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은 이달 5일부터 닷새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개최되는 ‘미국 시력안과학회’(Association for Research in Vision and Ophthalmology, ARVO 2024) 연례 학술대회에서 자체 개발 중인 H4R 길항제(코드명 비공개)의 전임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하고 안과 새로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9일 밝혔다.
H4R 길항제는 히스타민(histamine)의 네 번째 수용체(receptor)인 H4R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면역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JW중외제약은 히스타민 H4R 길항제의 특성을 바탕으로 안과질환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당뇨망막병증을 타깃 질환으로 한 이번 전임상 연구는 김정훈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교수와 함께 2022년부터 2년간 진행했다.
이번 전임상 연구는 당뇨병을 유발시킨 마우스(실험용 생쥐)를 활용해 4주, 16주 경구 투여 후 망막의 모세혈관 기능과 형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별아교세포(astrocyte)와 혈관주위세포(pericyte)를 관찰했다. 이와 함께 혈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혈액 구성성분의 누출량(망막혈관누출, vascular leakage) 변화도 측정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4주, 16주 투여군 모두 당뇨병에 의해 증가된 망막혈관누출이 감소했으며, 망가진 혈관 주변의 별아교세포가 회복됐다. 특히 병증 후기단계에서 손상되는 혈관주위세포가 16주 투여군에서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JW중외제약은 H4R 길항제 신약후보물질을 당뇨망막병증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 점안제에 비해 먹는 약으로서 망막 손상과 감염 위험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로 히스타민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기전의 당뇨망막병증 치료제(First-in-Class)로서의 잠재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며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 특성과 기존 임상시험에 확인한 우수한 안전역을 바탕으로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뇨망막병증은 녹내장,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발병한다. 비증식성 망막병증은 망막의 미세혈관에 손상이 시작되는 단계로 혈관이 약해져 혈액이나 체액 누출이 관찰된다. 증식성 망막병증은 망막에 쉽게 파열되고 출혈을 일으키는 새로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심각한 시력 손실 및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약 35%에서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26만5000명이었던 국내 당뇨망막병증 환자는 2022년 37만6000명으로 10년간 약 42% 증가했다.
당뇨병 유병률 증가와 고령화 사회 진입 등으로 당뇨망막병증 치료제 시장도 성장세다. 시장조사업체 ‘익스퍼트 마켓 리서치’(Expert Market Research)는 시장 규모를 2023년에 약 64억9000만달러로 평가하고, 2032년까지 약 116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6.70%로 전망했다.
한편 ARVO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안과학회로, 1928년에 설립됐다. 75개국 이상에서 1만여명의 연구자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