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종근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정’의 공동 판매 전선을 구축한다. 양사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이달 1일부터 공동 판매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양사가 영업·마케팅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다. 대웅제약은 종근당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 펙수클루의 ‘1품1조원’(1品1兆) 비전 실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펙수클루는 대웅제약이 2022년 7월 발매한 국산 신약으로 지난 2월 기준 누적 처방액 776억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블록버스터로 성장한 품목이다. 이와 함께 발매 2년차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이 기록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적응증 단 하나로 달성한 성과로, 올해 위염 적응증 급여 확대와 종근당과의 공동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펙수클루의 처방액은 다시 한번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통계정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P-CAB과 프로톤펌프저해제(PPI) 제제의 처방액은 총 2392억원으로, P-CAB 비중이 25.9%(619억원)다. P-CAB의 해당 점유율은 출시 연도인 2019년 1분기(1.6%) 이후 꾸준히 오르며 24.3%p 상승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협력을 기점으로 2030년내 국내 연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고, P-CAB의 점유율을 높여나가 전반적인 성장을 견인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초의 P-CAB 제제인 HK이노엔의 ‘케이캡정’은 지난해 13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종근당이 케이캡이 국내에 출시된 2019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에 케이캡정을 공동 판매해 시장을 키웠으나 올해 1월부터 HK이노엔이 판권을 회수하고 보령과의 공동 마케팅에 들어감으로써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국면을 맞았다. 이번에 종근당이 대웅제약과 손을 잡음으로써 그동안의 영업 인프라를 되살리고, HK이노엔에 보기 좋은 ‘앙갚음’을 하게 될 전망이다. HK이노엔은 석연찮은 이유로 2022년 5월부터 새로 내놓은 ‘케이캡구강분해정’을 종근당과의 공동판매가 아닌 단독판매로 진행해왔다.
한편으로는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 원료의약품의 라이선스를 놓고 갈등하기도 했다. 원개발사인 이탈리아 이탈파마코는 처음엔 대웅제약에 기술이전했다가 2018년에 종근당으로 제휴선을 바꿔 논란을 야기했고 양사는 오리지널리티를 놓고 한동안 으르렁거렸다.
업계는 이번 협력이 펙수클루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넘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의 주도권 변화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P-CAB 제제를 2016년 선도적으로 출시한 일본에서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시장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BCC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P-CAB 점유율은 2016년 9%에서 4년만에 2020년 33%로 늘었다. 이어 BCC 리서치 보고서는 2030년에 일본 내 P-CAB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늘어 44%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점차 P-CAB이 PPI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펙수클루는 기존 PPI 제제의 단점으로 지적된 느린 약효 발현 및 2시간 이하의 짧은 반감기, 식이 영향, 약물 상호작용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펙수클루의 반감기는 9시간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가장 길다. 그만큼 약효가 오래 지속돼 야간 속쓰림 증상을 현저히 완화시켰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양사가 P-CAB 신약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을 살려 펙수클루가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협력을 업계 내 동반성장의 모범·성공사례로 만들고, 펙수클루 ‘1품1조’ 실현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종근당은 이미 P-CAB 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블록버스터급 약물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며 “P-CAB 시장에서 축적한 풍부한 노하우와 양사의 강한 영업·마케팅 역량이 시너지를 발휘해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