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D의 PD-1 억제제 계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 급여 확대가 또 다시 좌절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7일 열린 2024년 제3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암환자에게 사용되는 약제에 대한 급여기준 심의결과’를 당일 공개했다.
한독의 거대B세포림프종 치료제 '민쥬비주‘(타파시타맙)과 한국얀센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주’(아미반타맙) 등 2개 항암제에 대한 요양급여 결정신청 건이 상정됐지만 모두 급여기준이 설정되지 않았다.
민쥬비주는 자가 조혈모세포이식(ASCT)이 적합하지 않고 한 가지 이상의 이전 치료에 실패한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DLBCL) 성인 환자 대상 적응증 확보에 나섰다. 국내 첫 번째 급여 획득 시도가 무산됐다.
리브리반트는 백금 기반 화학요법 치료 도중 또는 치료 이후에 질병이 진행된 EGFR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적응증 확보에 나섰지만 급여기준 설정에 실패했다. 벌써 세 번째 암질심 문을 두드렸으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급여기준 확대에는 7개 품목이 이름을 올렸고 4건이 일부 급여기준 확대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우선 한국얀센과 부광약품 등이 신청한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벨케이드주’(보르테조밉)+‘엔독산주’(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덱산메타손주’(덱사메타손)는 다발골수종을 동반한 아밀로이드증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암젠코리아의 ‘키프롤리스주’(카르필조밉)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치료를 위해 다라투무맙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 적응증 확대에 나섰고, 암질심은 다라투무맙 전액 본인부담을 조건으로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한국다케다제약의 ‘애드세트리스주’(브렌툭시맙-베도틴)는 '이전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3기 또는 4기 호지킨 림프종에서 화학요법제(독소루비신,빈블라스틴, 다카르바진)와 병용요법' 급여기준 확대에 나서 ‘IPS(International Prognostic Score) 4점 조건 삭제’ 조건으로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한국로슈의 ‘맙테라주’(리툭시맙)는 'CD20양성의 미만형 대형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에 CHOP화학요법(cyclophosphamide, doxorubicin, vincristine, prednisolone으로 구성, 8주기 투여)과 병용요법' 급여기준 확대에 나섰으며, CD20 양성인 소포림프종 grade 3b 조건부로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반면 한국다케다제약의 ‘루프린디피에스주’(류프롤리드 11.25mg)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졸라덱스엘에이데포주’(고세셀린 10.8mg)는 각각 폐경 전 유방암과 호르몬 요법이 적합한 폐경기전 및 주폐경기(폐경기전후) 여성 유방암 치료로 적응증 확대에 나섰지만 급여기준이 미설정됐다.
한국MSD의 키트루다주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등 현재 급여 등재된 기준 외에 자궁내막암 등 15개 적응증 확대에 나섰지만 급여기준 확대에 다시 한 번 실패했다. 키트루다 적응증 확대 실패는 벌써 네 번째다.
한국MSD는 작년에 키트루다의 13개 적응증에 대한 일괄 급여신청을 접수했으며, 암질심은 앞서 3회(2013년 7차, 8차 및 2024년 1차 회의)에 걸쳐 해당 적응증들에 대한 임상적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심평원이 사실상 13개 적응증에 대한 일괄 급여를 거절하면서, 그 중 급여가 가장 시급한 안건을 선정하고 그에 대한 제약사의 재정분담안을 제출받아 급여 확대를 심의하겠다는 의중을 표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MSD는 그 사이 '이전에 치료 이력이 있는 MSI-H 담도암 및 위암'에 대한 급여 확대를 추가로 접수했으며, 암질심은 제약사가 신청한 총 15개 적응증 가운데 임상적 니즈가 가장 높은 일부 적응증을 추려 심평원이 이에 대한 재정분담안을 다시 제약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올라온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 안건은 결국 '급여기준 미설정'으로 결론났다. 다만 암질심은 '재정분담(안) 추가 제출 시 급여기준 설정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결정을 유보했음을 시사했다.
한국MSD에 재정분담안을 더 보완해 추가로 제시할 것을 요청한 셈이다. 키트루다 단일 약제에 건보재정 수천억원이 매년 소요되고 있는 만큼,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이 제약사로 넘어간 만큼,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는 한국MSD의 재정분담안 보완 의지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MSD 관계자는 “키트루다가 필요한 모든 암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회사가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