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우울증 등 주요 정신과 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이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2021 건강생활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수면장애(불면증), 공황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틱장애 진료 인원은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우울증 환자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2019년 79만8천787명에서 지난해 83만1천721명으로 4.1% 늘었다.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9년 63만6천61명에서 지난해 65만6천391명으로 3.2% 증가했다.
코로나로 잠을 못이루는 불면의 밤을 보내다보니 잠을 청하는 자세도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머리 뒤쪽을 베개에 대고 정자세로 자고, 몸을 옆으로 돌려 새우잠을 자는 경우도 적잖다. 유독 팔·다리를 크게 벌려 ‘대(大)’자 형태로 자는 사람도 종종 있다. 자는 모습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수면의 질을 높일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스마트폰 등 문명의 이기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점차 늦어지면서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수면효율을 내기 위해 ‘수면 건강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면 건강의 핵심은 수면 자세다. 개인의 습관 정도로 봐줄 수도 있지만 호흡기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수면 자세와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호흡기질환과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상당 부분 완화하고,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0명 중 5명가량이 몸을 옆으로 돌려 눕는 측면자세로 잠을 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한 국내 침구류 전문기업이 고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면자세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측면수면이 48%로 가장 많았고 정·측면 구분 없이 상황에 따라 다른 자세가 32%, 정면수면이 19%, 엎드린 자세가 1%로 뒤를 이었다. 몸을 옆으로 돌려 자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체 구조상 옆으로 자는 자세가 호흡기에 부담을 덜 줘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게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똑바로 누운 자세는 천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겐 좋지 않다. 이승훈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잠자리에 똑바로 누우면 턱관절과 혀의 근육이 이완되면서 목구멍이 좁아져 코고는 강도가 세질 수 있다“며 “반대로 몸을 옆으로 돌려 누우면 자연스럽게 목젖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똑바로 누운 자세보다 혀 뒤 쪽 공간이 38%가량 넓어져 산소 공급이 원활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왼쪽, 오른쪽 방향에 따른 차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옆으로 누워 자는 수면자세는 ‘태아 자세’로도 불린다. 인간은 태아기에 자궁 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은 자세를 유지하므로 성인이 된 뒤에도 가장 자연스러운 수면 자세라는 주장도 나온다.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되는 플라크의 축적을 예방하고 뇌 건강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심리학적으로는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으론 연약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이런 수면 자세를 취할 때가 많다. 배가 많이 나온 임산부는 똑바로 누울 경우 내장기관이 눌려 호흡이 가빠질 수 있다. 옆으로 누워 자면 장기가 눌리지 않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부종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위식도역류질환이 있는 환자는 측면 중에서도 왼쪽으로 자는 게 좋다.
인체 구조상 위는 식도보다 왼쪽에 위치해 있어 왼쪽으로 누워 자면 위의 움푹한 부분이 아래쪽을 향해 위산이 역류할 위험이 줄어든다. 미국 소화기학회지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왼쪽으로 누워 잔 사람의 위산역류 발생 횟수는 시간당 0.9회로 오른쪽으로 누워 잔 사람의 3.8회보다 훨씬 적었다. 임신부는 왼쪽으로 자면 태아의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오른쪽에 있는 장기가 눌리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
반대로 고혈압 환자는 오른쪽으로 누워 잘 때 편안함을 느낀다. 심장은 왼쪽으로 치우쳐 있어 오른쪽으로 누우면 흉강에 여분의 공간이 생겨 혈압과 심장박동이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몸을 돌려 누우면 등·허리가 만성적으로 휘어 요통이 심해질 수 있다. 또 아래쪽에 깔린 팔의 혈류흐름과 신경기능이 차단돼 팔이 저려 뒤척거리게 되고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진다.
어깨와 고관절에 부담이 가중돼 없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의 경우 가슴이 한쪽으로 처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척추 건강엔 머리 뒤쪽을 베개, 등은 침대 매트리스에 대고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눕는 자세가 좋다. 이 자세는 체중이 특정한 곳에 쏠리지 않고 골고루 분포돼 척추정렬이 바르게 유지되고 추간판이 받는 압력이 줄어든다. 근육이완을 도와 피로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 환자는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위로 살짝 구부려주면 척추가 자연스러운 S자를 유지해 디스크 압력이 줄고 통증이 개선된다. 무릎을 굽히는 게 불편하면 무릎 밑에 베개를 받쳐주면 된다. 허리디스크 환자가 정상인처럼 허리와 다리를 쭉 펴고 자면 디스크(추간판)이 받는 압력이 커져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고집 있고 권위적이며 융통성이 부족한 성격인 사람이 똑바로 누운 자세로 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같은 척추질환이라도 척추관협착증이나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옆으로 누운 뒤 양 다리 사이 무릎 부근에 베개나 쿠션을 끼고 자는 게 바람직하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 중앙 척추관과 추간공 등 신경통로가 좁아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위쪽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배 쪽으로 밀려가 통증과 다리저림을 일으킨다.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과 척추전방전위증 환자의 경우 똑바로 누워 허리를 펴고 자면 뼈가 더 어긋나 다리가 저리면서 통증과 근육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반대로 옆으로 누워 허리를 약간 구부리면 척추관이 넓어져 증상이 나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엎드려 자는 것은 최악의 습관이다. 엎드린 상태로 잠이 들면 엉덩이와 등뼈가 위로 향하면서 허리는 들어가 척추 곡선이 지나치게 휘어지고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진다. 보통 옆으로 목을 돌리고 자기 때문에 심할 경우 목 부위 인대가 손상되거나 척추가 틀어지고 목·허리·어깨 통증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