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희귀난치병인 크론병 치료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크론병을 치료하는 두 가지 줄기 중 하나인 면역억제제(아자치오프린) 투약을 중단하더라도 크론병 재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전체 환자 중 약 25%가 20세 이전 소아청소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병기간이 길 수 밖에 없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재발 우려가 큰 탓에 쉽사리 치료약 투여를 중단하기 어렵다.
문제는 복용 기간이 길수록 약물 특성상 감염이나 종양 발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환자나 보호자 모두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길 애 태우는 이유다.
김미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최연호 교수팀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 사이 중등도 이상의 크론병을 진단 받은 소아청소년 환자 75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최근호에 발표했다.
환자들의 진단 당시 평균 나이는 14.2세로, 생물학제제인 인플릭시맙과 면역억제제인 아자치오프린을 투여 받은 결과 최소 2년 이상 병세가 완화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 중 44명(59%)은 기존과 같이 병용 요법을 지속했고, 31명(41%)은 인플릭시맙 혹은 아자치오프린 중 하나를 중단하거나 둘 다 중단한 뒤 임상적 재발에 관련된 요인을 조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플릭시맙을 중단한 경우 재발 위험이 3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아자치오프린을 중단한 경우는 재발과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진 교수는 “최소 2년 이상 임상 관해를 유지하고, 점막 조직까지 깊은 관해에 들어간 소아크론병 환자의 경우 면역억제제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연구”라고 평가했다. 또한 “다양한 부작용이 예측되는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주사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 부담”이라며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이러한 약물을 언제 시작하고 어떻게 줄여가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지 지속적으로 연구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연호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에도 중등도 이상 소아청소년 크론병에서 생물학적제제인 인플릭시맙의 중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 크론병 최고 권위 학술지(Journal of Crohn’s and Colitis)에 발표해 학계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