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2일까지 국내 의약품 허가 및 허가취하 사항을 보면 허가 후 급여를 받는 데 무려 7년이나 걸린 혈액암 치료제인 한국에자이의 혈액암 치료제 ‘심벤다주’(성분명 벤다무스틴염산염)가 3년 만에 시장에서 허가를 자진 취하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심벤다는 2011년 5월 31일 허가를 받고 7년 후인 2018년 9월 리툭시맙과의 병용요법으로 급여화에 성공했다. 100mg 기준으로 병당 28만3793원의 상한가가 적용됐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판매된 기간은 3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약은 림프종,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 혈액암 치료에 쓰이는데 2019년과 2020년 판매액은 아이큐비아 집계 기준 각각 25억원과 22억원에 그쳤다. 자진 취하의 주요인은 3개 제네릭의 등장에 심벤다의 약가가 19만8655원으로 내려간데다 지난해 11월 첫 제네릭인 보령제약의 ‘벤코드주’, 한 달 후 삼양홀딩스의 ‘벤다리드주’, 올해 5월엔 한독테바의 ‘테바벤다무스틴주’가 각각 허가를 얻으며 약가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보령과 삼양의 급여가는 15만1970원이며 테바는 아직 급여가가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에자이는 심벤다의 공급 중단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다. 당시 에자이 측은 “원개발사(세팔론)와 체결했던 사업제휴계약이 2021년 10월 만료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심벤다주의 국내 공급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약은 1963년 구 동독에서 개발돼 1990년까지는 동독에서만 사용됐다. 이어 아스텔라스와 먼디파마가 판권을 분점했으며 2008년 미국 세팔론(Cephalon)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및 비호지킨림프종 적응증을 획득했다.
원개발사와의 사업 종료, 기대 이하의 실적, 제네릭 등장에 따른 수익성 악화등을 이유로 에자이가 떠난 자리를 놓고 제네릭 3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씹어먹는 어린이 영양제 ‘텐텐지츄정’도 27일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약국에서 선호되는 ‘텐텐츄정’에 비해 홍삼30%에탄올건조엑스 등이 더 추가된 이 제품은 몇 천원 다 비싼데다가 홍삼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일부 어린이 고객의 호불호가 갈려 기대보다 저조한 매출을 낸 게 자진취하의 이유로 보인다.
텔미사르탄+암로디핀 복합제 고혈압약인 광동제약의 ‘프리디핀정’이 허가된 지 5년 만에 28일 자진 물러났다. 동화약품의 텔미사르탄+하이드로클로로치아자이드 복합제인 ‘텔사탄플러스정’과 텔미사르탄 단일제제인 ‘텔사탄정’도 11월 5일 자진취하됐다. 같이 승인받은 대원제약의 ‘트윈콤비정’, 삼진제약 ‘에이알비티에스정’, 삼익제약의 ‘베르사체정’, 알보젠코리아의 ‘맥스미카정’ 등이 건재한 데 반해 상대적으로 약한 광동제약, 동화약품의 클리닉 영업력이 퇴출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오노약품공업은 브루톤 티로신인산화효소(BTK) 저해제 ‘베렉스브루정80mg’(Velexbru 성분명 티라브루티닙 염산염 Tirabrutinib hydrochloride)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재발성 또는 불응성의 B세포성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PCNSL) 환자에서 단독요법’으로 지난 11월 8일 승인받았다
이 약은 일본에서 재발성 또는 불응성 PCNSL)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1/2상 임상연구(ONO-4059-02) 결과 480mg 공복 투여 기준으로 객관적반응률(ORR)이 52.9%(17명 중 9명)로 나타났다. 3~4등급에 해당하는 주요 부작용으로는 호중구감소증 및 백혈구감소증, 고중성지방혈증 등이며 각각 11.8%(17명 중 2명)에서 나타났다.
베렉스브루는 아직 표준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의 B세포성 PCNSL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국내에서 승인된 첫 BTK 저해제가 됐다. PCNSL은 처음 발현 시 병변이 뇌척수(안구 포함)에 위치하는 악성 림프종이다. PCNSL 증상은 병변 부위에 따라 국소신경장애, 신경정신증상, 두개내압상승 관련 증상, 발작, 안구 증상, 두통, 운동곤란, 뇌신경병증, 신경근장애 등 다양하다.
종근당은 베링거인겔하임 및 릴리의 ‘자디앙정’(엠파글리플로진)에 프롤린 염을 붙인 퍼스트 제네릭(개량신약)인 ‘종근당엠파글리플로진-L프롤린’을 27일 승인받았다. 자디앙 제네릭을 내놓은 제약사로는 종근당이 50번째에 해당한다. 자디앙의 2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데 2026년 12월 14일 만료되는 특허는 국내 제약사들이 사실상 회피에 성공했고 2025년 10월 23일 만료되는 특허는 살아 있다. 따라서 2025년 10월이 지나면 50개사 100개 품목(한 품목당 2가지 함량 조성)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SGLT-2(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자디앙은 혈당 강하 효과뿐만 아니라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적응증을 지난 8월 미국에서 승인받았고,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개선 효과도 인정받아 지난 9월 미국에서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종근당은 11월 12일에 ‘종근당엠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정’도 허가받았다. ‘종근당엠파글리플로진-L프롤린’에 메트포르민 염산염을 추가한 제품이다.
