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자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신약 ‘레켐비주’(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irmb) 정맥주사가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국내서 베타아밀로이드 항체 계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바이오젠이 개발한 동일 계열의 ‘애듀헬름’(아두카누맙)은 2021년 6월, 미국에서 승인받았으나 높은 약가와 유효성 미비로 현지에서 외면받았다. 이에 국내서는 바이오젠 한국법인이 2022년 8월 국내 도입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레켐비는 인간화 면역글로불린 G1(IgG1) 단일클론항체(mAb)로서, 뇌내 아밀로이드 베타(Aβ) 응집체(aggregates)와 원섬유(protofibrils)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이를 항원화함으로써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아밀로이드베타와 적절히 낮은 친화도를 가짐으로써 항원-항체반응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나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된 의약품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유력한 원인으로 알려진 뇌 아밀로이드 침착물(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을 감소시켜 인지기능 소실 등 질병 진행을 늦춘다. 다만,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서 치매 인구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추산되고 있다. 치매 전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는 노인 5명 중 1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켐비는 미국에서 지난해 1월 가속승인을 받았고, 6개월 뒤인 7월에 정식승인을 얻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허가 배경이 된 레켐비 3상 임상인 ‘Clarity AD’ 연구 결과, 레켐비는 18개월 시점에 위약군 대비 CDR-SB(Clinical Dementia Rating Sum of Boxes)을 0.45점 감소시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27% 지연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95% CI -0.67, -0.23; P<0.001).
올들어 에자이는 3월 31일 레켐비의 ‘월 1회 정맥주사 유지요법제’의 허가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또 이달 15일에는 ‘주 1회 피하주사 유지요법제’의 허가신청서를 FDA에 추가로 냈다. 현재의 레켐비는 2주에 한번 정맥주사로 맞게 됐다. 피하주사제가 승인될 경우 자가주사가 가능해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편의성을 높이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국내 허가사항에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 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이 경고사항으로 표기됐다. ARIA는 단일클론항체(약물)가 베타아밀로드와 응집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로 인해 뇌의 부종, 출혈,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밖에 주요 이상반응(부작용)으로는 주입관련 반응(매우 흔함), 심장장애(심방세동, 흔함)이 나타날 수 있다.
레카네맙 투여군에서 부종 동반 ARIA(ARIA with edema, ARIA-E)는 13%(898명 중 113명)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위약군에선 2%(897명 중 15명)에 그쳤다.
출혈 동반 ARIA(ARIA with hemosiderin deposition, ARIA-H)는 레켐비군에서 17%(898명 중 152명), 위약군에서 9%(897명 중 80명)이었다(FDA 자료). 이번 식약처 승인 자료에서 ARIA-E와 상관없는 독립적인 ARIA-H(isolated)는 2주마다 이 약 10mg/kg을 투여한 환자의 9%(80명/898명)에서 관찰되었으며 위약을 투여한 환자에서는 8%(70명/897명)에서 관찰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레켐비와 동일 계열 알츠하이머병 약물은 아포지단백 E ε4(Apolipoprotein E ε4, ApoE ε4) 동형접합체(Homozygote) 유전자를 갖춘 경우(전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15%이내)는 이형접합체에 비해 증상이 있는, 심각한 및 심각한 방사선학적 ARIA를 포함해 ARIA 발생률이 더 높다.
이번 식약처 허가사항에는 “임상시험의 위약 대조 기간에 ARIA의 발생률은 ApoE ε4 동형접합 보유자에서 이형접합 보유자 또는 비보유자에 비해 더 높았다. ARIA 관리에 대한 권고사항은 ApoE ε4 보유자와 비보유자 간에 차이가 없다. ARIA 발생 위험을 알리기 위해 이 약 투여를 시작할 때 ApoE ε4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기재됐다.
미국에서는 의사가 이 약을 처방하려면 ARIA 발생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ApoE ε4 양성 여부를 사전에 테스트해야 한다. 그 유전자 검사를 놓고 환자와 상의해야 한다. 의사가 이 검사를 수행하지 않더라도 레켐비를 처방할 수는 있지만 이런 사실을 환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다만 ApoE ε4 동형접합체가 ARIA에 대한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한 확정적인 근거는 아직 없다.
미국에서는 이 약을 투약하기 전에 뇌내 진단검사(약물적합성 검사), 투약 후에 정기적인 뇌 영상진단검사(부작용 모니터링)를 요구함에 따라 처방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서는 이런 제약이 없으나, 높은 약가와 건강보험 급여 허들 통과가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실제 환자에게 처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연간 약가는 환자 본인부담금 1만1000달러와 의사의 처방 및 주사료를 포함해 총 1만9500달러가 든다.
레켐비는 이로써 미국, 중국, 일본, 한국에서 승인됐으며 유럽연합(EU), 호주, 브라질, 캐나다, 홍콩, 영국, 인도, 이스라엘,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완, 싱가포르. 스위스 등에서는 허가신청서가 제출된 단계이다.
에자이는 글로벌 마켓에서 레켐비의 개발과 허가신청 과정을 총괄하고 있으며, 바이오젠은 공동 유통 및 판촉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모든 최종적인 결정권은 에자이가 갖고 있다.
한편 FDA는 레켐비의 경쟁 상대가 될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 도나네맙(donanemab)과 관련, 말초·중추신경계약물자문위원회를 오는 6월 10일 소집할 예정이다. 이미 한 차례 가속승인을 거부당한 도나네맙이 이번 두 번째 정식승인 도전에서 자문위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릴리는 중등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초점을 맞춘 약으로, 경증을 겨냥한 레켐비와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