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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1차 폐암 치료제 ‘렉라자’ 대규모 동정적사용(EAP) 통해 시장 안착 노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7-10 14:06:30
  • 수정 2023-07-11 18: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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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르면 연말경 급여 개시 예상, 최대한 많은 환자에 혜택 부여 … AZ, 환자유인행위로 공박 예상

유한양행은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돌연변이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인 ‘렉라자정’(LECLAZA, 레이저티닙 메실산염일수화물, lazertinib)이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의 1차 치료제로 허가받음에 따라 의약품의 신속한 공급을 위해 조만간 대규모 EAP(Expanded Access Program, 동정적사용프로그램)를 시행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EAP는 흔히 동정적사용(compassionate use)으로 불리며 Early Access Program, Patient Sponsoring Program(PSP) 등으로도 통한다. 말기암 등  난치병에 걸린 환자가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할 상황에 이를 경우 보건당국이 시판승인(또는 건강보험급여 개시) 전에 신약 또는 신약후보물질을 무상으로 공급해 치료기회를 주는 제도를 말한다. 환자의 경제적 상황과는 무관하며, 어떤 범위의 환자에게 혜택을 줄지는 제약사의 재량과 보건당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렉라자 1차 치료제 적응증 확대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폐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렉라자를 통해 얻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 유한양행의 기업이념을 실현하겠다는 차원에서 EAP를 실시한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될 때까지 EAP를 통해 원하는 모든 환자들이 렉라자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렉라자의 1차 치료제로서의 급여 개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초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3세대  TKI로서 렉라자와 같은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의 1차 치료제인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으로 시장을 선점한 아스트라제네카(AZ)의 반발이 예상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오는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한양행을 공박하는 논리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타그리소는 현재 1차 치료제 급여 확대를 시도 중이다. 국내서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효과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재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타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은 1065억원으로 폐암 시장을 거의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유한양행 렉라자의 EAP가 공정경쟁규약에서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 렉라자가 급여를 받지 않았지만 이미 시판허가를 받았고, 2차 치료제로 급여가 이뤄지고 있는 이상 EAP를 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조욱제 사장은 “사회공헌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유한양행의 기업이념에 따라 폐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빨리 환자들에게 렉라자의 치료 혜텍을 제공하겠다”며 “유한양행은 공식적으로 창업주인 고 유일한 회장의 유언에 따라 공식적으로 사회환원을 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특히 “3세대 EGFR TKI 치료를 받고 싶으셔도 경제적 여건으로 어려워 국회나 청와대를 통해 민원을 넣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안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며 “환자유인행위 가능성에 대해 저희도 염려를 많이 했으나, 환자유인의 목적 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EAP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만큼, 당당하게 잘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조병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일선의 의사 입장에서 보기에 EAP는 환자들에게 엄청난 축복”이라며 “의료 일선에서는 EAP를 시행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함에도 아무런 연구비도 지원받지 못해 부담이 크지만, 환자들에게 엄청난 이득을 줄 수 있고, 오로지 환자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조병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왼쪽)와 강진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렉라자의 차별화된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수가 1차 치료제 승격의 근거가 된 LASER301 연구의 주요 결과와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이어 강진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한국인 피험자에 초점을 맞춰 임상결과를 상세 소개했다.


LASER301은 이전에 치료경험이 없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3세대 EGFR 표적치료제인 렉라자와 1세대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정’(IRESSA, 성분명 게피티닙, gefitinib)을 1대1로 비교해 렉라자의 우월한 입증한 렉라자의 두 번째 글로벌 3상 임상이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유럽임상종양학회 아시아 총회(ESMO Asia 2022)에서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 초대됐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피험자들은 13개국 96개 의료기기관에서 모집된 총 393명으로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는 18세 이상 EGFR 변이 양성(엑손19 결손 돌연변이(Ex19del)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돌연변이(Ex21 L858R)가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참여했으며, 뇌전이가 있으나 신경계가 안정된 환자들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렉라자 투약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20.6개월, 이레사 투약군은 9.7개월로, 렉라자 투약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55% 더 낮았다(HR=0.45).


특히 뇌전이 있는 환자에서는 렉라자 투약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16.4개월, 이레사는 9.5개월로 렉라자 투약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57% 더 낮았다(HR=0.43)다. 


뇌전이가 없는 환자에서도 렉라자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20.8개월, 이레사는 10.9개월로 역시 렉라자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56% 더 낮아(HR=0.44), 뇌전이 여부에 따른 이레사 대비 렉라자의 이득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EGFR 돌연변이형에 따른 하위 그룹 분석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엑손19 결손 돌연변이(Ex19del)를 가진 환자군에서 PFS는 레이저티닙 투여군 20.7개월, 게피티닙 투여군은 10.9개월로 나타났다. 


또 엑손 21 L858R 치환 돌연변이(L858R)를 가진 환자군에서는 레이저티닙 투여군은 17.8개월, 게피티닙 투여군은 9.6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Ex19del을 가진  환자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Ex21 L858R 치환 돌연변이 환자군에서도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입증한 게 고무적이다. 이들 2가지 변이는 전체 EGFR변이의 90%를 차지한다. 전체 폐암의 85~90%가 비소세포폐암이며, 이 중 EGFR 변이가 28%(국내서는 30~40%)를 차지한다. 


