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가 근무 중 쓰러져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한 일을 계기로 병원 응급 위기 대응 시스템의 관리 및 운용 실태에 대한 논란이 다시 고개 들고 있다.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 A씨는 근무 중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병원은 뇌출혈 진단을 내렸다.하지만 당시 이 병원 내부에는 수술을 담당할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었다. 당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사들이 학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성명서에서 “이번 아산병원 간호사의 경우 이미 동맥류가 파열돼 출혈이 이루어진 상황이었고, 피의 양이 많았다면 곧바로 클립결찰술이라고 하는 ‘클립핑’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데 아산병원에선 클립핑 수술하는 의사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전원 시키는 위험성보다 코일링이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코일링으로도 지혈이 되지 않자 다시 급하게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왜 아산병원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고 알려진 곳에서 클립핑 수술을 하는 의사가 없었느냐 하는 점이다. 협회는 “외국에선 클립핑 수술의 경우 신경외과 영역에서 아주 고난이도 수술이라 수가가 매우 높지만, 대한민국에선 전혀 그렇지 못 하다”며 “클립핑 수술의 경우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의 예후도 좋지 않은데다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니 자연적으로 힘들고 수익 창출도 안 되는 클립핑 수술을 신경외과 의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산병원에 클립핑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2명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 명은 해외 연수를, 다른 한 명은 휴가를 간 상황이었다. 협회는 “남은 한 명이 365일 당직을 설 수도 없어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기에, 아산병원도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보여진다”면서도 “한 명이 해외 연수를 나가 있으면 당직 체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클립핑 수술할 수 있는 의사를 추가로 채용했어야 맞다.
물론 아산병원에서 채용하려 했으나 지원자가 없어서 채용을 못 한 것이라고 항변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클립핑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의사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신경외과 전문의들에게 사명감만 가지고 일하라고 하기에는 수익도 안 되면서 어렵고 위험한 수술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핵심 문제를 보면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및 의료 인력의 부족 문제와 원인 및 해결책이 같다”며 “현재도 배출되는 수많은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외면하는 이유를 우리는 사실 다들 알고 있다.
결국 이번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필수 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즉각 필수의료 분야를 시작으로 저수가 체계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의사들의 자발적 필수의료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당시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휴가 중이었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서울대병원에 전원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