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대수명이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2’에 따르면 83.5년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약 15%, 65세 이상 성인 약 30%가 당뇨병을 갖고 있다.
수많은 노인성 질환 가운데 노인성 황반변성과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당뇨망막병증은 별개의 질환이면서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
김지택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지난 6월말 당뇨망막병증의 중증도가 심할수록 ‘황반부 무혈관 부위(FAZ; Foveal Avascular Zone)의 크기’는 확대되고, ‘황반 심층부 모세혈관총(DCP; Deep Capillary Plexus)의 혈관 밀도(Vascular Density)’는 떨어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망막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인 ‘망막저널’(Retina journal, Impact factor 4.256) 최근호에 게재됐다.
당뇨망막병증에 걸리면 고혈당에 의한 만성 염증반응으로 망막 모세혈관이 변성되는데 궁극적으로는 망막 중심부의 황반 부위의 시세포 밀도가 떨어지고 변성이 일어나 시력저하가 온다. 김 교수는 이같은 메커니즘을 실측을 통해 재입증했다.
김 교수는 “황반부 중심의 무혈관 부위는 투명하고 명확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당뇨망막병증 환자에서는 황반부 모세혈관이 변성되면서 무혈관 범위가 넓어지면 당뇨병 환자에게 시력 손상의 빌미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세포 변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인 혈당 조절과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필요하다”며 “당뇨망막병증에서 시세포 변성을 유발하는 가장 주요한 인자는 황반부종이며, 황반부종이 있는 경우 진단 초기에 적극적으로 안구내 항체주사 치료를 받는 게 시세포 변성으로 인한 실명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맥락막의 모세혈관과 시세포 밀도의 연관성을 입증하려다 어려움을 겪었는데.
“안구의 후방은 망막, 맥락막, 공막순으로 바깥에 놓여 있다. 망막의 중심부가 황반이고 시세포(시신경)은 망막과 황반에 두루 분포돼 있다. 해부학적으로 시세포는 맥락막 모세혈관으로부터 확산 과정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따라서 시세포의 밀도나 기능은 맥락막 모세혈관 밀도와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띠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안구광학단층촬영(Optical Coherence Tomography, OCT) 및 안구광학단층-혈관조영술(OCT Angiography) 검사의 기술적 한계로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수식적 비례관계는 있었으나 보수적인 관점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부족했다. OCT는 레이저가 망막 표면에서 맥락막 쪽으로 스캔하며 분석을 실시한다. 이 때 망막 혈관이 맥락막 쪽에 비쳐 보이는 투사 허상이 나타난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이 그림자효과가 나타난 환자들을 제외하고 재분석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는 장비의 기술적 한계와 보수적 통계적 관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 기술적 한계로 맥락막 모세혈관밀도는 측정하기 힘들다고 하셨는데 차후에 대안을 마련해 계속 연구할 계획인가?
“현재 상용화된 OCT장비에도 투사 허상을 제거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으나 한계가 있다. 정상 및 당뇨병이 중증이 아닌 경우 투사 허상이 심하지 않은 데 반해 당뇨가 심하고 황반부종 또는 망막위축이 동반되는 경우에 투사 허상과 같은 보고 싶지 않은 영상(artifact)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당뇨가 심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투사허상 제거 알고리즘을 적용해 추가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노바티스 ‘비오뷰’ 저분자물질로 망막투과성, 황반부종 감소효과 좋아 … 안전성 이슈로 사용은 ‘제한적’
- 당뇨망막병증에서 실명을 피하려면 황반부종의 조기치료를 위한 항체주사치료를 강조했다. 항체주사 치료제 중 라니비주맙(노바티스 ‘루센티스’), 베바시주맙(로슈 ‘아바스틴’), 아플리버셉트(바이엘 ‘아일리아’) 중에서 아일리아가 사실상 승리했는데 라이벌로 등장한 브롤루시주맙(노바티스의 ‘비오뷰’)에 대해 평가한다면?
