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효능·효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이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엔 프로바이오틱스와 함께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신바이오틱스(Synbiotics)’ 등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커지며 다양한 제품군이 소개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있는 ‘생균’,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영양물질과 죽어있는 ‘사균’, 신바이오틱스는 생균과 사균을 적당한 비율로 ‘혼합’한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내 유산균은 생균을 주로 사용하고 마트에서 구입하는 요구르트엔 주로 사균이 들어가 있다. 이들 3가지 부류는 장에 서식하는 유익한 박테리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장 건강과 면역체계를 지키는데 도움을 준다. 인체 내에는 총 400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존재하는데 위에는 박테리아가 거의 없고 하부 장으로 내려갈수록 그 수가 증가한다.
이 때 장내에 형성된 미생물 무리를 장내세균총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장내세균총을 유지시켜주는 박테리아는 유익균이기 때문에 이상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균주도 존재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특정 질환, 건강이상, 노화, 약물복용, 가공식품 남용 등으로 장내세균총 균형이 깨지면 각종 질환 발병의 원인이 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이 장내세균총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균주를 일컫는다. 이 개념은 20세기 초, 일리야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가 유익균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을 위한’ 이라는 뜻을 가진 ‘pro’와 ‘생명’을 의미하는 ‘biotic’ 라는 그리스어의 합성어로 1965년 다니엘 릴라이(Daniel M. Lilly)와 스틸웰(Rosalie H. Stillwell)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이들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다른 생명체의 성장을 촉진하는 미생물에 의해 분비되는 물질’이라고 정의했다.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숙주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했다. 여기에 1999년 살미넨(Seppo Salminen) 등은 숙주에 유익한 작용을 갖는 미생물 제제 또는 성분으로 정의해 생균을 넘어 사균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종류는 계속 새롭게 발견되거나 개발 중이다. 식품 및 제약업계는 식이보충제, 유제품, 의약품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면역체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면역조절물질을 분비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박테리아 균주를 개발하고 있다. 크론씨병과 같은 특정 질환에서 감소되는 장내 박테리아를 회복시키는 개념의 프로바이오틱도 연구 중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도달하기 전 위산이나 담즙에 의해 파괴될 수 있다.
이에 생균으로 제제화할 땐 균주를 단백질, 펩타이드, 다당류 등으로 코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제제의 보관성을 높이기 위한 동결건조(Lyophilization)과정이 이뤄진다. 이는 열에 약한 물질을 건조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물질을 얼린 뒤 그 온도의 수증기압 이하로 압력을 가해 수분을 없애고 냉각기로 내보내 기준 이하의 수분을 함유토록 하는 과정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은 보통 -10~-30도에서 동결건조공정이 이뤄지며 생성된 분말은 장기간 보관이 용이하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장내 유익균의 성장과 활성을 자극해 숙주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난소화성 성분을 말한다. 난소화성 성분은 말그대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프락토올리고당이나 식이섬유, 유산균 사균 등 위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는 물질을 의미한다. 프리바이오틱스 복용 목적은 프로바이오틱스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를 만들 땐 활성대사물질을 최대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균주를 배양한 물질이 원료로 사용된다. 유산, 항생물질, 비타민 등 물질이 증가된 상태의 배양물질은 틴달화공정(Tyndallization)을 통해 멸균된 뒤 보관성을 높이기 위한 동결건조공정을 거치게 된다. 틴달화공정은 식품 등을 멸균하는 방법 중 하나로 100~121도 이하의 온도에서 3일 연속으로 약 15분간 열을 가하는 공정을 말한다.
