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 및 미국 보스턴에 기반한 여성건강 전문기업 옵스에바(ObsEva, 나스닥 OBSV)는 경구용 고나도트로핀 방출 호르몬(GnRH) 길항제 린자골릭스(Linzagolix)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궁근종 적응증 승인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자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한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지난 7월 FDA는 린자골릭스의 심사 과정에서 검토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할 결함이 있다고 옵스에바에 통보했다. FDA가 지적한 린자골릭스의 취약성이 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궁근종 치료 경쟁약품인 애브비의 ‘오리안캡슐’(Oriahnn)이나 마이오반트 및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마이펨브리’(MYFEMBREE)에 비해 더 큰 골밀도 손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약물 교차시험에서 확인된 바 있다.
옵스에바는 2020년 11월 유럽연합(EU)에 린자골릭스의 자궁근종 치료제 승인신청을 제출해 올해 6월 ‘이젤티’(Yselty)란 브랜드로 승인을 얻었다. 영국에서도 올 6월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21년 9월 16일 신약승인신청이 제출됐으나 예정된 2022년 9월 13일까지 승인 여부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승인 거절 조치로 해석된다.
오리안캡슐은 난소에서 생성되는 에스트로겐의 양을 감소시키는 GnRH 수용체 길항제인 엘라골릭스(elagolix) 성분에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 프로게스틴의 일종인 노르에틴드론아세트산염(norethindrone acetate, 노르에티스테론 Norethisterone과 같은 호르몬)을 소량 함유한 경구용 복합제 캡슐이다. 2020년 5월 29일 자궁근종 동반 출혈 적응증을 획득했다.
마이펨브리는 GnRH 수용체 길항제인 렐루고릭스(relugolix) 40mg 외에 에스트라디올 1mg 및 노르에틴드론 아세트산염 0.5 mg 등이 들어간 복합제로서 2021년 5월 27일 FDA로부터 자궁섬유증(Uterine Fibroids, 자궁근종)에 따른 월경과다출혈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2022년 8월 5일에는 자궁내막증 관련 중등도~중증 통증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반면 옵스에바는 호르몬 추가요법(hormone add-back therapy)이 없는 옵션을 개발해왔다. 호르몬 제제는 골소실 등 폐경기 유사증상 대응에 도움을 주지만 혈전 생성 경고문을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13일 옵스에바는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카차 부흐러(Katja Buhrer)를 비롯해 직원 70%를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4분기 예산을 대부분 삭감해 연간 760만달러를 절감하겠다고 덧붙였다. 옵스에바는 법원 감독 아래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오는 23일까지 이와 관련된 대차대조표 등을 법원에 내야 한다.
옵스에바의 남은 인력은 지난 7월 말에 밝힌 대로 현재 라이선스 양도 계약이 끝난 후속 신약후보물질의 잔여 과정 관리에 투입된다.
우선 잔류 인력은 옵스에바와 오가논(Organon)이 공동 개발 중인 조산 치료제인 경구용 선택적 프로스타글란딘 F2α 수용체 길항제인 에보피프란트(Ebopiprant)의 상용화 과정을 진행한다. 옵스에바는 오가논으로부터 선불계약금 2500만달러를 받았고 개발 및 인허가에 따른 최대 9000만달러의 마일스톤, 시판에 따른 최대 3억8500만달러의 마일스톤, 순매출액 대비 계층화된 두 자릿수 % 로열티를 받게 돼 있다.
옵스에바는 또 시험관 수정을 위한 여성의 임신 및 출산율 개선을 위한 새로운 경구 옥시토신 수용체 길항제인 놀라시반(Nolasiban)에 대한 라이선스를 중국 유유앤바이오사이언스(Yuyuan Bioscience)에게 넘기면서 특정 개발, 허가, 첫 출시 마일스톤 달성시 최대 1700만달러의 마일스톤을 받고, 추가 판매액에 따른 로열티로 최대 1억1500만달러의 추가 마일스톤을 지급받기로 했다. 순매출액 대비 로열티는 높은 한 자릿수~낮은 두 자릿수 %로 설정돼 있다. 놀라시반의 판권은 유유앤바이오의 중화권에만 양도됐으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현재는 다른 국가로 확대할 수 있다고 옵스에바는 지난 7월 밝혔다.
옵스에바의 브라이언 오칼라한(Brian O’Callaghan) 최고경영자(CEO)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구조조정은 과거에 밝힌 부채 구조조정, 라이선스 계약을 진전시키고, 놀라시반 개발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집중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옵스에바는 나스닥위원회로부터 1달러 미만의 주가가 30일 이상 지속돼 나스닥 상장 계약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통지를 받았다. 지난 7월 구조조정 발표 이후 주가가 당시 1.61달러에서 현재 0.20달러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향후 180영업일 동안 옵스에바 주가가 10일 동안 1달러 이상으로 회복되면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재인정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올 여름 초 옵스에바는 주요 주주 지분이 1000만달러 아래로 떨어져 나스닥국제선정시장(Nasdaq Global Select Market) 조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옵스에바는 2주 전에 규정 준수를 회복하기 위한 계획안을 나스닥에 제출했다.
옵스에바는 린자골릭스를 창제한 일본 중부 나가노현 마쓰모토(松本) 키세이제약(Kissei Pharmaceutical)에게 린자골릭스 개발 관련 여러 계약을 반환할 계획이다. 이들 계약과 관련한 총 약정액은 약 620만달러로 계약 해지 시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이런 절차를 오는 10월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린자골릭스 개발 프로그램의 존속 여부는 키세이 손에 달렸다. 하지만 린자골릭스 단독요법이 자궁내막증 적응증에서 설득력 없는 임상 데이터를 내놓음으로써 앞날이 어둡다. 반면 단일 성분 경쟁약인 애브비의 ‘오릴리사’(Orilissa 성분명 엘라골릭스)는 2018년 6월 24일 자궁내막증 적응증을 획득했다. 또 마이오반트의 단독 성분 제제 ‘오르고빅스’(Orgovyx, 성분명 렐루골릭스)는 2020년 12월 18일 진행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제 옵스에바가 76% 이상 폭락한 주가를 회복하고 기사회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오가논과 유유앤바이오사이언스 관련 프로젝트가 성공하느냐 여부와 직결된다. 한편 이젤티의 판권은 키세이가 일본 및 아시아권, 옵스에바가 북미 지역, 영국 런던의 여성건강 전문기업 테라멕스(Theramex)가 유럽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 나눠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