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 뿐 아니라 아기가 고열을 보이는 수족구병 등도 급증하고 있다. 아기가 고열로 병원 이동 중 열성경련까지 일으켜 애를 태웠다는 엄마의 SNS 글도 자주 언급된다. 택시 안에서 아기가 순식간에 열성경련을 일으켜 눈이 돌아가고 몸이 뻣뻣해지며 입술이 검어졌다는 것이다.
팔다리가 늘어지며 의식까지 잃어 119에 전화하니 “평평한 곳에 눕힌 후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해주라” 고 조언해줘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119 조언대로 하니 아기의 입술색이 돌아왔고 병원 도착 후 산소 스프레이 치료로 호흡도 정상이 됐다고 했다.
수족구병도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증상이 발열, 무력감, 피로감, 설사, 구토, 입·손·발의 발진·수포 등이다. 대변이나 침·가래·콧물 등 분비물에 직접 닿거나 오염된 물건을 만지면 전파된다. 증상은 7~10일 이후 사라지는 게 보통이지만 간혹 뇌수막염이나 뇌염, 마비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고열이나 구토, 무기력 증상을 특히 잘 살피고 진료 후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 발병 첫 주에 전염성이 가장 크고 증상이 사라져도 몇 주 동안 전염력이 유지된다. 수족구병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를 비누와 물, 알코올로 소독하는 게 좋다.
열성경련(Febrile seizure)은 체온이 39도 이상 오르면서 하루에 한 번 몸이 떨리는 증상이다. 영유아 100명 중 3~4명꼴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보통 전신적인 증상이 수초에서 10분까지 지속되고, 경련 후 잠깐 졸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생후 6개월부터 만 5세까지 아이에서 주로 발생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 경련이 소실되면서 후유증도 남지 않다. 아이가 열성경련을 겪었는 지 아예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윤종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부모나 형제가 병력이 있으면 발생률이 3~4배 높아져 유전적 소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편도염·인후염·중이염 등 바이러스성 상기도감염이 열성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이라도 열성경련을 겪은 아이의 30~50%에서 재발하고, 약 10%가 세 번 이상 같은 증상을 겪지만 재발 횟수와 예후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경련 증상을 보일 땐 부모나 보호자가 당황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먼저 숨쉬기 쉽게 꼭 끼는 옷을 풀어주고, 주변 공간을 확보해 경련 도중 외상을 입지 않도록 한다. 입 속 분비물이 기도를 막아 질식할 수 있어 아이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분비물이 흘러나오게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련 중 혀를 깨물 수 있으므로 나무젓가락 같은 부드러운 막대기를 치아 사이에 가볍게 물려주는 것도 좋다. 단 차가운 물을 먹이거나, 억지로 팔·다리를 마사지하거나, 손발을 바늘로 따는 등 행위는 삼가야 한다. 또 걱정스러운 마음에 섣불리 인공호흡을 하거나, 아이를 꽉 안거나 업은 채 달리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폐렴은 초기 증상이 발열·기침 등 감기와 매우 비슷하다. 감기는 대부분 가벼운 대증 치료로 2주 안에 저절로 치유되지만 폐렴은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된다. 또 흉통·호흡곤란 등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농흉·기흉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3일 이상 고열이 계속되면서 가래·기침이 심하거나 호흡수가 평소보다 많이 빨라질 때, 갈비뼈 사이와 아래가 쏙쏙 들어가는 흉부 당김 증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요로감염은 발열 외에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배뇨통이 있거나 소변 냄새가 평소와 다를 수 있고 설사·복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방치할 경우 신장 감염, 패혈증 등 합병증이 있기 때문에 발열 증상만 지속되는 어린이도 반드시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희귀 소아 발열질환인 가와사키병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어린이 괴질’로 의심받던 질환인데 급성 열성 혈관염의 일종이다. 다양한 모양의 피부 발진, 결막 충혈, 손·발가락 끝의 부종과 홍반, 임파선염, 결핵예방백신(BCG) 접종 부위의 발적 등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대개 고열과 함께 3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10~15%의 환자는 한 두가지 증상만 관찰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거나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가와사키병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염증을 일으켜 사망·협심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교수는 “아이에게 5일 이상, 39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발진·결막충혈 증상 등이 동반되면 가와사키병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열이 나면서 경련이 있을 때 꼭 감별해야 하는 것이 뇌염, 뇌수막염 등에 의한 경련이므로, 경련이 있은 이후에는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대개의 경우 경련이 15분 이내에 끝나게 되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15분 이상 길게 경련을 한다든지 호흡 곤란이 심하게 와서 청색증이 심해지면, 경우에 따라서 뇌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급히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유수정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체온계와 해열제를 미리 준비해 놓고 아이가 열이 난다고 생각될 때는 체온을 재서 기록한 후 열이 있으면 일단 해열제를 사용한 후 병원을 찾아 열이 왜 나는지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열성경련 응급처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나 보호자가 당황하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알아두면 좋은 열성경련 응급처치법 7가지
1. 질식을 막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2. 목 주위를 조이는 옷들은 벗기고 시원하게 해준다.
3. 해열제는 의식이 돌아온 이후 먹인다.
4.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의 몸을 꽉 잡거나, 주무르지 않는다.
5. 인공호흡을 하거나, 꽉 안는 행동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6. 경련 지속시간 등 경련 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7. 소독되지 않은 바늘로 따는 등의 처치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