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귀 힘, 즉 악력(握力)이 ‘상’(上)인 사람은 ‘하’(下)인 사람보다 자살 시도나 우울 증상 위험이 28∼46%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악력의 세기가 그 사람의 질병 뿐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잘 반영함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윤영숙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15년과 2017년에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녀 9,589명을 대상으로 악력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윤 교수팀은 양손을 번갈아서 3회씩 악력을 쟀고, 주로 사용하는 손의 최댓값을 최종 악력 값으로 사용했다. 연구에 참여한 우리나라 성인 중 남성의 자살사고 비율은 4.1%, 우울 증상 유병률은 9.4%였다. 여성은 자살 사고(5.2%)ㆍ우울 증상 유병률(14.9%) 모두에서 남성보다 높았다.
자살사고가 있는 남성의 평균 악력은 37.5㎏으로, 없는 남성(41.2㎏)보다 낮았다. 여성도 자살사고가 있으면 평균 악력이 23.3㎏으로, 없는 여성(24.4㎏)보다 낮기는 남성과 다를 바 없었다. 남녀 모두 우울감이 있으면 평균 악력이 낮았다.
윤 교수팀은 연구 대상 성인을 각자의 악력 크기에 따라 상ㆍ중ㆍ하 등 3단계로 분류했다. 악력이 ‘상’인 남성의 자살사고와 우울 증상 위험은 ‘하’인 남성보다 각각 46%ㆍ32% 낮았다. 악력이 ‘상’인 여성의 자살사고와 우울 증상 위험도 ‘하’인 여성보다 각각 37%ㆍ2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력(handgrip strength)은 ‘손바닥으로 물건을 쥐는 힘’으로, 특정 근육이나 근육근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 힘(maximum force)을 뜻한다. 이는 전반적인 근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질병과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생체지표다. 악력의 감소는 신체기능의 악화와 사망률 증가와 관련돼 있다.
윤 교수팀은 논문에서 “우리나라 성인 남녀에서 악력은 자살사고와 우울감과 반비례했다”며 “비용이 저렴하고 측정이 간단한 악력을 자살사고나 우울감을 예측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연구가)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악력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 국민건강영양조사(2015년, 2017년))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