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꽃다운 나이의 우리 딸이 뇌전증 돌연사로 그제 세상을 떠났다. 남편 전화를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뇌전증 환자였지만 항상 명랑하고 피아노를 잘 치며, 임신 3개월로 곧 엄마가 될 천사 같은 딸이었다."20~30대 젊은 환자들 중 돌연사 위험이 가장 높은 질환이 뇌전증이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돌연사 위험은 일반인의 50배가 넘는다. 한국에 뇌전증 환자가 약 36만 명이 있는데 돌연사의 고위험군은 약 5,000-10,000명으로 추정된다.뇌전증 돌연사는 대부분 혼자 있을 때 전신경련발작(대발작)이 발생할 때 일어난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응급조치(옆으로 눕혀서 호흡을 잘 하게 돕고, 주변에 물건을 치우고, 머리 아래의 옷이나 방석 등 부드러운 것을 받친다.
안경을 벗기고 넥타이 등을 푼다. 맥박이 없으면 심폐소생술을 한다)를 하거나 119에 전화를 하여 살릴 수가 있다. 같은 아파트에서 부모는 거실에 있는데 뇌전증 아들, 딸이 자기 방에서 돌연사로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뇌전증 부모들과 형제자매는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여 대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는다.
뇌전증 환자와 가족을 합치면 약 200만 명이 뇌전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뇌전증 돌연사(영어로 SUDEP=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에 대한 연구비로 미국, 영국 등은 매년 수십-수백억 원을 지원하지만 한국은 연구비 지원이 한 푼도 없다.뇌전증 돌연사를 막는 방법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발작감시장치(seizure alarm device)이다. 뇌전증 환자가 이것을 손목에 차고 있으면 대발작을 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알람이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그럼 바로 119에 연락을 하고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발작감시장치의 값은 약 30만 원이고, 1년 이용료가 약 20만 원이다. 1년에 약 20-30억이면 돌연사 고위험군인 약 10,000명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뇌전증 수술과 신경자극술이다. 뇌전증 수술로 대발작이 완전히 조절되면 돌연사의 위험이 90% 이상 준다. 신경자극술인 미주신경자극기는 뇌전증 돌연사 위험을 1/3로 줄이는 시술로 뇌전증 환자들 중 돌연사 초고위험군 약 1,000명에게 필요한 시술이다.이들은 1년 안에 돌연사를 당할 확률이 50% 이상이다.
1년에 200명씩 약 40억 원이면 5년 동안 1,000명에게 시술이 가능하다. 심장마비의 위험률이 10%가 넘으면 제세동기 삽입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미주신경자극기를 뇌전증 돌연사 초고위험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이 확대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뇌전증 도우미견(Seizure Dog)은 뇌전증 환자가 경련 발작을 할 때 짖어서 주변에 알리거나, 환자 몸 아래 들어가서 환자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경보를 울리는 것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뇌전증 도우미견을 활용하고 있다.
뇌전증 돌연사 위험군 5,000-10,000명과 초고위험군 500-1,000명의 생명을 지키는데 1년에 약 70-80억 원이 필요하다. 노인들의 치매관리 예산은 치매안심센터 운영에 약 2,000억 원, R&D 치매연구에 1,700억 원 모두 3,700억 원이 올해 예산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젊은 뇌전증 환자들의 돌연사에는 1원도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정부는 뇌전증 돌연사 예방에 100억 원을 추경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한국의 젊은 아들, 딸의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 교수는 “젊고 천사 같았던 제 환자 이윤희 씨의 돌연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크게 통감합니다. 오늘 영안실에 갔었는데 도저히 혼자 보낼 수가 없어서 영정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마음이 이런데 남편과 부모님의 고통은 이루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의 돌연사를 막아주세요. 1년에 100억 원이면 10,000명의 젊은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을 지시하여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