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폐고혈압센터(이하 폐고혈압센터)가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 치료의 기념비적 전환점을 이끌어냈다.
폐고혈압센터는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에서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을 성공한 이후 올해 6월 현재 300례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폐혈관내막절제수술도 개원이래 100례를 달성하였다. 이런 치료 성적은 국내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은 기록이다.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은 폐혈전이 장기간 폐혈관에 축적돼 약물로는 더 이상 녹지 않을 만큼 굳어 폐동맥압력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우심실부전을 유발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중증 폐혈관 질환으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인구 10만명 당 30 ~ 50명 정도로 희귀한 탓에 진단 자체가 어렵고, 2015년 새 치료법이 국내 들어오기 전에는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제한이 많았다.
당시에는 수술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였으나 수술 난도가 높은데다 수술을 해도 혈관 내 병변을 모두 제거하기 힘든 경우도 많아 결과를 장담키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국의 전문병원들에서도 수술 후 폐고혈압이 남는 환자들이 2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주 작은 혈관에서 만성 혈전이 발견된 경우엔 수술로 제거가 불가능하고, 수술 후 병변을 모두 제거하지 못했을 땐 더 이상 뾰족한 수가 없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애를 태웠다.
해결책은 폐고혈압센터가 냈다. 폐고혈압센터는 해외에서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의 새 치료법이 소개되는 것을 보고, 다학제팀을 구성했다.
새 치료법은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로 하지정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밀어 넣어 좁아진 폐혈관을 혈관용 풍선을 이용해 넓혀주는 시술이다. 이와 함께 수술 성적의 향상을 위해서 세계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미국과 독일의 병원을 방문하여 수술 기법을 업그레이드 하였다.
폐고혈압센터 다학제팀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시술로 가능한 경우, 수술과 시술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환자군을 선별하는 일부터 했다. 초기 진단 단계부터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아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순환기내과 안에서도 전문 분야에 따라 진단과 치료, 관리를 맡은 진단치료관리팀(김덕경, 장성아 교수)과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 시술팀(양정훈, 박택규)으로 나누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심장외과(정동섭 교수)에서 나서고, 질환 특성에 맞추어 호흡기내과(김호중, 박혜윤 교수)도 합류했다. 또 중환자의학과와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유관 부서가 모두 힘을 모았다.
성과는 뚜렷했다. 환자들은 90% 이상에서 폐동맥압력의 개선 또는 증상 개선, 운동기능의 향상을 보였다. 새 치료법인 경피적 폐동맥혈관성형술의 사망률은 0%를 기록했다. 합병증 발생은 6%로 집계됐으나 모두 치료 가능한 상태로 양호하다고 폐고혈압센터는 보고했다.
수술 역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1994년 개원 이후 2015년까지 20년간 42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지만, 다학제 폐고혈압센터 구성 이후 7년이 채 안되어 60명이 넘는 환자가 수술을 받았다. 이 역시 국내 최다 기록이다. 수술 사망률 역시 2%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첫 1개월 내 사망률이 5~19%에 이른다는 알려져 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폐고혈압센터장인 장성아 교수는 “최근 10여년간 급격히 발전한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 치료법을 국내에 앞장서 들여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면서 “치료의 안정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폐고혈압센터는 그동안 쌓은 임상적 경험을 나누기 위해 오는 6월 17일 ‘제1회 SMC 폐고혈압 심포지엄’을 연다.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닥터빌 컨퍼런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열린다. 사전등록은 같은 달 15일까지다. 컨퍼런스 참여시 대한의사협회 연수 평점 2점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