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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그룹 통합 …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1-12 20:27:22
  • 수정 2024-01-20 23: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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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CI홀딩스, 한미사이언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7% 획득 … 첨단소재-바이오 ‘이종기업’

글로벌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그룹과 신약개발 기업 한미약품그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을 통합한다OCI그룹(지주회사 OCI홀딩스)과 한미약품그룹(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은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이사회 결의를 거쳐 12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향후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에 따른 새로운 출발과 도전, 혁신의 염원을 담아 브랜드(사명 및 CI) 통합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한다.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양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완결되면, 실질적으로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되며, 후속 사업조정 등을 거치면서 향후 제약바이오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사업군을 기반으로 상생 공동경영을 해 나가게 된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통합에 따라 양 그룹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해 사업과 관리의 통합을 이뤄냄으로써 각 부문 전문성이 더욱 강화되고,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양 그룹 전체 주주와 임직원 이익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우현 대표는 OCI홀딩스 오너가 3세로, 지난해 5OCI그룹이 OCI홀딩스를 출범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회장직에 올랐다. 20222OCI그룹은 1461억원 규모 지분(11%) 투자를 통해 부광약품 최대주주로 올랐다. 당시 지분 매각으로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 등 9인이 보유한 지분은 21.6%의 지분은 약 10.6%로 줄었다. 아울러 OCI는 작년 1117일 공시를 통해 이우현, 유희원 각자대표 체제를 이우현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OCI는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을 통해 제약바이오 부문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향후 OCI홀딩스는 단계적인 사업 통합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내 5위권 제약사인 한미약품그룹은 10년 이상 막대한 자금의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신약개발에 규모의 경제를 지렛대로 삼아 강력한 R&D 드라이브를 걸음으로써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OCI그룹은 기존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글로벌 경쟁력과 더불어 기존에 확보한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양 그룹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다양한 방식의 사업통합을 통해 톱 티어 기업으로 발돋움한 만큼, OCI와 한미의 결합 역시 한의 산업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 올리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한미약품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하게 전개해 온 신약개발 의약품수출 임상연구 등이 OCI그룹이 구축한 미국, 동남아, 일본 등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약개발자금 수혈, 상속세 재원 마련, 후계구도 정리 등 일석삼조달성

 

한편 이번 통합으로 20208월 임성기 창업회장이 별세한 뒤 안개 속으로 빠졌던 한미약품그룹의 후계 구도도 사실상 확정됐다. 후계 구도를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국내 1위 연구개발(R&D) 제약사인 한미약품의 구심점을 잃고 신약개발 드라이브가 흔들리고 제약영업 주도권이 경쟁사에 차츰 밀리는 모습을 보여온 게 사실이었다.

 

회사 경영엔 손도 대지 않던 창업주의 부인(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수장에 올랐지만 경영권이 확실하게 교통정리되지 않는 한 한미약품은 매물로 나올 것이란 추측은 끊이지 않았다.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 부담도 이런 소문에 힘을 보탰다.

 

이런 상황에서 송 회장이 내놓은 해법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제약·바이오 부문 대표로 하는 OCI와의 합병이었다. 공동경영을 통해 제약·바이오 부문의 경영권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동시에 넉넉한 신약개발 자금도 확보하고 상속세 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삼조효과를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OCI홀딩스가 매입한 한미약품 구주의 대부분이 송 회장과 임 사장이 보유한 지분인 게 이를 뒷받침한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임 사장 지분율은 10.2%. 이번 거래 후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2%대로 낮아진다. 송 회장은 OCI홀딩스에 매각한 주식대금을 20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는 데 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전량 매각한 돈으로 OCI홀딩스 지분을 10.4% 확보했다. 개인 자격으로는 OCI홀딩스 최대 주주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개인 지분율은 6.6%에 그치지만 특수관계인을 합치면 28.7%에 달한다.

 

향후 설립할 통합법인은 이 회장과 임 사장이 각자대표 형태로 이끈다. 지금처럼 이 회장이 첨단소재와 신재생에너지를, 임 사장이 제약·바이오 사업을 맡는다. 두 사람은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신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3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500억원 안팎을 신약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현금성 자산이 1881억원(20239월 말 기준) 수준인 걸 감안하면 빠듯한 수준이다. ‘현금부자’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705억원에 달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든든한 뒷배가 생긴 만큼 신약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번 이종결합이 한미약품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제약·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OCI 입장에선 넓고 깊은 파이프라인을 갖춘 한미약품만큼 매력적인 배우자가 없다. 2018년 제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OCI는 차세대 암 진단과 항암 치료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유망 바이오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2022년엔 뇌질환(중추신경계) 치료제와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부광약품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성에 차지는 않았다. 따라서 OCI의 탐욕이 언젠가 한미약품그룹에게 독이 든 사과가 될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OCI가 제약·바이오에 눈독을 들이는 건 신재생에너지 및 소재사업만으론 미래를 준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 생산 자회사 OCIM이 중국 기업들의 공세로 2018년과 2019년 적자를 낸 악몽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이번 통합의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거래의 총괄 자문은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맡았으며, 법률자문은 김앤장과 세종이 지원했다. 이번 거래 성사에 따라 기존 라데팡스파트너사가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들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은 자연스럽게 해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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