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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마구 마시는 체육계 … 은밀히 파고드는 금지 약물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3-31 11:51:43
  • 수정 2022-03-31 11: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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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디빌딩·헬스장 이어 스케이팅 선수까지 파문 확산 … 과도하면 성기능장애·탈모·여드름 유발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카밀라 발리예바가 도핑 검사에서 검출된 금지 약물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발리예바는 2006년생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출전한 대회마다 세계기록을 세워 ‘기록 파괴 소녀’로 불렸으며,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도 러시아의 우승을 이끈 인물이다. 그러나 단체전 이후 도핑 의혹에 휩싸였고, 실제로 지난해 12월 채취된 소변 샘플에서 흥분제 약물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과 그 외 지구력 향상 및 피로를 덜 느끼게 하는 약물 등이 검출됐으며, 특히 금지약물은 200배 이상 검출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며 충격을 안겼다. 


이러한 도핑 논란에 대해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과 관련된 모든 이의 신청을 기각했고, 이에 따라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네티즌들은 “도핑 전에는 진짜 너무 이쁘고 잘해서 천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약 때문이었구나..”, “발리 예바 본인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진짜 뻔뻔하다” 등의 반응을 공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1월 캐나다 출신의 보디빌더 그렉 듀셋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종국이 근육을 키우는 과정에서 약물을 복용했을 것"이라며 '로이더 의혹'을 제기해서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최근엔 소셜미디어 등에서 일부 보디빌더가 약을 먹고 단기간에 근육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약투’(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실을 고백한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 열풍이 불었다. 몇년전 일부 헬스장에서 정수기에 스테로이드 약물을 타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작용을 겪은 사실도 함께 알려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약물 남용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약투’ 논란을 일으킨 약물은 ‘아나볼릭스테로이드(단백동화스테로이드)’로 보통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한 남성스테로이드(테스토스테론)를 그대로 쓰거나 화학적 합성을 통해 변화시켜 투여한다. 옥사안드롤론(oxandrolone), 테스토스테론 프로피온네이트(testosterone propionate), 난드롤론 데카노에이트(nandrolone decanoate), 스타노졸롤(stanozolol) 등이 있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단백동화작용을 한다. 근육은 단백질이고 단백질의 핵심 원소는 질소여서 질소축적을 하는 게 핵심 기능이다. 크게 안드로제닉(남성호르몬작용) 및 아나볼릭(근육동화작용)을 동시에 갖는다. 오늘날 근육증강 목적으로 쓰이는 호르몬은 대개 안드로제닉 작용은 최소화하고 아나볼릭 작용은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화학적 합성한 것이다. 


남성갱년기호르몬대체요법(TRT) 제제로 흔히 쓰이는 예나스테론(성분명 테스토스테론에난테이트)이나 네비도(테스토스테론 운데카노산)는 안드로제닉 작용에 초점을 맞췄지만 아나볼릭 작용도 나타내기 때문에 양자가 혼용된 개념으로 쓰인다. 남성호르몬 도핑 논란에 휩싸였던 박태환 수영선수도 네비도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 내 단백합성을 촉진해 근육 세포조직의 성장과 발달을 가져오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 복통, 간수치 상승(간 손상), 단백뇨, 관절통, 대퇴골골두괴사, 팔목터널증후군, 불임, 성기능장애, 여드름, 탈모, 남성의 여성형유방(속칭 여유증)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과다 복용하면 체모가 늘어나고 굵어지며, 목소리가 저음화되며, 드물게 음핵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적발된 이모 씨는 유소년 선수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맞아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며 “원하는 프로야구단이나 대학에 가려면 이 방법을 따르라”고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나 프로선수가 약물 오남용으로 적발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헬스장, 유소년 야구팀 등 일반 생활체육계에서 약물 오남용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추측된다. 심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약물 접종 계획을 짜주는 ‘스테로이드 디자이너’도 등장했다. 이들은 개인별 맞춤형으로 매일 몇 회, 어디에 주사를 놓을지를 가르쳐준다. 이들은 주로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아 몰래 빼돌린 전문의약품과 밀수입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불법 유통·판매하는 공급책들이다. 


지난 4월 전 보디빌더 김모씨(31) 등 12명이 식약처 단속에 적발돼 입건됐다. 이들 이외에도 불법 브로커와 제약회사 직원을 통해 음성적인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구입한 스테로이드 등 약물은 양과 종류도 다양하다. 처음 약투 논란의 중심에서 피트니스계 약물 오남용 실상을 폭로한 경력 13년차 보디빌더 김동현 씨는 “스테로이드와 함께 인슐린, 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 등을 사용했다”며 “지난해엔 20여가지 주사제·경구제를 동시에 사용해 5배 이상 근육이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투약 횟수에 대해선 ”아침에 주사제 3개를 맞은 뒤 3시간 간격으로 5회 투약해 평균 하루에 약 20번씩 주사를 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겪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씨는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장애가 먼저 왔고 엉덩이에 계속 주사를 놓다 보니 피부가 괴사했다”면서 “호르몬 불균형으로 정서가 불안해지고 탈모가 함께 시작됐다“고 밝혔다. 또 “약물을 사용할 때엔 체중이 90㎏ 이상 나갔는데 약을 끊은 뒤엔 17㎏가 빠져 힘이 드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스테로이드 등 약물 사용으로 간이 손상될 것을 우려해 간 기능 개선제 등 다수의 전문의약품을 함께 복용한다. 보디빌더의 화려한 몸을 만들기 위해선 근육량은 많고 지방량은 없는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선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운동만으로는 10~20년 걸려야 만들어지는 몸이 약물을 사용하면 3년 안팎에 불과해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김 씨는 “90% 정도의 보디빌더가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결국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헬스장 등에서 수강생에게 몰래 정수기에 스테로이드제를 섞어 운동효과를 보게 한 것은 이같은 운동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 눈에 보이던 효과가 헬스장에 나오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게 돼 결국 수강생이 헬스장을 다시 찾도록 하는 것이다. 


한 헬스장에서 이같은 피해를 당한 한 여성은 목소리가 남성처럼 변하고 턱이나 다리 등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는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직접 수강생에게 스테로이드제를 권유해 약물 사용을 유도하기도 한다. 


김진욱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최근 남성호르몬 성분 주사제로 몸을 키운 사람들이 무정자증, 발기부전 등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었다”며 “성기능은 한번 떨어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작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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