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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탈모약’인줄 알고 받아왔는데 ‘치매약’을 먹었다면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7-03 12:17:26
  • 수정 2023-07-07 11: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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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약품 천안공장 ‘타미린서방정’ 용기에 ‘미녹시딜정’ 라벨 붙여 잘못 유통, 2만병 회수

비(非) 치매 환자가 타미린(갈란타민) 복용하면 구역, 어지럼증, 식욕감소 부작용  


탈모약으로도 쓰이는 고혈압 치료제인 현대약품의 ‘현대미녹시딜정’(성분명 미녹시딜) 용기에 치매 치료제인 ‘타미린서방정’(갈란타민 하이드로브로마이드)이 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제조사인 현대약품이 제품을 회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현대약품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미녹시딜정 30정 제품 가운데 제조일이 올해 5월 15일이고 사용 기한이 2026년 5월14일까지인 제품을 자진 회수 중이다. 현대약품은 회수 대상 제품이 1만9991병 생산됐다고 밝혔다. 


미녹시딜정은 고혈압 치료제지만 발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프 라벨(허가 용도 외 의사 판단에 따라 처방) 탈모 치료제로도 흔히 사용된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 용도로 개발되다가 두피 혈관의 확장 작용을 통해 모발이 난다는 게 입증되면서 현재는 주로 국소도포 외용제로서 탈모 치료에 적응증을 가진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약품은 “현재 확인된 사례는 한 병이고,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에 회수돼 이를 복용한 소비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난 2일 해명했다. 이번 신고는 한 약사가 약을 판매하기 전 약 용기와 내용물이 다른 것을 발견하면서 이뤄졌다. 


미녹시딜정과 타미린정은 현대약품 천안공장 같은 라인에서 생산돼 한 약의 생산 공정을 마치면 설비를 청소한 뒤 다른 약을 만드는 방식으로 생산이 이뤄진다. 현대약품은 이 과정에서 타미린정 공정에 있던 약 한 병이 미녹시딜정 공정에 섞여 들어가 미녹시딜정 라벨이 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타미린정이 들어간 미녹시딜정이 추가로 유통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날 생산된 제품 전체를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2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제품이 잘못 들어간 경위와 복용한 소비자가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식약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보상이 필요한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법적 절차에 맞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3일 두 가지 약의 혼합 포장은 아니고 포장라벨을 잘못 붙인 오류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복용 전 의약품의 외형을 보고 식별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미녹시딜정은 윗면에 MNT가 각인돼 있는 반면, 타미린서방정은 윗면에 HDP, 밑면에 G8이 각각 각인돼 있다고 구분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미녹시딜은 코팅이 안 돼 빛이 나지 않지만 타미린은 코팅이 돼 표면이 매끄럽다. 


대한약사회는 만약 탈모 용도로 약을 구입한 환자가 치매 약을 잘못 복용할 경우 1급 위해라고 규정했다. 탈모 치료를 위해 경구약을 복용할 정도의 환자라면 대체로 30대가 넘고 60대 이전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피나스테라이드와 두타스테라이드처럼 허가된 경구약이 있는데도 미녹시딜을 복용할 정도라면 탈모 개선이 안 되거나 지지부진한 더 난치성일 가능성이 높다. 


갈란타민(galantamine)은 수선화과(Amaryllidaceae) 갈란투스(Galanthus)속에 속하는 몇몇 식물의 구근과 꽃에서 추출한다. 참고로 수선화와 석산(꽃무릇)은 수선화과 수선화속에 속한다. 갈란타민은 의약품 용도로 합성하기도 한다. 


갈란타민은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를 억제함으로써 뇌내 신경 시냅스에서 콜린의 농도를 높이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치매의 발병 기전 중 하나가 아세틸콜린의 분비 부족으로 보기 때문이다. 콜린성 작용을 하기 때문에 구역, 구토, 두통, 식욕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다. 특히 치매가 아닌 사람이 복용할 경우 이런 부작용은 더욱 두드러진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았는데도 치매 예방 차원에서 갈란타민을 불법적인 차원에서 구매해 복용한다면 당연히 이런 부작용을 겪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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