“아일리아의 경우 신생혈관성(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망막정맥폐쇄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손상,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손상, 병적근시로 인한 맥락막 신생혈관 형성에 따른 시력손상 등 4가지 적응증을 갖고 있는 반면 비오뷰는 아직 습성 황반변성 하나만 국내서 허가돼 있다. 비오뷰는 무난하게 점진적으로 적응증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비오뷰는 분자량이 작아 조직투과성이 우수하므로 더 나은 효과를 보인다. 임상시험에서 황반변성의 망막부종 감소효과가 뛰어나 비교우위가 있다. 그러나 주사 후 무균성 안내염 및 폐쇄성 혈관염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므로, 기존 아일리아가 잘 듣지 않는 경우에만 아주 제한적으로만 사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폐쇄성 혈관염으로 시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첫 투여 이후나 3~4회 투여 후에도 무균성 안내염 등 염증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일리아의 대체제가 될 수는 없다. 미국망막학회(ASRS)에서 비오뷰의 안전성 이슈를 공식적으로 경고하기도 하였지만, 2020년 미국안과학회지 (Americal journal of ophthalmology)에는 비오뷰의 위험성 때문에 비오뷰를 사용하지 말자는 저명한 학자(Philip J. Rosenfeld)의 사설 (Editorial)이 실리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의사들은 황반부종이 심해 아일리아의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에 보완적으로 비오뷰를 사용하는 추세다.”
50대 이하 젊은층 루테인 복용 권장 안 해 … 망막질환자만 선별적 복용해야
- 망막 영양제로 오메가3 지방산, 루테인, 지아잔틴(제아산친) 등을 많은 안과 환자는 물론 환자가 아닌 사람도 찾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
“루테인 및 지아잔틴은 황반을 구성하는 황색의 천연색소다. 하지만 이들 성분은 지용성으로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 식품 형태로 복용하더라도 몸속으로 흡수되는 양이 매우 적다. 따라서 황반변성이 있다면 식품으로 복용하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으며, 특수 고용량 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염두에 둘 점은 루테인·지아잔틴·안토시아닌 제제들을 먹으면 눈으로 가서 질병을 예방하기보다는, 매우 강력한 항산화제로서 만성적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염증반응이 망막의 퇴행이 지속되는 것을 어느 정도 줄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항산화제는 세포독성을 해독하고 염증을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정확하게는 황반변성이 나타난 뒤에 습성 황반변성으로 심화되거나 후기 황반변성으로 진행되는 환자의 비율을 일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루테인도 비타민A와 같은 카르티노이드 황색색소 계열이어서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루테인 제제가 폐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고, 임상시험 대상이 된 복합제 약제 중 비타민A가 흡연자에서 폐암 발생을 증가시켰을 것이란 판단이 내려졌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루테인 섭취는 괜찮다. 최근 홈쇼핑 등을 통해 이들 눈영양제에 대한 과대광고가 쏟아지면서 건강한 사람들도 많이 복용하지만, 사실 건강한 사람에서의 복용 효과는 의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미신에 불과하다.”
- 당뇨망막증의 발병 요인으로 주목할 것은? 일반인이 예방과 치료 증진을 위해 실천할 게 있다면.
“일반적으로 눈과 망막은 지속적으로 빛에 노출돼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빛 노출에 의한 산화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황반변성은 유전인자의 영향이 크며, 당뇨병(고혈당)이라는 만성염증성 환경에서 산화스트레스가 더해지면 당뇨망막병증 또는 황반변성이 발병하게 된다. 현대인은 하루 종일 모니터나 TV, 스마트폰을 쳐다보는데 눈에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건강한 망막을 위해서는 외출 시 자외선 차단을 위한 모자와 선글라스가 필수적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해변가와 강가, 겨울철에는 눈밭과 스키장 같은 곳이 반사되는 자외선으로 눈이 혹사당하기 쉬우므로 유의해야 한다.”