열과 압력에 약한 물질일수록 온도와 압력을 낮추되 살균기간은 늘리는 방식을 택한다. 유산균은 압력과 열에 취약하므로 최저한의 조건에서 틴달화공정이 이뤄진다. 사균은 죽은 균이기 때문에 활성대사물질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지만 이미 존재하는 물질 자체가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또 틴달화된 균주는 번식이 불가능해 병원성 균주로 변할 가능성이 없어 생균보다 안전하다는 이점이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해한 박테리아가 장에 달라붙거나 성장하는 것을 억제한다. 다른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거나, 산을 만들어 장내 환경의 산도(pH)를 낮춰 항박테리아 작용을 한다. 생균 상태의 유산균은 장내에 3~7일 동안 서식하면서 유해균을 억제하는 활동을 한다고 알려져 소비자는 생균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유통환경에 따라 생균의 생존율에는 제품별로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이를 반영해 시중에는 생균 섭취를 위한 진화된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장용성 제품이나 냉장보관 제품 등이 인기다. 장용성 제품(Delayed release)은 위의 산성조건에서 붕해되지 않고 장까지 가는 특수 코팅을 한 제품을 말한다. 또 일부 업체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생산부터 배송까지 냉장박스에 담아 최대한 생균의 손실을 막는다는 제품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렇게 복용한 생균이 스스로 만들어 낸 젖산이 지나치게 많아 산도가 낮아지면 유산균이 죽게 된다. 생균을 활용한 제품이 각 제조사의 기술력으로 장까지 도달해도 늘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같은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프로바이오틱스는 소장 내에서 외래균을 억제하는 점액에 의해 소실되기 쉽다. 장까지 살아서 가는 생균을 섭취하기가 어렵다면 장내에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가 활동할 수 있도록 사균을 함께 복용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사균은 생균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적은 양으로 장까지 더 많은 유산균을 공급할 수 있다. 보관 측면에서도 온도, 습도, 외부충격 등으로 인한 위험이 없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공공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에서는 김치 속 유산균이 아토피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보통 살아있는 유산균은 온도가 75도에 이르면 10~15초면 사멸한다. 이 때 생균이 사균으로 바뀌게 되는데 생쥐 실험 결과 이런 사균은 증상개선 효과가 생균의 약 60~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균화되면서 남아있는 세포벽이 장에 도달했을 때 면역세포가 이를 탐지하고 면역반응을 증강시키기 때문이다.
사균이라고 해서 월등히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생균과 사균의 부족한 점을 상호보완하기 위해 최근엔 신바이오틱스(Synbiotics)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신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의 혼합물로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의미를 갖는다.프로바이오틱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조합한 것을 일컫는다.
시판 중인 프로바이오틱스는 약 100억 마리, 프리바이오틱스(유산균사균체, 일명 para-biotics)는 약 1조 마리를 함유한 제품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유유제약의 ‘장안에화제’의 경우 유아용은 10대2, 성인용은 8대2로 사균 대 생균의 비율을 맞춘다. 즉 유아용은 사균 1000억 마리와 생균 200억 마리로 제품을 만든다. 성인용은 각각 800억 마리와 200억마리도 돼 있다.
유아용은 10여종, 성인용은 3~5종의 균종으로 만든다. 유아용 중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19종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전부 담은 제품도 허다하다.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처럼 각 균주의 효과를 고루 누려보라는 포석이다. 하지만 유아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변비형, 설사형 외에 다양해서 증상과 체질에 맞는 선택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여러 제품을 접한 뒤 아이에게 맞는 것을 콕 집어내는 수밖에 없다. 유산균 수보다는 필수 유익균(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카세이·플란타룸·아시도필루스·루테리, 비피도박테리움 롱검·비피덤, 엔테로코커스 페시움 등)이 얼마나 다양하게 함유됐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 연구결과에선 대다수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했을 때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복부 내 가스팽만 같은 경미한 부작용을 겪는 것으로 나타다. 다만 최근 연구에선 소아 등에서 장기간 투여했을 때 영향이 밝혀지지 않아 안전성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으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생균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각에선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효과만을 강조할뿐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는 “현재까지도 프로바이오틱스의 정확한 작용과 기능에 대한 동물·인체 실험이 진행 중으로 모든 효과에 대해 맹신은 금물”이라며 “생균 또는 사균을 섭취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복용법, 부작용, 주의사항 등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