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영아용 혼합백신의 첫 국산화에 나선다. 이 회사는 최근 ‘정제 백일해’(acellular Pertussis, aP) 기반 6가 혼합백신 ‘APV006’의 국내 임상 1상에 첫 시험자를 등록했다고 1일 밝혔다.
‘APV006’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뇌수막염, B형간염 등 6개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5가(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뇌수막염) 백신 대비 접종 횟수를 2회 줄일 수 있다.
LG화학은 서울대병원에서 건강한 성인 42명을 대상으로 ‘APV006’과 기존 상용 6가 혼합백신(대조백신 사노피 ‘헥사심프리필드주’ ) 간 안전성 및 면역원성을 비교 평가할 예정이다.
사노피 헥사심은 ‘APV006’ 전임상시험 결과 독성 및 안전성, 효력 시험 모두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이 ‘APV006’ 개발에 나선 것은 해외 제조사의 국가별 공급전략, 품질이슈 등이 국내 백신 수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고객이 선호하는 혼합백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2021년, 2022년 예상치 못한 해외 제조사들의 일시적인 공급 중단으로 인해 국내 영아 예방접종 대란이 현실화된 바 있다. 당시 단일백신을 다회 접종해야 했던 많은 보호자들이 고통과 불편함을 호소했다.
현재 무료로 접종 받는 국가필수 예방접종 사업에는 4가, 5가 혼합백신이 포함돼 있다. 2021년부터 국내 공급이 시작된 6가 혼합백신도 추후 국가사업 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6가 혼합백신 국내 공급사는 사노피 단 한 곳에 불과해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추가 공급사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6가 백신은 사노피 외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인판릭스 헥사’가 외국에서 허가돼 있으나 국내서는 아직 승인 및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APV006’ 임상개발 및 시설 구축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 2030년내 국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수급난 우려 속에서 6개 백신의 모든 원액 제조기술을 내재화해 우리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필수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개발 과제”라며 “적기 투자를 통해 국내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진출 국가를 지속 확대해 전세계 감염질환 예방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국제기구 조달시장 진입을 목표로 전세포 백일해(whole cell pertussis, wP) 기반 6가 혼합백신 ‘LBVD’ 임상 2상도 진행하고 있다. 백일해는 백일해균 전체를 적용한 ‘전세포 백일해(wP)’ 항원과 이의 안전성을 추가 개선하기 위해 백일해균의 특정 항원만을 적용한 ‘정제(aP) 백일해’ 항원으로 나뉜다. 사노피와 글락소의 6가 백신은 정제 백일해 기반 백신이다.
저개발국에 백신을 보급하는 국제기구 외에 대부분의 개별 국가는 정제 백일해 항원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LG화학은 6가 혼합백신 사업의 이원화 전략을 통해 전세계 공중보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즉 wP 기반 6가 백신은 국제기구에 납품하고, aP 기반 백신은 내수용 및 수출용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LG는 이미 wP 기반의 5가 백신인 ‘유펜타’(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뇌수막염)를 저개발 국가 수출용으로 개발해 공급 중이다. wP기반의 6가 혼합백신은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임상 2/3상 시험 중으로 2025년 9월 임상시험이 종료될 예정이다. 동남아 지역에서 피험자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5월 소아마비백신 ‘유폴리오’와 ‘유펜타’로 긴급구호아동기금 유니세프(UNICEF) 입찰에 참여해 총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소아마비백신 유폴리오를 2024년~2025년까지 2년간 1억 달러(약 1350억원), 5가 혼합백신 유펜타를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억달러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으로 LG화학은 전 세계 약 8000만명 영유아의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을 공급하게 된다.
LG화학의 경우 소아마비백신 공급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연간 6000만회(도즈) 이상 분량의 유폴리오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1996년 B형간염 백신 ‘유박스’를 시작으로 2016년 유펜타, 2020년 유폴리오에 대해 WHO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PQ) 인증을 획득하면서 백신 사업 경쟁력을 높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