- 황반 모세혈관층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방안이 있는지요?
“혈관은 전신인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몸이 건강해야 눈도 건강하다. 담배를 핀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연기가 자욱한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별로 좋지 않다. 과일이나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성인병을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 안과 의사가 된 계기는.
“의대생은 서전(surgeon)이 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가장 중대한 선택이다. 학생 때에는 심장내과와 신경외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수련과정이 육체적으로 너무 고되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다음으로 미세수술을 하는 전공을 가지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 문방구에서 파는 모든 종류의 프라모델과 RC자동차와 만들어봤다. 혼자 납땜질을 하면서 라디오와 TV를 조립해보기도 했다. 나름 손재주를 살리고자 미세수술을 할 수 있는 전공을 찾다보니 안과 망막 파트가 있었다. 안과는 수술하면서 피를 보지 않는 유일한 과이기도 하고, 광학·물리학 등이 복합된 매력적인 분야다.”
- 의사로서의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낄 때는?
“응급수술을 하며 떨어진 망막을 붙여줄 때, 심한 당뇨망막병증으로 망막이 거의 떨어져 실명 상태인 환자의 눈을 다시 보이도록 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
- 기억나는 환자가 있다면?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할 때 아직 수술에 서툰 병아리 망막의사임에도 어느 개인병원 이비인후과 원장님께서 저에게 망막이 떨어진 눈을 맡겨 주셨다. 응급수술이라 하더라도, 대개 의료계와 통하는 전문직들은 지연 학연 등 인맥을 동원해서 가장 잘 알려진 유명한 교수님께 수술을 받으려 애쓰는데 그 분은 응급실 당직 전임의였던 저에게 수술해 달라고 하셔서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수술은 큰 문제없이 이뤄져 잘 회복됐다.”
-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연구 방향이나 진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계획은?
“당뇨병성 망막질환이나 노인성 황반변성에서 망막내 모세혈관 및 망막상피세포 등의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산화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염증반응을 줄이기 위한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기초연구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망막질환자에 다중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수술은 바람직하지 않아
- 망막질환의 치료와 관련된 잘못된 선입견이나 치료 관행에 대해 지적한다면.
“정상인, 특히 50대 이하의 비교적 젊은층에서 루테인을 먹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실험적으로 루테인은 매우 뛰어난 항산화효과, 항염증효과를 보이지만 예방 효과는 입증된 게 아니다. 따라서 황반변성이나 망막질환이 있다면 망막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금년 초까지 실손보험을 통해 많이 이뤄지던 백내장 노안수술이 보험사의 엄격한 기준으로 올 4월 이후 급감했다. 다초점 수정체를 이용한 백내장 노안수술은 노안 해결을 위해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황반변성 및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제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초점 인공렌즈는 근거리와 원거리의 빛이 모두 눈으로 들어오도록 빛을 나누어 쓰므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드는데, 망막의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수술 후 오히려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망막에 문제가 있다면 노안수술은 반드시 망막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지택(金智澤)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 프로필
학력
2003년 2월 중앙대 의대 의학과 졸업
2007년 2월 중앙대 의대 대학원 의학석사
2014년 2월 중앙대 의대 대학원 의학박사
경력
2003년 3월~2004년 2월 중앙대의료원 인턴
2004년 3월~2008년 2월 중앙대의료원 레지던트
2008년 3월~2011년 2월 군의관 복무
2011년 5월~2013년 2월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2013년 3월~2013년 12월 고려대의료원 임상조교수
2014년 3월~2015년 2월 중앙대병원 안과 임상조교수
2015년 3월~2018년 2월 중앙대병원 안과 조교수
2018년 3월~ 현재 중앙대병원 안과 부교수
2019년 2월~2021년 2월 중앙대의료원 의무기록실장
2021년 3월~2022년 2월 중앙대의료원 교육수련담당
2022년 3월~ 현재 중앙대 서울병원 인재개발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