 장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나아가 “현재의 1차 표준요법인 리툭시맙보다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금은 3차 이상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2차, 1차 치료제로 전진하면서 하면서 치료 성적도 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미세잔존암(MRD) 검사를 통해 환자의 치료반응을 정확히 평가하고, 각 치료제의 특성과 환자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엡킨리와 컬럼비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젊은 환자의 경우 투약 시간이 짧으니 피하주사를 선호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배에 찌르는 게 싫다, 그냥 정맥주사로 맞고 가겠다’고 반응하실 가능성이 높다다”며 “의료진은 그동안의 임상 데이터를 보고 약제 선택의 결정을 내리는데 아직은 두 약제 모두 추적관찰 기간이 짧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컬럼비는 고정된 주기(12주기, 8.3개월, 길어야 1년) 동안 투여하는 반면, 엡코리타맙은 질환이 진행되거나 허용 불가능한 독성 발생 전까지 지속적으로 투여한다(통상 2~3년)”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컬럼비가 유리하지만 투여가 더 낫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병이 진행될 때까지 계속 맞는 게 심리적으로 더 마음이 놓인다. 왜냐하면 현재 기술로는 미세잔류암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완전관해를 평가하는 기술은 PET-CT 상에 1cm 정도(암세포수로는 약 10억개) 이상의 병변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로는 잔류암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덕환 교수는 “컬럼비는 일정한 주기에 맞춰 투여하는 반면 엡킨리는 초기에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점차 용량을 올리며 투여하고, 부작용의 예측(15일차에 CRS가 정점을 찍은 후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점차 완화되는 양상)이 가능해 관리가 더 용이하다”며 “킴리아는 고령 환자나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같은 CAR-T 치료제라도 킴리아나 예스카타 같은 2세대(CD19, CD30 표적)보다는 후발 3세대(CD28, 4-1BB 표적)가 DLBCL 치료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CD19는 DLBCL에 흔한 표적이나 포괄적이어서 질병 특이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중항체 역시 CAR-T 못지않게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킴리아는 2022년 3월, 3억6003만9359원으로 보험약가가 책정됐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약 598만원이다. 미국의 킴리아 가격은 순수 약값(진단 처치비용 제외)만 해도 61만2745달러(현재 환율기준 8억4763만원)에 달한다.
양 교수는 “의학에서 같은 환자를 치료해 10년 이내에 생존율이 10% 이상 향상됐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라며 “좋은 약은 많지만 환자의 선택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국가에 모두 보험으로 치료해달라고 하기에도 부담”이라면서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환자 부담도 조금 늘려야 하고, 환자에 따라 부담(보험료)을 달리하는 등 선택적인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 교수는 희귀난치성질환을 위한 일종의 펀드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이런 질환을 보험급여 가격으로 치료받고 싶은 사람은 별도의 펀드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향으로 해석된다.
난치희귀질환에 대한 고가약 책정과 관련 김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국내 급여정책 결정기관은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신약을 도입하는 것을 자랑스레 여겨왔다”며 “하지만 이런 정책 아래서는 혁신적 신약의 도입이 늦어져 환자가 피해를 보고 의학발전이 더뎌진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국에서 낮은 신약 급여가가 매겨진다면 이를 중국이나 인도, 중동에서 참조하므로 다국적사가 선뜻 고가약을 국내에 랜딩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다국적사가 국내서 많을 돈을 벌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획기적 신약에 대한 도입이 늦어지면 임상의학 발전이 뒤처지는 등 잃는 것도 많다”고 항변했다.
2021년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림프종은 전체 암 중 11번째로 많고, 혈액암 중에서는 가장 흔한 암이다. 림프종 신규 진단 환자는 2021년 6082명까지 집계됐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림프종은 약 100가지 아형이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은 전체 림프종 중 가장 많은 비율(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의 31%)을 차지하는 가장 흔하고 공격적인 아형이다.
DLBCL은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 림프구가 빠르게 증식하는 혈액암의 일종으로 비호지킨 림프종(NHL)에 속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유형의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전체 비호지킨 림프종의 약 30%를 차지한다. 림프절뿐만 아니라 림프계 외부 조직 기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노인에게 더 흔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약간 더 많이 발생한다.
참고로 비호지킨림프종이 호지킨림프종에 비해 훨씬 비중이 높다. 또 비호지킨림프종 가운데 여포성림프종(FL)은 ‘가지고 산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악성도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