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발병 ‘첫 해’에 우울증 발병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발병 나이가 젊을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욱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혜림 임상강사, 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환경연구와 공중보건(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뇌졸중으로 인한 우울증 발병 위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의 경우 대조군보다 발병 첫 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5.02배까지 치솟았고,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위험도도 커져 중증 장애가 남은 경우 9.29배까지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 정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뇌졸중 치료 시작 단계에서 환자의 정신건강을 보듬어야 할 필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혜림 임상강사(제 1저자)는 “뇌졸중 경험 후 1년 내 우울증 발생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보았을 때 뇌졸중 환자들에게 우울증의 위험이 있는지 초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도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뇌졸중 후유 장애가 심할수록 우울증의 위험도 함께 높아졌는데, 65세 미만인 경우이거나 남자에게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졌다. 65세 미만인 경우 대조군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5.39배, 65세 이상인 경우는 2.62배 증가했으며, 남자의 경우 우울증 발병 위험이 대조군 보다 3.78배, 여성은 2.92배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데 대해 환자들이 받는 사회적 압박감과 더불어 뇌졸중으로 인한 생리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창 사회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후유 장애로 인한 좌절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뇌의 변화도 우울증 발병 위험을 키웠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해 우울증과 관련 있는 모노아민 감소와 흥분독성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증가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뇌손상으로 감정과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뇌의 회색질 감소가 일어나는 것도 뇌졸중 환자에서 우울증 위험이 높은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신동욱 교수(교신 저자)는 “뇌졸중을 겪은 대상이 사회적인 측면에서 활동의 범주가 많은 나이와 성별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압박감 속에 우울증을 더 겪을 수 있다”며 “이러한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전홍진 교수(공동 교신 저자)는 “뇌졸중이 발생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사지의 운동 기능에 장애가 생겨 이전의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여기에 우울증이 발생하면 사람을 피하고 집에만 있게 된다. 우울증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사회적 부담은 우리나라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이슈” 며 “뇌졸중 환자들이 더 깊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우울증 예방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