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은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 환자의 뇌혈관 경련 예방 신약 ‘피브라즈주사’(PIVLAZ, 성분명 클라조센탄 나트륨, clazosentan sodium)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피브라즈의 품목허가권자는 이도르시아파마수티컬스코리아(IPK)이며, 한독은 2008년부터 국내 임상 수행 및 품목 인허가 작업을 글로벌 이도르시아공동으로 수행해왔다. 고혈압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독이 향후 피브라즈의 국내 판매를 맡을 예정이다.
일본 도쿄 소재 신약개발 전문 소세이그룹(Sosei Group) 산하 소세이헵타레스(Sosei Heptares)는 올해 7월 20일, 스위스 제약사 이도르시아(Idorsia, 또는 아이도시아)로부터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의약품사업을 750억엔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피브라즈와 일본에서 개발 중인 불면증 치료약 ‘다리도렉산트’(daridorexant)’ 자산을 확보했다. 아울러 아이도시아의 글로벌 파이프라인 중 최대 7품목에 대해 옵션권을 취득했다.
이도르시아파마수티컬스코리아(공동대표 사토시 다나카, 이민복)는 2018년에 다나카 사토시 박사의 주도로 설립되었으며, 현재는 소세이헵타레스의 100% 자회사이다. 피브라즈는 IPK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첫 신약이다. 사토시 다나카가 이도르시아에 합류했다가 소세이헵타레스에 영입된 케이스다.
피브라즈는 선택적 엔도텔린 A 수용체A(endothelin A, ETA) 길항제로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을 위해 개두술(clipping) 또는 시술(coiling) 처치를 받은 성인에서 뇌혈관 경련 및 뇌혈관 경련과 관련된 뇌경색, 뇌 허혈성 증상의 예방을 적응증으로 한다. 뇌혈관 경련과 이로 인한 합병증을 함께 예방하는 약제로 국내 허가를 받은 것은 피브라즈가 최초다.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은 지주막하에서 발생하는 출혈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하고 긴급한 질환이다. 이 질환을 앓은 환자 중 최소 25%는 사망하며 생존자 중 약 50%는 신경학적 결손을 갖는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인구 10만명 당 6.7명에게 발생하며 국내에서는 연간 인구 10만명 당 9명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 후 발생하는 뇌혈관 경련은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중요한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지주막하출혈로 치료받은 환자의 사망 위험을 2배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국소마비, 언어장애, 의식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혈관 경련은 65세 이상에서 발생 위험이 높으며 젊은 환자에게서 더욱 심하게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번 피브라즈 허가는 일본에서 진행된 2건의 임상 3상을 주 근거로 하고 있다.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 후 클리핑 수술 또는 코일링 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이중맹검, 무작위배정, 위약군 대조로 진행된 임상 3상 결과 피브라즈는 지주막하 출혈 발생 6주 이내에 뇌혈관 경련 관련 합병증 발생률 및 모든 원인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당 연구에서 피브리즈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피브라즈는 한국보다 앞서 2022년 1월, 일본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내 매출은 75억엔이었다. 한국과 일본 공동으로 진행된 2상 임상 연구에 74명의 한국인 환자가 참여했으며 일본인과 한국인에서의 유효성 및 내약성을 확인했다.
박익성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회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지주막하출혈 후 뇌혈관 경련은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증상임에도 약제의 부재로 의료 현장에서 어려움이 매우 컸다”며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약제인 피브라즈가 국내 허가된 만큼, 환자들을 위해 하루 빨리 보험급여가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