종근당은 10월 28일 ‘종근당벤지다민염산액’을 허가받았다. 삼아제약 ‘탄툼액’으로 유명한 제품의 벤지다민을 함유한 것으로 치은염, 구내염, 아구창, 발치 전후 소염, 인두염, 편도염, 구강점막염 등에 두루 비급여 처방되는 일반약이다.
SK케미칼은 날푸라핀(Nalfurafine) 염산염 성분의 ‘레밋치구강붕해정’(Remitch)을 26일 승인받았다. 혈액투석환자에서 기존 치료법에 효과가 불충분한 소양증 개선이 적응증이다. 카파 오피오이드 수용체(κ-opioid receptor, KOR) 작용제로서 환각 효과가 없으며 최초의 비 마약성 약물로 평가된다. 오피오이드 길항제인 날트렉손(naltrexone)의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일본에서만 2009년에 허가돼 있다. 당초에는 진통제로 개발되다가 가려움증 약으로 용도를 바꿨다.
제테마는 29일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독소A형 수출용 중등도~중증 미간주름 개선 의약품인 ‘제테마더톡신주200U’를 허가받았다.
태준제약의 방사성 요오드 성분의 ‘아이오브릭스주’ 조영제가 2가지 용량으로 11월 8일 허가받았다.
다파글리플로진 구연산+메트포르민 염산염을 복합한 당뇨병 치료제 개량신약으로 국제약품의 ‘포시디엠서방정’, 넥스팜코리아의 ‘플로가듀오서방정’, 한올바이오파마의 ‘글루다파듀오서방정’, 알리코제약의 ‘다글로메트서방정’. KS제약의 ‘케이듀오서방정’ 등이 29일 무더기로 허가받았다. 11월 8일엔 신풍제약의 ‘신풍다파플러스서방정’이 허가됐다. 10일엔 대웅바이오파마의 ‘대웅바이오다파메트서방정’, 지엘파마의 ‘직듀엘서방정’이 승인받았다. 이들 약은 모두 풍림무약에서 위탁생산된다. 다파글리플로진 제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정’이 오리지널이다. 포시가정은 자디앙정에 비해 미국에서 적응증 확장 속도에서 다소 앞서 나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의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Inhaled corticosteroids, ICS)인 부데소나이드(budesonide), 장시간형무스카린길항제(long-acting muscarinic antagonist, LAMA)인 글리코피로니움(glycopyrronium), 장시간형 베타-2작용제(Long-acting beta2-agonists, LABA)인 포르모테롤푸마르산염(formoterol fumarate) 성분 3제 복합약인 ‘브레즈트리에어로스피어흡입제’(Breztri AEROSPHERE)가 11월 9일 국내 허가됐다. 적응증은 성인에서 지속성 베타2-효능약과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복합요법 또는 지속성 베타2-효능약과 지속성 무스카린 수용체 길항제 복합요법으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의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유지요법(증상 완화 및 악화 감소)이다.
이 약은 2019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신약 승인을 한 차례 거절받고 충격에 휩싸였으나 2020년 6월 24일 이를 해결할 긍정적인 임상연구 결과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었고 그 해 7월 28일 FDA 허가를 받았다.
연구 결과 브레즈트리(PT010)는 이 회사의 기존 2제 복합 흡입제(PT009, 부데소나이드+포르모테롤)에 비해 만성폐쇄성폐질환 증상 발작이나 악화에서 재발 위험을 13~25% 낮추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도 46% 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출의약품(개량신약)으로 도네페질 성분의 치매약 패치제로 셀트리온 ‘도네리온패취’, 아이큐어 ‘도네시브패취’ 등이 허가됐다. 셀트리온은 아이큐어에 위탁생산한다.
한국얀센의 경구용 무좀약 ‘스포라녹스캡슐’(수출용)이 11월 8일 자진취하했다. 1989년에 승인된 것으로 이트라코나졸이 간에 부담을 준다는 게 알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수요가 급감했다. 하지만 내수용의 허가는 아직 살아 있다.
한림제약의 ‘솔코린점안겔’ ‘솔코린점안액’(성분명 솔코세릴120 농축물)이 허가를 자진취하했다. 두 제품은 각각 1994년과 2006년 허가를 취득했다.
이들 약은 각막궤양, 각막손상, 산 또는 알칼리에 의한 각막부식, 각막의 퇴행성 병변, 대수포성 각막염 등에 효능·효과를 갖고 있다. 점안액의 경우 결막의 토행성 병변도 적응증으로 보유하고 있다. 점안겔의 생산실적은 2017년부터 꾸준히 13억원 이상을 달성했으며, 점안액은 2017년 23억원에서 2019년 32억원으로 상승했다. 한림제약은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재평가를 권고받았는데 상당한 재평가 비용과 낮은 통과 가능성을 우려해 허가를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