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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삼중음성 유방암 ADC 치료제 ‘트로델비’ 급여 시동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3-11-08 11:20:44
  • 수정 2023-11-27 20: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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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평원에 급여 신청, 조만간 환자 지원 프로그램도 개시 … 손주혁 교수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최근 건강보험험심사평가원에 삼중음성유방암(TNBC) 항체약물결합체(ADC) 신약 ‘트로델비주’(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 Sacituzumab Govitecan-hziy)의 보험급여를 신청하며, 급여 전까지 환자들의 약제비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연내에 시작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은 재발성 혹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최후방' 약제로서 생존 혜택을 입증한 트로델비의 임상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국내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길리어드는 이날 트로델비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트로델비는 최초의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로,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두 번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트로델비는 최근 항암제사업부를 신설한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항암 신약이기도 하다. 현재 길리어드는 유방암, 거대B세포림프종 등 주요 고형암과 혈액암 분야에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으며, 그 중 6개 암종은 이미 미국과 유럽 승인을 확보하고, 이밖에 14개 암종에 대한 임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특히 트로델비는 삼중음성 유방암 외에도 전이성 방광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 분야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 중이며, 길리어드는 2030년까지 이들 암종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해 전 세계 50만 명 이상의 암 환자에게 트로델비의 치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트로델비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변이나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유방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에서 높은 발현을 보이는 'Trop-2' 단백질(표적)과 결합해 종양세포 내부로 세포독성 항암제인 고비테칸(SN-38  glucuronide)을 방출함으로써,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종양 세포뿐만 아니라 종양미세환경까지 파괴하는 효과를 가졌다.


Trop-2를 표적으로 하지만 이를 바이오마커로 삼아 투여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Trop-2는 TNBC의 90% 이상, 편평상피(Squamous) 비소세포폐암의 75%, 선암성(Adenocarcinomas)인 비소세포폐암의 64%에서 나타닌다. Trop-2가 높게 발현되면 TNBC는 취약한 생존율 및 재발률을 보인다. 

[이미지1]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지형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이 모두 음성인 유방암으로,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임상 양상을 보이는 아형”이라며 “다른 유방암 아형과 비교해 전이와 재발의 위험이 높고, 뇌나 폐로 전이되는 경우도 많으며, 재발하거나 전이성인 경우 5년 생존율이 12%(다른 유형의 유방암은 30%)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40세 이하 혹은 폐경 전 여성의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진단 시점 중위 연령은 54세이며, 40세 미만 여성이 진단받을 가능성은 60대 여성보다 높다. 경제 활동이 활발한 젊은 여성 환자들의 투병생활은 사회경제적 손실로도 연결될 수 있다.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전이와 재발 위험이 높다. 50% 이상의 환자가 첫 진단 후 3~5년 이내 재발을 경험하고, 전이가 빠르게 진행돼 다른 유형의 유방암의 절반 수준인 평균 2.6년 이내에 전이된다. 특히 일반적인 유방암은 주로 뼈로 전이되는 데 반해, 삼중음성 유방암은 뇌, 폐 등 내장기관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약 70%) 더욱 치명적이다. 


김 교수는 "재발성 또는 전이성 환자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요법으로 사용되나 잦은 다약제 내성, 낮은 반응률 등 한계가 존재하고, 항암화학요법으로 1차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무진행생존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하다"며 "최근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효과를 입증한 신약이 등장했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 여부나 PD-L1 발현율 등에 따른 사용 제한이 있다. 특히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MSD의 항 PD-1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의 경우 PD-L1 발현 양성(CPS≥10)이어야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투여될 수 있다. 


다른 연자인 손주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트로델비의 3상 임상인 ASCENT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ASCENT 임상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에 트로델비와 의사가 선택한 최적의 단일항암화학요법(Treatment of Physician’s Choice, TPC)을 비교 평가한 연구로, 연구 결과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트로델비 치료군에서 11.8개월, 대조군에서 6.9개월로 49%의 사망위험 감소를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각각 4.8개월 대 1.7개월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7% 감소시켰다.


뇌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트로델비는 OS와 PFS를 각각 52%(12.1개월 대 6.7개월, 위험비 0.48), 59%(5.6개월 대 1.7개월, 위험비 0.41) 개선시켰다. 전체 환자군보다 미소하게 나은 성적이다.


손 교수는 “트로델비는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졌으며, 건강과 관계된 삶의 질(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향상을 입증했다”며 “이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에 트로델비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내에서 삼중음성유방암 2차 이상 치료에 ‘에리불린(eribulin mesylate, 제품명 에자이 ‘할라벤주’ )을 사용한 지 벌써 10년 이상 됐는데, 에리불린의 경우 OS 개선만 입증했을 뿐 PFS 개선은 입증하지 못했다”며 “트로델비는 OS와 PFS 모두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한, 임상적 가치가 충분한 치료옵션"이라고 강조했다.


에리불린은 해양 해면동물에서 추출하는 halichondrin B 유사체로 암세포의 미세소관(microtubule)을 중합해제(depolymerizing)시켜 유사분열 정지와 그에 따른 세포사멸을 유도한다. 이런 세포독성 효과는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 항암작용을 하게 된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에서 수명연장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현재 국소 진행성(또는 재발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서 키트루다가 1차 치료에 화학요법제와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돼 있지만 아직 비급여에 머물고 있다. 반면 트로델비는 3차(2차 이상 후 사용) 치료제라서 급여를 받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밖에 PD-1/PD-L1 억제제 면역항암제로는 처음으로 2019년에 절제수술 불가,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mTNBC)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던 로슈의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가 있다. 미국에서 가속승인 후 유효성 미비로 이 적응증을 자진 취하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이 적응증이 인정되고 있다.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는 1차 치료제다. 다만 PD-L1 발현 비율(종양침윤면역세포[에서 염색된 PD-L1 비율)이 1% 이상이어야 한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의 PARP저해제(poly ADP-ribose polymerase Inhibitor)인 ‘린파자정’(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은 gBRCA 변이 양성, HER2 음성 고위험 조기 유방암 또는 전이성 유방암의 표적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로슈의 ‘허셉틴주’(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trastuzumab)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및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제다. 다이이찌산쿄의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인 ‘엔허투주’(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fam-trastuzumab-deruxtecan-nxki)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항 HER2 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치료제다.


손주혁 교수는 “키트루다가 트로델비와 경쟁한다고 볼 수 없다. 모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약들로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모두  급여가 됐으면 한다”며 “트로델비가 무진행 생존기간을 항암화학요법 대비 5개월 연장한 것은 환자에게 소중하며, 치료반응이 좋은 환자는 10~15개월 늘어나기도 해 임상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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