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사이언스는 27일 “통합 이후 한미사이언스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주주친화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경영의 제1원칙으로 삼고, 주주친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미그룹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주주들이 가장 우려했던 대주주의 ‘오버행’(overhang 차액을 노린 채권단 또는 기관투자자의 대량 매도) 이슈가 이번 통합으로 해소되는 만큼 주가 상승을 막는 큰 장애물이 치워지게 됐다”며 “이달 초 이사회에 보고하고 공개했던 주주친화 정책을 확실히 챙기고,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공격적 주주친화 정책들도 채택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임 부회장은 “이전까지는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가 많다 보니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펴지 못한 점에 대해 항상 송구한 마음이었다”며 “통합을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지속가능한 투자를 도와줄 든든한 파트너를 구한 만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부회장은 이같은 마음에서 최근 OCI와 협의해 OCI가 한미사이언스 주식(주총의 OCI와 한미 간 통합 찬성 결정에 따라 OCI가 배정받게 될 신주 물량)을 예탁해 3년간 매각하지 않기로 했음을 재확인했다.
임 부회장은 지난 11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중간배당 도입을 통한 주주 수익성을 제고하고(단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친화정책 재원으로 활용, 배당/자사주매입/무상증자 등을 통해 성장에 따른 성과를 주주와 공유하겠다(중/장기)고 결정했음도 재강조했다.
이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전략기획실장)은 한미약품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받았다. 한미약품그룹이 법적 경영체는 아니지만 모친이 송영숙 회장에 이어 2인자임을 각인시켰다.
2004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임 부회장은 인적자원개발 부서를 거쳐 2000년대 말부터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을 도와 신약개발과 신약 라이선스 계약 부문, 경영관리본부 등을 책임져왔다. 임성기 선대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임 회장 평생의 신념이었던 ‘R&D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해 임 선대 회장을 계승할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사내∙외에서 받아왔다.
송영숙 회장은 지난 26일 발표한 소회문을 통해 "임성기의 이름으로, 임성기의 뒤를 이을 승계자로 임주현 사장을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5일 한미그룹 5개 계열사 대표와 한미약품 본부장 4명 등 '한미그룹 책임 리더'들도 임주현 부회장을 한미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추대했다.
한미사이언스는 26일 임주현 부회장의 오빠와 남동생인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법원에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된 것과 국민연금(지분율 7.66%)가 통합 찬성안을 지지한다고 밝혀 약 42.77%의 찬성 우호 세력을 확보한 것에 대해 통합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종윤·종훈 형제는 고 임성기 회장의 고교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율 12.15%)을 확보했으나 통합 반대 측 지지율이 40.57%에 머물러 근소한 차이로 현재까지는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의 표심이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의 향배를 가르게 됐다.
한편 한미약품은 27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1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한미약품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작년 매출 1조4909억원, 영업이익 2207억원, 순이익 1654억원 달성과 2050억원의 R&D 투자 등 주요 경영실적을 보고했으며, 새로운 50년을 향한 각오와 함께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박재현 대표는 의장 인사말을 통해 "한미약품은 작년 한 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자체 개발 제품과 혁신신약 R&D 성과에 힘입어 역대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며 "사업 이외의 부문에서도 많은 결실을 이뤄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지켰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경영현황 설명에 이어 감사 및 영업 보고 등이 진행됐고,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서진석(OCI홀딩스 대표)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전날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빠지게 됐다.
박재현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날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다수의 개량신약 개발에 참여했으며, 2019년부터는 한미그룹 생산관리 부문 총책임(공장장)도 맡았다.
한미그룹은 박재현 대표의 사장 발령으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각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 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경영체제가 구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