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은 일본 킷세이제약(Kissei Pharmaceutical Co.)으로부터 자궁근종 치료제 ‘린자골릭스’(Linzagolix)’의 국내 개발 및 판매를 위한 독점 라이선스-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JW중외제약은 린자골릭스에 대한 국내 개발, 제조, 판매. 유통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린자골릭스는 하루에 한 번 먹는 GnRH(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길항제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생성을 억제해 자궁근종으로 인한 과다월경출혈 등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킨다.
린자골릭스는 일본 킷세이제약이 개발했고 스위스 제네바 및 미국 보스턴에 기반한 여성건강 전문기업 옵스에바(ObsEva, 나스닥 OBSV)이 미국 판권을 갖고 개발에 나섰다.
린자골릭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실시된 3상 임상에서 호르몬 보충약물요법(add-back therapy, ABT) 병용그룹군과 단독투여군 모두 유효성이 입증돼, 2022년 6월 17일 유럽연합으로부터 ‘이젤티’(Yselty)란 브랜드로 판매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22년 7월에 자궁근종 승인에 실패하면서 옵스에바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2022년 9월에 인력의 7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2월 28일에는 모든 직원을 해고해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옵스에바는 이젤티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도전에 실패한 이후 판권을 원개발사 킷세이에 반환했다. 옵스에바는 다른 자궁수축 개선제 후보약물 놀라시반(Nolasiban, 개발코드명 OBE001)의 상업화에 집중하면서 운영 자금을 소진했으며 결국 미국 및 스위스 주식시장에서 물러나며 사살싱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젤티가 FDA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자궁근종 치료 경쟁약품인 애브비의 ‘오리안캡슐’(Oriahnn)이나 마이오반트 및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마이펨브리’(MYFEMBREE)에 비해 더 큰 골밀도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리안캡슐은 난소에서 생성되는 에스트로겐의 양을 감소시키는 GnRH 수용체 길항제인 엘라골릭스(elagolix) 성분에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 프로게스틴의 일종인 노르에틴드론아세트산염(norethindrone acetate, 노르에티스테론 Norethisterone과 같은 호르몬)을 소량 함유한 경구용 복합제 캡슐이다. 2020년 5월 29일 미국에서 자궁근종 동반 출혈 적응증을 획득했다.
마이펨브리는 GnRH 수용체 길항제인 렐루고릭스(relugolix) 40mg 외에 에스트라디올 1mg 및 노르에틴드론 아세트산염 0.5 mg 등이 들어간 복합제로서 2021년 5월 27일 FDA로부터 자궁섬유증(Uterine Fibroids, 자궁근종)에 따른 월경과다출혈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2022년 8월 5일에는 자궁내막증 관련 중등도~중증 통증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오리안캡슐과 마이펨브리는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국내서는 이들 약의 높은 약가에다가 치료 효과가 확실한 수술치료(자궁근종용해술(고주파), 자궁동맥색전술, 고강도 초음파집속술, 레이저치료, 자궁적출술(개복 또는 복강경) 등)의 비용이 구미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오리안의 56 캡슐 들이 한 팩의 소매가격(처방료 제외)은 1124달러 수준이다. 마이펨브리의 28개정 들이 한 팩의 소매가격(처방료 제외)은 1139달러 수준이다. 이들 약은 증상이 소실될 때까지, 의사의 투약 중단 지시가 나올 때까지 하루 한 캡슐 또는 한 정을 복용하게 돼 있다. 마이펨브리의 연간 약가는 대략 1만4000달러에 육박한다.
JW중외제약이 수술을 기피하고 임신을 원하는 자궁근종 환자를 대상으로 린자골릭스의 국내 안착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약가도 국내 실정에 맞게 국제가격에 비해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궁근종은 자궁을 대부분 이루고 있는 평활근에 생기는 양성종양으로, 35세 이상의 여성의 약 40%에서 나타나는 흔한 질병이다.
자궁근종 치료를 위한 GnRH 작용제(agonist)로 goserelin (Zoladex), nafarelin(Synarel), Buserelin (hormones and fibroidsSuprecur), leuprorelin (Prostap) 등이 있다. 과다 월경을 즉시 조절해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킨다. 하지만 약 중단 후 1~3개월 이내 근종 크기가 되돌아오기 때문에 수술 전 일시적으로 사용한다. 또 치료 초기 여성호르몬의 증가에 따른 안면홍조와 주사제로서 주사 부위 통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근종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사멸을 유도하는 선택적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조절제(SPRM)로는 mifepristone, ulipristal acetate, asoprisnil 등이 있다. SPRM은 근종의 크기 감소에 최소 4~12개월이 소요되고, 때론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간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JW중외제약은 린자골릭스가 즉각적인 에스트로겐 분비 억제를 통해 기존 GnRH 작용제 대비 치료 초기 부작용이 개선되고, 먹는 약(1일 1회)으로서 간편하게 복용이 가능해 국내 자궁근종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국내 출시를 위해 린자골릭스의 가교임상(한국인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 확인)을 진행할 계획이며, 자체 제조 및 생산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계약 체결은 국내 자궁근종 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환자들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은 자체 혁신 신약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개발 단계의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이전 받아 자체적인 R&D 역량을 투입하여 국내 개발과 판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고지혈증치료제 ‘리바로정’,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악템라주’, 고용량 철분주사제 ‘페린젝트주’, 혈우병치료제 ‘헴리브라피하주사’ 등 우수한 오리지널 신약을 공급하고 있다. 2022년에는 신성빈혈치료제 ‘에나로이정’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혈소판감소증치료제 ‘타발리스’(성분명 포스타마티닙)는 지난해 신속심사 대상에 추가되어 연내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한편 킷세이제약은 1946년에 설립된 일본의 선도적인 제약회사로, 본사는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에 있다. 비뇨기과, 신장학·투석, 희귀 및 난치병 분야의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