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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칼로리 맥주니까 안심? 한 병 마시면 삼각김밥 한 개 먹은 셈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3-29 15:08:32
  • 수정 2022-03-29 1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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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지방 우유보다 일반우유 마셨을 때 군것질 줄어들기도...채소 주스는 나트륨 함량 주의 필요

길어져만 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활동량이 줄어 살이 찌면서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다이어트는 섭취 칼로리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기본이지만 운동후 마시는 음료가 중요하다.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한 애주가 이모 씨(38)는 배고픔을 참는 것보다 술을 멀리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알려준 저칼로리 맥주의 존재는 그의 삶에 다시 활력을 되찾아주었다. 일반 맥주보다 열량이 낮다는 저칼로리 맥주는 그런대로 맛이 좋았고 억지로 술을 참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없어 다시 다이어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체중감량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으나 마음의 평화를 얻기에는 충분했다.
 

많은 다이어터가 같은 음료라도 되도록이면 저칼로리 제품을 선택한다. 음료 본연의 맛을 내면서도 살 찔 걱정이 없어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Diet)를 흔히 날씬하거나 근육질 몸매를 갖기 위한 체중감량의 동의어로 간주하지만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다이어트는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됐다. 디아이타는 일련의 생활방식 자체를 가리키는 단어로 건강하게 균형잡힌 영양 또는 이를 지향하는 삶을 의미한다. 단순히 적게 먹고 살을 빼는 게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건강한 삶의 양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저칼로리 음료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다이어터의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11년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대 보건센터(University of Texas Health Science Center)의 헬렌 하즈다(Helen Hazuda) 박사가 474명을 대상으로 평균 9.5년 동안 3차례에 거쳐 체중 허리둘레 다이어트 음료 섭취 여부 등을 조사한 결과 다이어트 음료를 마신 그룹이 마시지 않은 그룹에 비해 허리둘레가 70%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감량은커녕 비만을 유발한다니 다이어트의 본래 의미인 건강한 삶과도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결과다. 저칼로리 음료의 실체를 알아본다.
  

저칼로리 맥주 500ml의 실제 열량은 153로 삼각김밥 한 개와 맞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많은 다이어터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일반맥주에 비해 열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나 다이어터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소주 한 병의 평균 열량은 408로 쌀밥 한 공기보다 높아 역시 다이어트에 치명적이다.
 

높은 칼로리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알코올 그 자체다. 알코올은 식욕을 촉진하고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떨어뜨려 술 마신 다음 날 탄수화물 섭취 욕구를 상승시킨다. 칼로리가 낮다고 안심하고 기존보다 많은 양의 술과 안주를 즐긴다면 저칼로리 맥주를 마시는 의미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두둑한 뱃살만 남게 된다.
 

소비자가 알코올 열량에 둔감한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맥주·소주·탁주 등 총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영양성분 자율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열량 등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표시한 제품은 수입맥주 단 한 개에 불과했다. 식품의약안전처가 이미 2017년 주류 영양 표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강제력 없는 권고에 그쳐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100당 칼로리가 30이하인 경우의 맥주 제품에 라이트(Light)’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라이트라는 이름이 붙는 저칼로리 맥주라도 기준 열량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니 얼마나 열량을 낮춘 맥주인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소비자의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다이어터라면 일단 맥주는 열량을 떠나 가급적 멀리하는 게 정답이다. 게다가 건강한 다이어트를 추구한다면 알코올은 무조건 적이다.
  

콜라에 함유된 설탕은 13%로 콜라 한 캔을 다 마시면 설탕 26g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 다이어터들이 맹신하는 다이어트 콜라는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사용해 단맛을 내고 칼로리를 내린다. 그러나 제로 칼로리(0)’를 강조하는 다이어트 콜라의 실제 칼로리는 제로가 아니다. 이는 식품위생법의 규정에 따라 정보를 기재한 것으로 열량이 1005미만일 때는 0로 표시해도 된다. 따라서 다이어트 콜라는 5미만일 뿐이지 실제 0는 아니다. 마시는 양이 많아질수록 칼로리도 함께 높아진다.
 

다이어트 콜라를 비롯한 저칼로리 탄산음료에는 일반적으로 아스파탐이라는 인공감미료가 사용된다.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단맛을 내는 성분으로 막걸리·맥주·소주 등의 주류와 다이어트콜라 등 즐겨 마시는 음료 대부분에 사용된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나 높지만 칼로리는 1001.2로 방울토마토 1개 정도의 칼로리에 불과하다.
 

