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주로 세균성 장염이 흔한 반면 겨울철 식중독은 여름과 달리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김경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온 다습한 여름과 달리 겨울철 발생하는 식중독은 발생 원인과 양상이 다르다며, 겨울철 식중독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름철에는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세균에 의한 식품의 변질과 오염이 쉽게 이뤄진다. 따라서 여름철 식중독의 대부분은 세균성 장염에 의한 것이다. 겨울철에는 세균성 장염은 적지만, 왕성한 바이러스 증식에 따른 바이러스성 장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경오 교수는 “겨울철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는 세균의 활동을 위축시키지만, 노로바이러스의 경우 영하 20도에서도 상단기간 생존할 수 있다”며 “따라서 냉장고나 냉동고 혹은 한겨울 외부에 둔 음식이라도 오염됐다면 겨울철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장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은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위장관에 작용해 구토나 설사 등의 식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인 바이러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오심,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 같은 전신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성인에게는 설사, 소아에게는 구토증상이 주로 발생한다. 노로바이러스는 60도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성이 유지되고, 일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불활성화되지 않는다. 그만큼 전염성이 강하기도 하다.
영유아나 5세 이하 소아에게 발생하는 로타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특별한 백신이 없기 때문에 평소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은 오염된 생선이나 굴, 조개 같은 수산물을 날것으로 먹었을 때 발생하기 쉽다. 또 수산물을 다루는 조리자가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할 때, 감염자의 분변이나 구토물, 침 같은 분비물에 오염된 음식을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오염된 식수로도 감염을 일으킨다.
김경오 교수는 “서늘하고 건조한 겨울에는 음식이나 식품에 의한 식중독이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바이러스 오염의 경우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며 “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겨울철에도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열에 강한 바이러스 특성을 감안해 음식은 70도 이상에서 5분, 100도에서 1분 이상 충분히 끓여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의 경우 2~3일 지나면 저절로 증상이 완화되지만 별도의 치료제는 없다. 발열, 복통, 구토, 설사 같은 대증적 치료를 진행하고 탈수에 대비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영유아나 고령자의 경우 탈수나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으로 설사와 구토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금식보다는 흰죽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보리차 등을 끓인 후 식혀 마시는 것이 좋다”며 “노로 바이러스 역시 특성 상 150여 종의 변이가 있기 때문에 재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겨울철이라고 끓이지 않은 음식을 함부러 섭취하지 않도록 하고, 무엇보다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