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제네릭사업부인 올해 3분기까지 71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산도스(산도즈)를 매각 또는 분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날 바스 나라시만(Vas Narasimhan) 노바티스 CEO는 유지와 분사, 매각 등을 포함한 모든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산도스가 최대 글로벌 제네릭 제조업체가 될 수 있도록 포지셔닝하는 분사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매각을 하더라도 제네릭의 생산 및 영업 부분만 넘길 것이며 산도스의 신약 연구개발 부분은 노바티스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나라시만 대표는 지난 2월 2020년 실적발표 당시에도 산도스는 그룹에 남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빈곤한 국가를 위해 저렴한 의약품을 생산하려는 노바티스의 핵심 목표에 부합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9개월 만에 전략적 수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바티스는 올해 산도즈 판매가 낮은 한 자릿수에서 중간 한 자릿수 사이로 감소하고 제네릭 분야의 핵심이익이 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제네릭 약가 하락은 사업부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이날 발표는 노바티스가 300개 품목을 인도 아우로빈도파마(Aurobindo Pharma)에 양도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미국의 공정거래 규제 당국이 이에 대한 승인을 거부한 직후에 이뤄졌다.
이에 스위스 본토벨(Vontobel)은행 애널리스트 스테판 슈나이더(Stefan Schneider)는 “모든 옵션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으나 여러 징후는 분사와 매각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산도스의 시장가치는 270~370억달러”라고 추산했다.
산도스는 노바티스 전체 매출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산도스는 미국에서 매출이 계속 하락하고 이익이 흔들리면서 노바티스의 브랜드 의약품(혁신신약)이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9% 성장한 데 힘입어 겨우 균형을 맞췄다.
올 3분기만 보면 노바티스 매출은 130억달러로 6% 증가했고 순이익은 41% 늘어난 27억5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혁신신약 부문은 3분기 106억달러로 8% 성장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산도스 매출은 24억달러로 1% 감소했으며 특히 미국법인 매출은 20%나 줄었다.
특히 혁신신약에서는 노바티스의 양대 베스트셀러인 항 IL-17 항체 판상형 건선 치료제인 ‘코센틱스프리필드시린지’(Cosentyx, 성분명 세쿠키누맙 Secukinumab)와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필름코팅정’(Entresto, 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 sacubitril·valsartan)의 성장세가 가팔라 연간 최대 매출이 각각 70억달러, 5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 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 Onasemnogene abeparvovec)와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은 재발성 다발성경화증(relapsing multiple sclerosis, RMS) 치료제 ‘케심프타’(Kesimpta 성분명 ofatumumab 오파투무맙, 코드명 OMB157) 피하주사제의 매출 증가 가능성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노바티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의약품 또는 제네릭, 안과의약품, 소비자지향 헬스케어 제품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8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소비자 헬스케어 부문을 130억달러(양사 합작회사의 지분 36.5%)에 매각했다. 화이자가 인수하려다 포기하자 바로 GSK에 넘긴 것이다.
앞서 2015년에 노바티스는 GSK에게 백신과 일반의약품, 소비자제품을 양도하는 대신에 GSK의 종양사업 부문을 넘겨받았다. 이를 계기로 GSK는 호흡기질환 및 에이즈 등 감염질환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이내 패착임을 인정하고 수년 전부터 다시 항암제 시장으로 회귀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또 2019년 4월 9일에 안과용품 사업부문인 알콘(Alcon)을 8년간의 관리 끝에 분사했다. 나리시만 CEO는 산도스 분사가 더 광범위하고 얽히고 설켜 알콘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고 26일 설명했다. 그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 산도스 처리 방안에 대한 업데이트를 내놓겠다고 밝혀 이 때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산도스를 정리할 것을 시사했다. 산도스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남은 항생제 공장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2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노바티스만이 브랜드 전문의약품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을 재정비한 것은 아니다. 화이자는 소비자 헬스케어 제품을 관리하기 위해 GSK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또 제네릭 의약품 사업부 업죤(Upjohn)을 제네릭 전문업체인 마일란(Mylan)과 57대 43의 비율로 합병해 작년 11월 ‘비아트리스’(Viatris)로 출범시켰다. GSK는 화이자와의 합작사를 내년까지 별도의 회사로 분할할 계획이다. GSK도 결국엔 처방약과 백신을 중심으로 구축된 ‘새로운 GSK’를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릴리는 2018년 동물의약품 사업을 엘란코(Elanco)로 분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