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혈액암인 다발성골수종(Multiple Myeloma, MM)은 비호지킨림프종, 만성골수성백혈병에 이어 발생률이 높은 3대 혈액암이다.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B세포의 한 종류)가 과도하게 증식해 발병한다.
비정상적인 형질세포를 골수종세포(myeloma cell)이라고 부르는데 이 세포는 종양을 만들고, 뼈를 녹인다. 또 골수를 침범해 백혈구·적혈구·혈소판 수치를 감소시켜 빈혈·감염·출혈 위험을 높인다.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를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가 발간한 ‘2021 다발성골수종 진료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하되 최근 나온 2종의 CAR-T 치료제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NCCN의 표준치료는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roteasome inhibitor), 면역조절제(immunomodulatory drug),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등의 3제 복합요법이 일반적이다. 이 때 화학요법제가 면역조절제 대신 쓰이기도 한다.
골수이식(혈액줄기세포이식)이나 다른 치료법이 3제 약물요법에 선행되는 게 원칙이다. 3제로 어려우면 4제 요법이 실시되기도 한다.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roteasome inhibitor, PI)로는 한국얀센의 ‘벨케이드주’(Velcade 성분명 보르테조밉, bortezomib), 암젠코리아의 ‘키프롤리스주’(Kyprolis 성분명 카필조밉, Carfilzomib), 한국다케다의 ‘닌라로캡슐’(Ninlaro 성분명 익사조밉 ixazomib) 등이 있다. 정상세포에는 해를 덜 끼치면서 골수종 암세포의 프로테아좀(손상되거나 불필요한 단백질을 분해, 제거함)을 선택적으로 표적해 억제하고 골수종이 생존하기 어렵게 만드는 약이다.
면역조절제(immunomodulatory drugs, IMiDs, 일명 탈리도마이드 계열)로는 세엘진코리아의 ‘탈리도마이드캡슐’(성분명 탈리도마이드 thalidomide), 세엘진코리아 ‘레블리미드캡슐’(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 lenalidomide), 세엘진코리아 ‘포말리스트캡슐’(Pomalyst 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 pomalidomide) 등이 있다. 종양세포 생성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다발성골수종으로 인한 염증과 부종 증상을 완화해주는 스테로이드 제제로는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프레드니손(prednisone)이 주로 쓰인다.
단일클론항체는 종양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인위적으로 만든 항체를 말한다. 얀센의 ‘다잘렉스주’(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 daratumumab)와 그 개량형인 ‘다잘렉스 파스프로’(Darzalex Faspro, 성분명 다라투무맙·히알루로니다제-fihj, daratumumab·hyaluronidase-fihj),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엠플리시티’(Empliciti 성분명 엘로투주맙, Elotuzumab), 사노피의 ‘살클리사주’(Sarclisa 성분명 이사툭시맙, isatuximab-irfc)가 있다.
다라투무밥과 이사툭시맙은 항 CD38 항체이다. 엘로투주맙은 SLAMF7(Signaling Lymphocytic Activation Molecule Family member 7) 경로를 억제하는 항체다.
재발성·불응성 다발성골수종 환자 치료를 위한 항 B세포 성숙화 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결합체(anti drug conjugate, ADC)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블렌렙’(Blenrep: 벨란타맙 마포도틴-blmf, belantamab mafodotin-blmf, 개발코드명 GSK2857916)이 2020년 8월 6일 미국에서 승인받았다. 항 BCMA 제제로, 또 ADC로 첫 승인이었다.
미국 시큐라바이오(Secura Bio)의 ‘파리닥캡슐’(Farydak 성분명 파노비스타트 Panobinostat, 코드명 LBH589, 국내서는 노바티스 판매)은 파리닥은 히스톤범탈아세틸화효소(histone pan-deacetylase, HDAC) 저해제로는 처음으로 2014년 11월 미국에서 가속승인을 얻었으나 유효성 입증 미흡으로 2021년 12월 적응증을 자진 취하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턴(NEWTON)에 소재한 선택적 핵수송 저해제(Selective Inhibitor of Nuclear Export, SINE) 개발 전문 제약사인 카리오팜테라퓨틱스(Karyopharm Therapeutics)는 ‘엑스포비오’(Xpovio, 성분명 셀리넥소 selinexor)는 2019년 7월 초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으로 재발성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엑스포비오는 XPO1 억제제이자 소분자 억제제로서 엑스포틴1(exportin 1, XPO1, 또는 CRM1, 세포의 핵내 물질을 세포질로 이동시키는 핵수송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핵외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한다. XPO1 단백질은 세포의 핵 안에서 합성된 단백질, rRNA(robosomal RNA), snRNA(small nuclear RNA), mRNA(messenger RNA)를 세포질(cytosol)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암세포에서 XPO1 단백질이 정상 세포보다 높게 발현되는 것이 발견됐다. 엑스포비오는 XPO1이 강제적으로 핵내에 잔류 및 축적되도록 유도, 항암효과를 유도한다.
