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질병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고, 또 각기 다른 질환이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어 단 한번의 검사로 확진하기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선 선별검사와 감별검사(감별진단)라는 이중 검사장치로 증상의 명확한 원인질환을 파악하고 있다.
선별검사는 질병 발생 위험이나 발병 여부를 파악하는 행위다. 특정 질병을 정확히 확진하는 게 아니라 질병 위험도를 평가하고, 질병을 초기에 발견해 완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질환이 있는 사람을 질환자로 판별하는 ‘민감도(진양성률, sensitivity)’가 높은 게 중요하다.
선별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감별진단으로 질병을 최종 확진한다. 감별진단은 실제 질병이 없을 때 ‘없음’으로 검사해내는 ‘특이도(진음성률, specificity)’가 높아야 검사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본다. 질환이 의심되지만 실제 질병은 없는 사람을 제대로 가려내 불필요한 과잉검사나 과잉수술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100%이면 병이 없는데 있다고 잘못 진단하거나, 병이 있는데 진단하지 못한 경우가 한 건도 없음을 의미한다.
보통 이상 증세가 나타나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특정 질환의 발병률이 높은 연령대가 되면 1차 선별검사로 고위험군 환자를 분류한 뒤 2차 감별검사로 질병을 최종 확진한다. 처음부터 2차 감별검사로 확진하면 좋겠지만 감별검사의 경우 대부분 침습적인 방법이라 검사로 인한 부작용 위험, 환자 부담감, 검사 수행인력 부족 등 한계에 부딪힌다. 이로 인해 선별검사로 질병이 의심되는 사람만 선택적으로 분류한 뒤 감별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대장암이나 위암 등 소화기계 암은 암세포가 커지고 다른 부위로 전이될 때까지 특정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정기적인 선별검사로 조기에 진단하는 게 좋다.
국내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는 대장암은 1차 선별검사로 분변잠혈검사, 2차 감별검사로 대장내시경검사를 실시해 진단한다. 대장암 국가검진은 만 50세 이상부터 매년 선별검사로 분변잠혈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 속에 숨어있는 ‘잠혈’,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소량의 피를 검출해 내는 방법이다. 김남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분변잠혈검사는 비교적 간단하고 비침습적이어서 합병증이 없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조기대장암을 찾아내는 진단 민감도가 50%에 그치고, 진행성 용종의 경우 20%로 훨씬 더 낮아진다”며 “채취한 대변 샘플이 온도에 따라 변질돼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적어도 검사 7일 전부터 위장출혈을 유발하는 아스피린이나 소염제, 음주를 피해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고 설명했다.
대장내시경은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넣어 항문, 직장, 대장, 소장 말단 부위를 관찰한다. 대장암 확진을 위한 확실한 방법으로 진단과 동시에 대장암의 전암성 병변인 대장용종을 떼어낼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하지만 장청결제 복용 등에 따른 번거로움, 낮은 검사 신뢰도 등으로 수검률이 33.1%에 그치고 있다.
이밖에 환자 상태에 따라 암세포 전이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복부 초음파검사 등을 선택적으로 실시한다.
국내 암 발생률 1위인 위암은 대장암과 달리 분별잠혈검사 등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위내시경검사로 질병을 진단 및 확진하는 게 특징이다. 위암이 진단되면 초음파내시경, 복부 MRI·CT로 암 침윤 정도와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여성 발생률 1위인 유방암은 선별검사로 X-레이와 초음파를 이용한 유방촬영술을 실시한 뒤 감별검사인 세포·조직검사로 확진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립암센터 유방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40~69세 여성은 2년마다 유방촬영술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유방촬영술은 유방 조직을 납작하게 누른 뒤 X선을 투과시킨 사진을 확대 현상해 판독한다. 단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어 유방이 성장 및 분화하는 20대 이하 젊은여성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국내 여성은 유방암 선별검사 시 X-레이와 초음파검사를 모두 시행하는 게 원칙이다. 박이석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교수는 “국내 여성은 유방조직이 작고 단단한 치밀유방인 경우가 많아 X-레이만 촬영하면 사진상 하얗게 보이고 종양 유무를 판단할 수 없어 초음파검사가 필수”라며 “반대로 유방에 칼슘 성분이 침착된 미세석회는 유방암의 일종인 관상피내암의 특징적인 소견인데, 초음파로는 확인이 불가능하고 X-레이로만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검사를 함께 시행하면 전체 유방암의 90% 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방암 선별 뒤엔 세포검사와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세포검사는 가는 바늘로 병변 부위의 세포를 소량 채취해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유방암의 대부분을 진단할 수 있지만 암세포의 정확한 조직학적 등급(등급이 높을수록 재발 위험도 커짐)을 파악할 수 없고, 침습성 유방암과 상피내 유방암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이로 인해 세포검사로 유방암이 진단됐더라도 조직검사를 병행하게 된다. 조직검사는 유방 조직 일부를 생검용 바늘로 떼어내 확인하는 방법으로 암을 확진하는 최종 단계로 평가되지만 통증, 출혈, 염증 등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최근 도입된 ‘맘모톰(mammotome, 진공보조유방양성종양절제술)’은 유방종양이 의심되는 부위의 초음파영상을 보면서 탐침으로 조직을 뽑아내 검사하고, 3㎝ 이하의 양성종양(혹)을 바로 제거할 수 있는 시술이다. 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 목적으로 이용되며, 병변이 작은 크기의 양성종양일 땐 큰 흉터 없이 바로 절제해 환자만족도가 높다. 단 비급여 항목이라 1회 수술비용은 100만원 안팎으로 비싸 과잉진료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엔 기존 선별검사보다 간편한 유전제분석 선별검사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유전자진단키트 전문 개발업체인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의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검사 키트(U-TOP MSI Detection kit)’는 위암과 대장암에서 특이적으로 발견되는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 MSI)을 판정하는 효과를 인정받아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
현미부수체는 1~6개 염기쌍으로 이뤄진 짧은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유전체(DNA)의 일부로 전체 DNA의 5% 정도를 차지한다. DNA를 복제할 때 이 구간에서 실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불일치 오류를 복구하는 단백질이 없거나 복제 오류를 바로잡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짧은 염기서열의 반복횟수가 정상보다 적거나 많아져 돌연변이를 초래할 수 있다.
지노믹트리가 개발한 ‘얼리텍 대장암검사’는 대장암에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인 ‘신데칸-2’를 대변에서 검출해 암을 조기에 판별한다. 베르티스가 개발한 유방암 진단키트 ‘마스토체크’는 혈액 1㏄에서 유방암 관련 단백질을 측정한 뒤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에 그 값을 입력해 유방암을 판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