인종별로는 아시아인에서 렉라자 투약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20.6개월, 이레사가 9.7개월로 집계됐으며, 비(非) 아시아인에서는 렉라자 투약군이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에 이르지 않은 반면, 이레사군은 9.7개월로 집계됐다.


조병철 교수는 “3세대 TKI 중 PFS 중앙값이 20개월을 넘긴 것은 렉라자가 유일하다”며 “그동안 마땅한 치료약제가 없었던 L858R 치환 돌연변이에 렉라자가 놀라운 효과를 보여준 점, 현재 각축을 벌이고 있는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들이 엇비슷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에 대해 동등한 유효성 데이터를 보유한 것은 타그리소 외에 렉라자가 유일하다는 점, 뇌전이 비소세포폐암에서 다른 항암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치료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렉라자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EGFR 표적치료제들이 뇌전이 환자나 아시아인, L858R 변이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렉라자는 환자의 인종이나 종양의 특성, 뇌전이 유무에 상관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LASER301에는 아시아인이 66%(258명), 비(非) 아시아인이 135명 참여했다. 아시아인 가운데 한국인이 67%(172명), 전체 환자 중에서는 43%를 차지했다. 다만 한국인에서는 뇌전이 환자나 L858R 변이 환자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결과, 이레사 대비 무진행 생존의 상대위험비가 전체 환자나 아시아인, 한국인 세 그룹 모두에서 거의 유사했으며, 이 같은 결과는 역시 뇌전이 유무나 EGFR 변이 아형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강진형 교수는 강조했다. 


실례로 전체 환자에서 렉라자 투약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20.6개월, 이레사 투약군은 9.7개월, 상대위험비는 0.45로 한국인에서 렉라자 투약군의 20.8개월, 이레사 투약군 9.6개월, 상대위험비 0.41과 유사했다. 근소하게 한국인에서 더 효과적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뇌전이 유무, EGFR 변이 아형에 따라서도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강진형 교수는 “결론적으로 LASER301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관성”이라며 “글로벌과 한국인에서 매우 유사한 연구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 렉라자와 다른 표적치료제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렉라자가 이처럼 기존의 EGFR 표적치료제들과 달리 아시아인이나 L858R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서도 일관된 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전임상의 결과가 임상데이터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조 교수는 “현재로서는 3세대 EGFR 표적치료제 간에 간접비교만 가능한데, LASER301과 기존의 연구의 수치적 차이, 특히 L858R 치환변이나 한국인에서 나타난 수치가 워낙 좋기 때문에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임상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는 이 수치가 엄청난 차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전임상시험을 중시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서 렉라자는 다른 3세대 치료제에 비해 우수했고, 이 결과를 임상시험에도 입증했다”며 “타그리소보다 PFS가 여러 임상에서 1~2개월 더 긴 게 이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비소세포폐암에서 전체 변이의 3%가량을 차지하는 기타 90여종 변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렉라자는 기타 변이에 대해서도 억제 효과가 탁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기타 변이는 암조직이 매우 불안정해서 표적항암제가 표적에 결합하는 힘이 약한데 렉라자는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임상에서 렉라자는 경쟁 3세대 치료제보다 4배 이상 높은 결합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여러 대학교수들이 연구자주도 임상으로 렉라자와 세포독성항암제와의 병용요법을 연구하고 있으나 화학항암제의 독성을 고려할 때 장기생존율 향상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라며 “다른 항암제를 투여하고 나서 3차치료제+화학요법제 병용요법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것과 선제적으로 이 병용요법을 시행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2~3세대 TKI 제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에는 릴리의 ‘알림타주’(Alimta, 성분명 페메트렉시드 Pemetrexed)가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되고 있으나 골수기능 억제(호중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빈혈 등) 부작용이 심한 편이다. 

유한양행의 3세대 TKI 제제인 ‘렉라자정’

 

유한양행 R&D부문 김열홍 대표는 렉라자의 미국 승인과 관련, “렉라자의 미국내 판권은 완전히 얀센 소유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며 “MARIPOSA 임상 결과가 좋게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ARIPOSA 임상은 비소세포폐암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와 얀센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겸 MET 이중 특이적 항체인 ‘리브리반트주’(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 amivantamab-vmjw) 병용요법을 1차 치료제로서 평가하는 3상 임상시험이다.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의학본부장은 “얀센 측에서 올해 하반기 임상 3상 결과 분석에 들어갈 것”이라며 “선행 임상이 좋은 결과를 보였던 만큼 이번 임상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PFS 중앙값이 30개월 이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PFS 30개월의 벽을 넘는다면 항암제 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평가된다. 타그리소에 내성을 보인 환자에 이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MARIPOSA2 연구도 지난해 환자등록이 끝나 현재 임상 초기에 있다.


유한양행 R&D부문 김열홍 대표(전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모든 약이 개발되는 과정을 보면, 선행약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환자들의 전체적인 반응과 생존기간을 연장해왔다“면서 ”렉라자는 전임상에서 이미 기존 약제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에비던스를 갖추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여러 데이터로 나타나 강력한 에비던스를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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