이밖에 항암화학요법제로는 벤다무스틴(Bendamustine, 브랜드명 심벤다주, Symbenda) △백금착제 항암제인 시스플라틴(cisplatin) △에토포사이드(etpside) △안트라사이클린계(anthracycline) 항암제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리포좀독소루비신(liposomal doxorubicin) △알킬화제인 멜팔란(melphalan)·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등이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는 CAR-T 치료제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의 ‘아베크마’(Abecma: 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클류셀, idecabtagene vicleucel, 코드명 bb2121, 별칭 이데셀, ide-cel)와 라이벌인 얀센바이오텍(Janssen Biotech)과 중국 레전드바이오텍(Legend Biotech)이 공동 개발한 CAR-T 치료제 ‘카빅티’(Carvykti 성분명 실타캅타진 오토류셀, ciltacabtagene autoleucel, 코드명 LCAR-B38M, 별칭 실타셀, Cilta-cel)이다.
아베크마는 2021년 3월 26일 FDA 허가를 받았고, 카빅티는 2022년 2월 28일 승인을 얻었다. 이들 치료제의 적응증은 단백질분해효소 저해제 1종, 면역조절제 1종, 항-CD38 항체(다라투맙 또는 이사툭시맙) 1종 등을 포함해 앞서 4회 이상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성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골수종(RRMM)으로 같다. 둘 다 5차 치료제다.
카빅티는 2개의 B세포 성숙화 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 B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함)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단일 도메인 항체를 포함하고 있는, 구조적으로 차별화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일종이다. 반면 아베크마는 1개의 BCMA를 표적하는 하는 단일클론항체를 포함하고 있다.
둘 다 백혈구의 일종인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채취해 골수종 세포를 표적화하고 죽이는 새로운 유전자(CAR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포함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가해 세포배양을 한 다음 사전에 화학요법으로 CAR-T세포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한 환자의 몸에 재주입한다. 이후 CAR-T세포 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수용체를 표적으로 인식해 결합함으로써 암세포를 파괴한다.
카빅티는 1b/2상 ‘CARTITUDE-1’ 임상시험에서 단백분해효소 저해제, 면역조절제, 항-CD38 단일클론항체 등으로 평균 6회(3~18회)에 걸쳐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는 환자들이 피험자로 참여했다.
1회 치료로 97.9%(97명 중 96명)이 전체반응률(ORR)을 보였다. 또 78%(97명 중 76명)가 엄격한(stringent) 완전반응(sCR)을 나타냈다. sCR은 의사가 치료 후 진단조영이나 기타 각종 검사를 진행했을 때 종양의 징후 또는 증상들이 관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카바크티는 중앙값 18개월에 걸친 추적조사에서 나타난 반응유지기간 중앙값은 21.8개월로 집계됐다. 2년 후 무진행생존(PFS) 달성 비율은 60.5%였으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도출되지 않았다.
반면 아베크마는 12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중앙값 24.8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ORR 73%(94명), 완전반응 33%(42명), sCR 28%로서 표면상 실타셀보다는 밀린다. 반응유지기간 중앙값은 10.9개월이었으나 완전반응 이상을 보인 환자에서는 21.5개월로 더 늘었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8.6개월이었다.
토마스 마틴(Thomas G. Martin)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의 골수종 담당 교수는 “실타셀로 치료받은 환자의 60.5%가 24개월 동안 관해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PFS 곡선이 평평해지다가 끝에 가서 커브를 그리는 것은 관해기간이 향후 30~36개월로 연장되거나 완전치유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존 3제 복합요법제에서 불응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물의 반응률은 20~30%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치료반응 유지기간은 5~11개월로 짧다. 따라서 프로테아좀억제제, 면역조절제, CD38 항체로 치료되지 않는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에겐 두 가지 CAR-T 치료제만이 해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