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국내 오목가슴 수술법을 전수받기 위한 미국 유수 기관들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고 있다.우리나라의 오목가슴 수술 노하우가 본고장인 미국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오목가슴수술법은 20년 전 미국에서 도널드 너스 박사가 처음 개발해 '너스 수술법'으로 불린다.
17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대학 박형주 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미국 이스턴 버지니아 의과대학 소아병원(CHKD)에서 독자 개발한 오목가슴 수술을 집도했다. 박 교수가 그동안 미국에서 수차례의 심포지엄과 초청 강연을 통해 전파한 독창적 수술법(Park’s Technique)을 처음으로 직접 선보인 것이다.
CHKD는 너스 박사가 처음으로 오목가슴 수술법을 개발한 곳이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CHKD에서 박 교수의 수술 집도가 이뤄짐에 따라 미국을 포함해 세계가 인정하는 표준 수술법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의사가 미국 병원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미국의 의술을 뛰어넘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 면허증을 발급받는 절차와 자격 요건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CHKD는 박 교수의 최신 오목가슴 수술법들을 전수받기 위해 버지니아주 의사 면허증 발급을 신속하게 추진해 이번 수술 집도를 성사시켰다. 또 박 교수는 이번 미국 방문 기간 동안 클리블랜드클리닉과 스탠퍼드대에서 ‘흉벽 기형 수술법 – 박형주 수술법(Pectus Deformity Repair – Park Method)'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강연한 지 2년 만이다.
오목가슴은 가슴뼈와 연결된 연골이나 늑골의 일부가 안쪽으로 움푹하게 함몰된 선천성 기형이다. 약 1000명 중 1명꼴로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함몰된 가슴뼈가 심장과 폐를 압박해 기능 장애를 가져오고 미관상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오목가슴 수술법으로는 특수 제작된 교정바를 이용해 지렛대 원리로 함몰된 가슴뼈를 밀어 올리는 너스수술이 있다. 최소침습 수술이지만 교정바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통로를 잘못 찾으면 심장, 폐, 혈관에 많은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수술 후 교정바가 돌아가 재수술이 필요하거나 수술이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합병증 발생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이에 박 교수는 새로운 기술과 기구들을 개발해 교정바가 움직이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등 기존의 문제점을 완전히 극복하고 일그러진 흉곽을 정상 형태로 복원하는 독창적 수술법(Park’s Technique)을 발전시켜왔다. 2013년부터 1500여 명에게 적용한 결과 막대회전율 0%, 수술성공률 99%를 기록하고 있다.
박 교수는 더 나아가 오목가슴과 새가슴을 모두 교정할 수 있는 '샌드위치 수술법'을 개발해 새로운 흉벽 개형술에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양 옆구리에 1cm 정도 최소한의 피부를 절개한 후 교정바를 삽입해 함몰된 가슴뼈는 밀어 올려주는 동시에 돌출된 가슴뼈는 눌러주는 복합 흉벽 기형 교정술이다.
박 교수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너스수술을 시작한 이래 국내 오목가슴 환자 약 70%의 수술을 도맡았다. 3500여 건의 막대삽입술, 3000여 건의 막대제거술 등 총 6500여 례의 오목가슴·새가슴 수술을 하며 세계 최다 수준의 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미국에서의 초청 수술 집도를 통해 CHKD 수술실에서 독자 개발한 오목가슴 수술을 실현할 수 있어 무척 감격스러웠고 독창적 수술법이 의료 선진국들에게 신뢰받는 수술법으로 자리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스수술의 시초 병원에서 독창적 수술법과 샌드위치 수술법 등의 우수성, 안전성을 전파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국제 교류를 토대로 많은 환자가 더 나은 흉벽 기형 수술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