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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인류학에 유전학 접목한 스반테 페보 교수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10-04 11:05:02
  • 수정 2022-10-16 06: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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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안데르탈인도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 출현 전에 이미 유라시아에 호미닌 존재 입증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간 진화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스웨덴의 유전학자로서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 소장을 맡고 있는 스반테 페보(Svante Paabo) 교수에게 돌아갔다.  


최근 십수년 동안 노벨생리의학상은 아주 미세한 생리학이나 유전학 관련 분야 학자에게 돌아갔는데 올해는 인류학과 가까운 인류유전학에 배정돼 매우 대중적인 소재가 됐다.


페보 교수는 고유전학 및 고생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고유전학(Paleogenetics)은 고인류(archeoanthropine , 현생인류 이전의 인류) 및 호미닌(Hominin, 멸종된 인간의 조상 :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다름),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르가스테르, 호모 하빌리스 등)에 관해서 연구한다. 인류의 기원 및 진화 과정을 유전체의 기능과 특성을 연구하는 유전학(Genomics)과 접목해 설명한다.


페보 교수는 멸종되었지만 오늘날 인류의 먼 조상이자 친척이라 할 수 있는  있는 네안데르탈(Neanderthal)인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2010년 네안데르탈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네안데르탈인은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 근교 네안데르(Neander) 계곡에서 인골이 발견돼 붙여진 이름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가까운 종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 폭넓게 분포했다. 석기 제작기술을 갖고 있었고 불을 이용할 수 있었으며, 집단 생활을 했고 매장 풍습을 가졌다. 


당초 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의 조상과는 아주 거리가 먼 줄 알았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 결과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진 현대 유럽인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력 등 신체 능력도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월등했고 나름의 문화를 갖고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이 우리 조상이 아니라는 착각은 초기에 발견된 네안데르탈 유골들이 심한 관절염을 앓아 다리와 허리가 구부정했고 이가 다 빠져 있어서 생긴 것이었다. 페보 박사의 유전체 분석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모든 인류의 DNA에 네안데르탈 유전자가 1~4%씩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과 중동으로 이주하면서 이 지역의 원주민이었던 네안데르탈인과 피를 섞었다는 얘기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했을 것이란 가설도 나와 있지만 두 고인류가 공존과 다툼을 반복하다가 환경에 더 잘 적응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 남아 인류의 주종을 형성했다는 게 페보의 연구 결론이었다. 두 고인류가 큰 전쟁을 치렀다거나 대학살에 나섰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현생 인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만, 당뇨병, 남성형 탈모증에 관한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왔다는 가설이다. 수렵과 채집을 하며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적게 먹고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지방을 빠르게 축적하는 쪽으로 유전자가 진화했던 것이다. 현 인류의 면역체계나 감염 반응 등에도 네안데르탈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경로 및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 섞임을 보여주는 지도. 출처 위키피디아

페보 교수는 구체적으로 인류가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재입증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대략 7만~10만 년 전쯤 아프리카를 떠나며 네안데르탈인과 유전학적으로 섞였음을 증명해냈다. 아울러 현생 인류와 멸종한 네안데르탈을 구별하는 유전적 차이를 규명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인류의 시작은 유인원에서 왔다. 덩치가 비교적 크며, 꼬리가 없고, 잡식성인 원숭이들이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사람상과(사람의 조상) 등이 이에 속한다. 


유인원과 호미닌의 중간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있다. 발원지는 동부 아프리카(케냐 에티오피아 일원)이며 남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등에 흩어져 살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현생 인류와는 모습이 다르지만,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송곳니가 원숭이와는 다르게 작고 덜 날카롭기 때문에 원숭이에 가까운 인간으로 알려졌다. 


페보 교수는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고인류인 데니소바(Denisovans)를 발견하는 놀라운 업적을 세웠다. 그는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4만년 된 손가락뼈를 발견해냈는데, 손가락뼈에서 추출한 DNA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이전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던 멸종된 또 다른 고인류인 데니소바인을 찾아냈다. 


이어진 연구에서 데니소바인의 게놈을 해독하며 데니소바인이 현생인류보다 네안데르탈인에 더 가까우며, 오세아니아 원주민에게서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5% 정도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동남아시아나 일부 지역에서는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최대 6% 정도 존재하고 있음도 밝혀냈다. 이 유전자는 낮은 농도의 산소로도 높은 고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오늘날의 티베트인에서 발견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이를 종합하면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거주하고 있을 때 유라시아에는 이미 두 개 이상의 호미닌 그룹(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이 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분석에 따르면 멸종된 이들 호미닌은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으며, 근친교배의 습성을 보이고 있었기에 호모 사피언스가 살아남기 더 유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인간 유전자 코드를 분석하는 연구가 한창일 때, 페보 교수는 다른 과학자들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파보 교수는 오래된 고인류의 낡고 오염된 유전물질에 관심을 두고 많은 학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유전학적 접근을 인류학에 접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대중에게 쉽게 알리고자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Neanderthal Man: In Search of Lost Genomes)”를 저술했고, 한 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페보 교수의 부친은 프로스타글란딘과 관련된 생물학적 활성 물질에 대한 연구로 1982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스웨덴의 수네 칼 베리스트룀(Sune Karl Bergström)이다. 그의 모친은 에스토니아 출신의 화학자인 카린 페보다. 스반테 페보는 어머니의 성을 땄다. 이번에 40년 만에 부자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는 영광을 안게 됐다. 노벨상 역사상 7번째 부자 수상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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