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많은 징후가 있기 마련이다. 이를 흔히 ‘하인리히 법칙’으로 설명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겨울철에 다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졸중도 마찬가지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위험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치거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조병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은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아야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잘못 알려진 상식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뇌졸중의 위험신호를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병래 교수의 도움말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뇌졸중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뇌졸중은 겨울철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 뇌졸중은 겨울철에 다발하는 질병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뇌졸중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 병이다. 계절에 따른 뇌졸중 발생에 대한 연구에서도 그 결과는 일정하지 않다. 다만 추운 겨울에는 몸이 갑작스레 움츠러들 듯 체온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말초 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해 평소보다 혈압이 10㎜Hg 이상 높아질 수 있어 뇌졸중, 특히 뇌출혈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는 있다.
따라서 겨울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겁을 낼 필요는 없고 평소 해 오던 건강관리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혈압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충분하다.
잦은 두통이 있으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높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위험신호는 머리가 맑지 않은 멍한 두통이다. 이는 혈액공급이 덜 되면서 머리에 일시적으로 피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이유로 잦은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중년 이후 환자들의 대부분은 뇌졸중 걱정을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통은 뇌졸중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핵심 증상은 아니다.
흔히 머리 여기저기가 혹은 뒷머리가 뻐근하고 땅기거나 쿡쿡 쑤시는 등의 심하지 않은 두통은 단순 긴장형 두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졸중을 의심해야 하는 중요한 증상은 두통보다도 갑자기 발생하는 신체기능 마비다. 뇌졸중은 질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졸지에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증상 또한 갑자기 나타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뇌졸중은 유전질환이다?
자식은 필연적으로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은 가족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뇌졸중 또한 가족력의 영향이 있지만 그 정도가 그리 크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고령)다. 나이가 들면 가족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연로한 부모님이 뇌졸중을 앓았다고 해서 가족력의 영향이 있을까 불안해하며 굳이 미리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50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 뇌졸중을 앓은 가족이 여럿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주의할 필요는 있다. 이 경우에도 무조건 뇌 MRI 검사를 받기보다는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졸중은 노년층의 질병이다?
뇌졸중이 젊은 사람보다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30∼40대 젊은 연령층에서도 뇌졸중 발병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뇌졸중의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인자를 예방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잘 받아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중풍으로 많이 알려진 뇌졸중은 한 번 발병하면 심각한 신체장애를 입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구분한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진 뇌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잘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를 겪을 수 있다. 또 신체의 한쪽이 마비돼 한쪽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감각이 떨어진다.
심한 두통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가 발생해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인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심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고 손놀림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뇌졸중 치료는 골든타임이 있다?
뇌세포는 단 몇 분만 혈액공급이 되지 않아도 손상을 입는다.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다. 뇌세포가 주변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받으며 버틸 수 있는 시간, 즉 골든타임은 최대 3~4.5시간이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면 늦어도 4.5시간 안에 응급치료를 받아야 후유증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뇌는 시간이다(Brain is time)’라는 말이 있다. 뇌졸중은 빠른 시간만이 유일한 응급조치로 증상 발생 후 반드시 3~4.5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아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뇌졸중 발생 시 손·발을 주물러 주면 좋다?
심장은 멈추면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뇌는 특별한 응급처치가 없다. 증상이 발생했을 때 혈액순환을 돕는다며 손과 다리를 주물러 주기도 하는데 도리어 자극이 될 수 있는 만큼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가만히 올바른 자세로 눕혀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의식에 변화가 없는지 살펴보고 경련을 일으킨다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치료 후 재활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뇌졸중 치료에 골든타임이 있는 것처럼 재활치료에도 골든타임은 존재한다. 뇌졸중 발생 후 내과적으로 심각한 합병증이 없고 48시간 내 신경학적 악화가 없다면 재활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문헌에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뇌졸중 발병 1주 이내에 운동을 과도하게 시작하거나 마비된 측의 상하지 운동을 무리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기능 회복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환자의 상태와 회복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해 체계적인 계획 하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최적의 재활이 가능하다.
재활치료 시 초기 3개월 이내 가장 많은 회복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첫 3개월간의 재활치료가 장애 정도를 결정짓는 척도가 되며 6개월까지는 빠른 속도로 좋아지게 되고 6개월이 지나면 회복 속도가 느려지나 보통 발병 후 2년까지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