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마친 사람 가운데 2명이 돌파감염(접종 후 감염)된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또 최근 5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523명 가운데 35.4%에 해당하는 185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이 이날 발표한 ‘코로나19 주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기본 접종에 이어 부스터샷까지 맞은 2만 6272명 중 2명이 돌파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1차, 2차, 추가접종까지 총 3차례 화이자 백신을 맞은 30대였다. 델타 변이로 부스터샷도 속수무책이지만 방역 당국은 부스터샷이 게임체인저라고 판단, 조기에 실시 하기로 했다.
고령층과 요양병원 입원환자 등의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 이른바 ‘부스터샷’ 시기가 기본접종 완료 뒤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어든다. 50대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접종 간격도 5개월로 단축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돌파감염을 막기 위한 추가접종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연말까지 1378만명의 국민이 추가접종을 받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리는 “신속하고 원활한 접종 진행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예약 참여와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 총리는 “위중증 환자가 500명을 넘어 코로나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며 “60대 이상 고령층은 확진율이 한달 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고 위중증 환자의 82%, 사망자의 97%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이 부스터 샷 접종 시점을 ‘일반 접종 완료 후 6개월’로 정했다가 더 당기겠다고 한 건 고령층에 ‘백신 약발’이 떨어졌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은 이달 2주 차(11월 7~13일) 32.6%로, 10월 2주 차(18.5%)에 비해 1.8배 수준이 됐다. 또 이달 2주 차 하루 평균 중증 환자(447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367명(82.1%)으로, 직전 주 60세 이상 중증 환자 289명에 비해 한 주 만에 27% 올랐다.
2주 차 사망자 127명 가운데 60세 이상 사망자는 123명(96.9%)으로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층이었다. 이는 “기본 접종 후 시간 경과에 따른 ‘접종 효과 감소(Waning effect)’가 나타난 탓”이란 게 방역 당국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미국 연구에 따르면, 델타 변이에 대한 화이자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접종 완료 한 달 뒤 93%에서 넉 달 뒤엔 53%까지로 뚝 떨어졌다. 백신 접종을 한 사람도 접종 끝난 지 넉 달쯤 지나면 면역력이 크게 준다는 얘기다.
60세 이상 고령층뿐 아니라 50대 일부에 대해서도 부스터 샷 접종이 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권 장관은 이날 ‘50대까지도 추가 접종 단축이 들어갈 수 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돌파 감염이 가장 많은 AZ나 얀센을 맞은 분 중에서 ‘나는 좀 빨리 맞아야겠다’고 하는 분이 있으면 50대를 포함해서 6개월보다 빨리 5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에선 15일(현지 시각) 40대에게도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부스터 샷 접종 시기나 접종 대상을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교수는 “특히 60~74세 AZ 백신 접종자들은 이미 항체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이니, 접종 완료 후 3개월 뒤부터라도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고,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요양원에 계신 분들은 부스터 샷 접종 간격이 5개월이지만 이보다 더 당겨야 한다”고 했다.
부스터샷 갑론을박 … 내년 봄 18~49세도 맞게 될까
한편 면역저하자나 고령자는 물론이고 장년층인 50대까지 추가접종 대상이 내려왔지만 18~49세에 대한 추가접종까지 과연 필요한 것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몇몇 나라들이 일반 성인 대상 부스터샷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말부터 고령층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다. 고령자에서 시작해 점점 대상자 최저연령을 30세까지 꾸준히 낮추다가 급기야 지난달 12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의무화했다.
일본은 다음달 의료진을 시작으로 18세 이상 중 2차 접종후 6개월 이상 지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가접종을 실시한다. 호주 시드니, 유럽의약품청(EMA),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 베이징 등이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승인, 실시중이다.
다만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9월 16세 이상의 성인들에 대해 화이자 백신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하려 했지만 미 식품의약국(FDA)의 자문위원회가 이를 반대하고 나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