최초의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비롯한 스테비아, 수크랄로스(sucralose) 등의 인공감미료도 마찬가지로 설탕(sucrose)보다 수백 배 달고 칼로리는 낮다. 하지만 설탕맛에 길들여진 소비자의 입맛을 완전히 충족시키진 못하고 있다. 강재헌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공감미료 중엔 끝맛이 쓴 것도 있고, 단맛을 낸다고는 하나 설탕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대신할 정도는 아니다때문에 칼로리가 아무리 낮아도 안심은 금물이다. 아스파탐을 비롯한 인공감미료가 오히려 식욕을 불러일으켜 다이어트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캐나다 매니토바대(University of Manitoba) 연구팀도 인공감미료가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인공감미료가 든 음식을 먹으면 설탕이 들어 있지 않다는 생각에 더 많이 먹게 되거나, 인공감미료의 단맛에 익숙해져 다른 달콤한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공감미료가 무해하다고 믿고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무작정 많이 마시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무첨가를 강조하는 여러 음료수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저칼로리 탄산음료는 함께 먹는 음식이 고칼로리인 경우가 많이 더 문제가 된다.

 

한 손에는 다이어트 콜라를, 다른 한 손에는 빅맥을 들고 다이어트를 외치는 웃지 못할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저칼로리 음료니까 괜찮을거야라는 생각으로 열량이 높은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칼로리가 낮다는 사실을 의식하면 포만감을 적게 느끼게 될 수 있다. 칼로리에 연연하다 오히려 다이어트에 해로운 식습관만 굳어질 수 있다.
 

시중에는 판매되는 우유는 유지방 함유량에 따라 일반우유·저지방우유·무지방우유로 나뉜다. 일반우유는 유지방이 3.4%, 저지방은 2%, 무지방은 0.1%이하 함유돼 있다. 물론 대부분의 다이어터가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선호하며 건강을 위해 일부러 찾는 소비자도 있다. 일부 카페에서는 고객 기호에 따라 음료에 들어가는 우유를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로 변경해주기도 한다.
 

일반우유가 열량이 높은 만큼 다이어트에 해롭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캐나다에 성 미카엘 병원(St. Michael’s Hospital)에서 진행된 메타분석에서 전유(全乳, whole milk, 일반우유)를 마신 소아가 저지방 우유(reduced-fat milk)를 마신 소아에 비해 과체중 또는 비만 위험이 40% 더 낮게 나타난 것이다.

 

북미 지역 어린이 대부분은 매일 우유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유에 들어있는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캐나다는 비만 위험을 낮추기 위해 2세 이상 어린이부터 저지방 우유를 마시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일반우유와 비만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우유를 마신 어린이가 더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비스킷이나 칩 등 고칼로리 간식을 덜 먹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우유가 칼로리는 조금 높지만 고른 영양섭취에는 유리하므로 특히 성장기 어린이라면 억지로 저지방 우유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만 비만·당뇨병·심혈관 질환자·폐경기 여성에게는 우유 속 포화지방이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저지방 우유를 선택하는 게 좋다.
  

과일은 몸에 좋다는 인식 때문인지 과일주스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건강한 음료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혀에 달콤한 과일은 당연히 당류 함량이 높다. 그게 무가당(無加糖) 주스일지라도 과일 외에 다른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을 뿐, 무당(無糖)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오렌지주스 11개와 오렌지 음료 4개 제품의 당도를 검사한 결과 같은 양의 콜라보다 당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200ml의 콜라에는 22.4g의 당분이 들어 있어있다면 같은 양의 오렌지주스에는 23.5g이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분은 칼로리가 높고, 인슐린저항성을 높이며 복부비만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자극하기 때문에 당뇨병·고지혈증·고혈압 등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채소주스의 칼로리는 과일주스의 3분의 1 정도로 낮은 편이긴 하지만 나트륨이 많으므로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건강에 덜 해롭고 체중감량에도 효과적이라는 저칼로리 음료의 주장은 일면 사실일 수 있으나 대체로 합리성이 부족하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필요한 것은 균형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이지 단순히 칼로리만 낮춘 달콤한 음료가 아닌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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