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항 PD-1 면역항암제 ‘젬퍼리주’(Jemperli 성분명 도스탈리맙 dostarlimab)가 지난해 12월 14일 국내 허가를 받은 지 반년 만에 급여 첫 관문을 통과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의 2023년 제4차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젬퍼리는 ‘이전에 백금기반 전신 화학요법의 치료 중이거나 치료 후 진행을 나타낸 재발성 또는 진행성 불일치 복구결함(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H) 자궁내막암 성인 환자 치료’에 급여기준이 신설됐다.
국내외에서 자궁내막암은 미충족 수요가 커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암질심을 통과했다. 젬퍼리에 앞서 같은 계열의 한국MSD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일본 에자이의 다중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인 ‘렌비마캡슐’(Lenvima 성분명 렌바티닙 Lenvatinib)과의 병용요법(2021년 12월)으로 허가를 획득했지만 현재 보험급여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GSK는 이 같은 국내 상황을 고려해 올해 초부터 국내 16개 주요 의료기관에서 동정적사용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 EAP)을 통해 젬퍼리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중국계 안텐진(Antengene)제약이 국내에 도입한 최초의(first-in-class) 엑스포틴1(exportin 1, XPO1) 억제제 '‘엑스포비오정’(Xpovio, 성분명 셀리넥서 selinexor)이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5차 치료제로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
엑스포비오는 ‘이전에 네 가지의 치료 요법에서 적어도 두 가지 프로테아좀 억제제, 적어도 두 가지 면역조절 이미드 치료제, 적어도 한 가지의 항 CD38 항체 치료를 받은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성인 환자 치료에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으로 급여기준이 정해졌다.
엑스포비오는 핵 수송 단백질(Nuclear export protein)인 XPO1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로, 202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5차 이상 치료에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3차 이상 치료에 단독요법으로 승인받았다.
안텐진은 당초 엑스포비오가 가진 두 가지 적응증 모두에 대해 급여 신청을 진행했지만, 림프종 적응증은 급여기준 설정에 실패했다.
엑스포비오는 미국 카리오팜테라퓨틱스(Karyopharm Therapeutics)가 원 개발사이며 2018년 5월 안텐진이 중화권 및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판권을 획득하는 독점적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는 미국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여서 KPT-9274란 개발코드명의 신약후보를 안텐진에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엑스포비오는 2019년 7월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으로 다발성골수종 5차 치료제로 처음 허가를 받았고, 중국에서는 2021년 12월에 이 적응증을 처음 획득했다.
아울러 환자분담률 30%로 선별급여가 적용되던 전립선암 치료제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엑스탄디연질캡슐’(Xtandi 성분명 엔잘루타미드 Enzalutamide)과한국얀센의 ‘자이티가정’(Zytiga 성분명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Abiraterone acetate)는 필수급여(환자분담률 5%) 전환을 위한 첫 문턱을 넘었다.
두 약제는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 치료에 안드로겐 차단요법(ADT)과 병용요법'으로 급여 적용되고 있다. 얀센 자이티가가 2021년 4월 고위험 mHSPC 환자에서 선별급여 적용되자, 아스텔라스 역시 작년 mHSPC 적응증에 대한 엑스탄디 급여확대를 신청하며 선별급여 획득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얀센의 후발 mHSPC 치료제 ‘얼리다정’(ERLEADA, 성분명 아팔루타미드 apalutamide)이 적응증인 mHSPC 환자에서 필수급여를 인정받자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동일 질환에 대해 얼리다정 못잖은 효능을 가진 두 약제의 환자 본인분담률이 높은 상태로 남아 있자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에 엑스탄디와 자이티가를 보유한 두 제약사는 곧바로 선별급여에서 필수급여로의 전환을 신청해 이번 암질심을 통과했다. 현재 아스텔라스는 엑스탄디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시적으로 본인분담 차액을 일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슈 ‘가브레토캡슐’(Gavreto, 성분명 프랄세티닙 pralsetinib)과 한독 '빅시오스리포좀주'(VYXEOS LIPOSOME, 성분명 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의 급여신설 안건이 올라왔지만 ‘급여기준 미설정’으로 결론이 났다. 가브레토는 갑상선 수질암 및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RET 억제제로, 이번이 첫 번째 급여 도전이었지만 급여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국내에서 가브레토의 급여 도전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올해 2월 로슈 본사가 원개발사인 블루프린트(Blueprint Medicines Corporation)에 가브레토 판권을 반환하며, 국내에서도 한국로슈의 가브레토 판매가 올해 연말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브레토는 2022년 3월 29일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블루프린트는 1년 안으로 가브레토를 판매 중이거나 개발 중인 국가에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에선 한국로슈에 이어 가브레토를 담당할 기업이 나서지 않고 있다.
한독이 아일랜드 제약회사 재즈파마슈티컬스(Jazz Pharmaceuticals)로부터 도입한 백혈병 치료제 '빅시오스리포좀주'도 첫 번째 급여 도전에 실패했다. 빅시오스는 작년 11월 말 ‘새로 진단받은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t-AML) 또는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with myelodysplasia-related change, AML-MRC)’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기존 치료 성분인 '다우노루비신'과 '시타라빈'을 1:5 몰비(molar ratio)로 혼합한 리포좀 제형으로, 골수에서 고농도로 머무르는 시간을 연장시키고 백혈병 세포에 대한 선택성을 높임으로써 항 종양 효과를 개선시켰다. 한독은 예후가 특히 좋지 않은 고위험 AML 환자를 타깃해 빅시오스의 급여 출시를 노렸지만 좌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