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제약사 베이진의 한국법인인 베이진코리아의 항 PD-1 면역관문억제제인 ‘테빔브라주100밀리그램’(Tevimbra 성분명 티스렐리주맙, tislelizumab)이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의 백금 기반 화학요법 치료를 지속할 수 없거나 투여 이후에 재발 또는 진행된 절제 불가능, 재발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Esophageal squamous cell carcinoma, ESCC) 성인 환자에서의 단독요법’으로 허가받았다.
테빔브라는 중국 베이징, 스위스 바젤,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근거를 둔 중국계 베이진(Beigene 百濟生物, 百濟神州北京生物科技有限公司)이 개발한 첫번째 면역항암제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PD-L1(Programmed cell Death Ligand 1)을 표면에 발현시켜 면역세포(T세포)의 PD-1과 결합한다. 테빔브라는 면역관문 수용체로 알려진 T세포의 PD-1에 결합하는 단일클론항체(mAb, IgG4)로 식도편평세포암 환자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즉 PD-1과 PD-L1의 결합을 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테빔브라는 또 대식세포(암세포나 병원체를 식균)의 Fc-감마 수용체(FcγR)과의 결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인간화 IgG4 단일클론항체로서, 인체의 면역세포(T세포)가 암세포를 보다 잘 인식하고 항종양 반응을 유지해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참고로 PD-1(programmed cell death 1)은 CD28 계열에 속하는 억제성 면역관문 수용체로서 활성화된 T세포, B세포, NK세포, 골수 계통 세포에서 발현되며, 면역조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테빔브라는 PD-1에 대한 티스렐리주맙의 결합 표면이 PD-1에 대한 PD-L1의 결합 표면과 크게 겹쳐서 다른 동일 계열 면역관문억제제에 비해 PD-1/PD-L1 상호작용을 99% 이상 차단한다. 또 전임상 동물모델에서 높은 표적 친화성과 PD-1으로부터의 느린 해리 속도를 보여줘 동일 계열 약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감기가 30~80배 이상 긴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테빔브라의 국내 허가는 3상 ‘RATIONALE 302’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임상은 이전에 치료 경험이 있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 편평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공개 라벨, 다의료기관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시아, 유럽, 북미 등 11개 국가에서 512명의 환자가 등록됐으며 1차 평가지표는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2차 평가지표는 PD-L1 발현율이 10% 이상(Tumor Area Positivity, TAP 점수 ≥ 10%)인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으로 설정됐다.
연구 결과, 테빔브라 단독요법은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하여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명 연장 효과를 보여줬다.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서의 테빔브라 치료군의 OS는 8.6개월으로 대조군 6.3개월과 비교해 의미있는 생존 혜택을 입증했다(HR 0.70, 95% CI: 0.57-0.85, P=0.0001).
2차 평가지표로서 PD-L1 발현율이 10% 이상인 환자에서의 전체 생존기간(OS)은 테빔브라주TM 치료군 10.3개월, 항암화학요법 치료군에서 6.8개월으로 의미 있는 생존상의 혜택을 보였다(HR, 0.54, 95% CI:0.36-0.79, P=0.0006).
또 테빔브라와 항암화학요법의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20.3% 대 9.8%로 더 높았다. 항종양 반응지속기간 중앙값도 7.1 개월 대 4개월로 차이를 보였다. 6개월 이상 치료받은 환자 비율은 각각 25.5% 대 8.7%였다.
안전성 프로파일과 관련, 3급 이상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18.8% 대 55.8%로 테빔브라가 3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 이번 식약처 허가에서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RATIONALE 302을 포함해 테빔브라 200mg을 3주마다 투여받은 다양한 종양 유형의 환자 1534명의 통합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됐다.
테빔브라는 아시아를 포함한 유럽, 북아메리카 등 전세계 환자에서 일관되고 의미있는 생존 효과를 보였다. 식도암 환자에게 특히 중요한 삶의 질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 부문에서도 기존 항암요법 대비 유지 또는 개선되는 결과를 보고했다.
식도암은 전 세계적으로 암 사망 원인 6위를 차지한다. 국내 식도암 5년 상대생존율은 42.2%로 주요 24개 암 중 6번째로 낮다(2020년 기준). 국소 진행성 식도암, 원격 전이성 식도암의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각각 35.0%, 7.3%로 떨어진다. 국내 식도암 환자 중 10명 중 9명 이상(91.4%)은 식도 편평세포암(ESCC)으로 알려져 있다.
박건욱 계명대 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두경부식도암분과 위원장)는 “식도는 다른 장기와 다르게 장막이 없어 암이 생길 경우 식도 벽을 침범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성이 큰 암으로서, 조기발견이 쉽지 않고 전이성 식도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7.3%로 매우 낮다”며 “테빔브라는 한국 환자가 포함된 대규모 글로벌 임상 연구를 통해 식도암 2차 치료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전체생존율에서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치료 기회가 제한적인 식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테빔브라는 중국에서 준시바이오의 ‘투오이’(Tuo Yi 성분명 토리팔리맙(Toripalimab), 이노벤트의 '타이비트'(Tyvyt, 성분명 신틸리맙 sintilimab), 항서제약(헝루이)의 '아이루이카'(AiRuika, 성분명 캄렐리주맙 Camrelizumab)에 이어 4번째로 승인됐다. 중국 내 브랜드명 '바이제안'(Baize'an)이고 유럽 및 아시아 제품명은 ‘테빔브라’다.
테빔브라는 올해 9월 19일, 유럽연합에서 식도편평세포암의 2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중국 개발 면역관문억제제로는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같은 날 공동개발을 진행해온 노바티스가 중화권 및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라이선스를 베이진에 반환한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날 티스렐리주맙의 식도편평암의 1차 치료제로서 FDA 2차 신약승인신청 제출이 공표됐다.
노바티스는 2021년 1월 11일, 베이진과 22억달러(선불계약금 6억5000만달러, 미국 승인 시 13억달러, 판매 마일스톤 2억5000만달러) 규모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FDA 승인 전망을 어둡게 본데다가 미국내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해 계약을 철회했다.
티스렐리주맙의 미국 승인 신청은 2022년 7월 14일,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현장실사 어려움으로 연기됐으며 올해 9월 승인신청이 재제출됐다. 티스렐리맙의 중국내 매출은 올해 3분기까지 9억8900만위안(한화 약 18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중국에서 환급목록(보험급여 적용 대상)에 포함된 면역관문억제제는 토리팔리맙, 신틸리맙, 티스렐리주맙 등 단 세 품목이다.
한편 중국의 첫 번째 면역관문억제제인 토리팔리맙이 지난 10월 27일, 중국 개발 항암제로는 두 번째로, 면역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국 내 상품명은 ‘록토지’(Loqtorzi)로 정해졌다.
중국에서 개발돼 미국에서 승인된 항암제 신약은 베이진(BeiGene)이 개발한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인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 zanubrutinib)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