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타비팀(순환기내과 중재시술의 장기육·황병희·이관용 교수팀과 구조심질환 영상의 정우백 교수)이 최근 국내 처음으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황 모 씨(88세, 여)에게 최소 침습법으로 겨드랑이 동맥을 통한 타비시술(TAVI,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황 씨는 큰 부작용과 합병증 없이 중환자실에서 하루 만에 회복한 후 병실에서 건강을 되찾아 지난 4월 15일 퇴원했다.
얼마 전 실신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황 씨는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았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노화된 대동맥판막 때문에 판막이 좁아져 혈액 이동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급사의 위험이 높다. 과거에는 가슴과 대동맥을 직접 열었지만, 최근 고령이나 전신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는 전신마취 없이 타비시술을 시행한다.
실신이 반복되던 황 씨는 급사의 위험도가 높아 빠른 치료 전략이 필요했다. 이전에 심근경색 기왕력이 있어 전신마취의 위험도가 높아 타비시술이 요구됐다. 그러나 전신 혈관에 협착이 심해 양측 대퇴동맥의 가장 좁은 부위는 심한 석회성 협착으로 4mm가 되지 않았으며 대동맥 하방의 가장 좁은 부위도 석회성 협착으로 직경이 5mm 채 되지 않아 타비시술 기구의 통과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타비시술은 허벅지의 동맥을 따라 기구를 대동맥으로 넣어 대동맥판에 기구를 위치시키고 좁아진 판막 사이를 풍선으로 확장한 후 스텐트를 삽입한다. 대부분 허벅지의 동맥을 따라 시술을 진행하지만, 허벅지 혈관이 좋지 않거나 하부 대동맥이 좁아져있는 경우 겨드랑이 혈관이나 뇌로 가는 경동맥 혹은 가슴을 일부 열고서 직접 접근하기도 한다.
장기육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황 씨의 CT와 영상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접근법을 고민한 끝에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와의 통합 진료를 토대로 허벅지 대신 왼쪽 겨드랑이 혈관을 통해 접근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겨드랑이 혈관으로 접근하는 경우 흉부외과에서 국소 수술을 통해 피부를 4~5cm 정도 절개하고 혈관을 노출시키면 타비팀에서 이어받아 혈관에 기구를 삽입해 시술을 시작한다. 시술이 끝나면 다시 흉부외과에서 혈관과 창상을 봉합한다.
하지만 장 교수팀은 황 씨의 겨드랑이 동맥을 분석한 결과 피부 절개와 창상 없이 혈관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시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특히 시술 후 피부에 흉터가 남지 않고 절개 부위 감염 등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장점까지 염두에 뒀다.
장기육·황병희·이관용 교수팀은 황 씨의 왼쪽 손목 혈관을 확보한 후 엑스레이 보조를 받으며 겨드랑이 동맥에 바늘과 기구를 넣고 신속하게 대동맥판막에 인공판막을 삽입했다. 이어 인공판막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기구를 안전하게 제거한 후 겨드랑이 동맥을 촬영해 혈관 손상이 없는지 마지막까지 파악했다.
장 교수는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은 고령이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 획일화된 치료를 적용하기보다 개인별 맞춤 전략으로 접근해야한다”며 “이번 경피적 방법으로 겨드랑이 혈관을 천자해 타비시술을 마치고 이후 지혈도 절개하지 않고 기기를 사용해 지혈하여 하지 동맥이나 복부 대동맥 협착이 심했던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전략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타비팀은 2012년 첫 시술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50례 이상, 연간 100례 이상의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2022년 5월 1일부터 80세 이상 고령 환자에게 실시하는 타비시술이 전면 급여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타비시술의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추후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타비팀은 다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를 위한 세밀한 관리와 맞춤 치료 전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