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데이비드 줄리어스(David Julius) 교TN(66)와 레바논 태생의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의 아르뎀 파타푸티언(Ardem Patapoutian) 박사(54)가 선정됐다. 이들은 온도 수용체 및 촉각 수용체 발견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열과 추위, 압력 등을 피부를 통해 어떻게 인지하고 이것이 과도할 경우 어떤 경로로 통증을 느끼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만성통증 치료제 개발에 단서를 제공했다.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는 여러 감각 및 통증을 매개하는 중요한 일과성 이온채널형 수용체들을 발견했다. 그 중 일명 '캡사이신 수용체'로 불리는 통증온도수용체 TRPV1(transient receptor potential vanilloid 1)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기전을 규명했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때 혀에서 엄청난 자극을 느끼는 것은 매운 음식 속 캡사이신이 혀에 있는 TRPV1 등 온도 수용체를 자극해 ‘매우 뜨겁다’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분자 수용체는 단순히 온도를 느끼게 할 뿐 아니라 화끈거림 또는 따끔거림으로 표현되는 통증 감각에도 영향을 준다.
TRPV1은 지금도 통증치료 연구에서 중요한 수용체가 되고 있다. TRPV1은 통증을 전달하는 가느다란 신경망인 ‘C 신경섬유’와 ‘A 델타 신경섬유’에 다량 조잰한다. 캡사이신 유사 물질이 분비되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 등의 통증 질환과 작열통이 발병할 수 있다.
줄리어스는 칠리 페퍼의 매운 화합물 캡사이신을 활용해 피부 감각과 통증 관계를 규명했다. 파타푸티언 박사는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새로운 종류의 통증 연결 고리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각각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이들 연구에 집중했다.
김광국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현재 TRPV1 관련 연구가 신약개발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TRPV1의 이동통로를 차단해 신경 통증 자극을 줄여주는 리도카인, 나트륨 채널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스테로이드 등 CRPS와 같은 희귀 통증질환부터 일반적인 통증질환의 치료제가 임상 현장에 널리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형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의 발견은 하나의 새로운 촉각 분자구조의 발견에 국한된 게 아니라 난치성 만성통증과 신경병성 통증의 기전 이해에 있어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 데 의미가 있다”며 “미래의 통증치료 약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팬데믹 영향으로 코로나19 예방백신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들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기본 개념이 이미 오래 전에 밝혀진 바 있어 노벨위원회는 이를 배제하고 수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거칠게 말하면 코로나19 백신은 ‘과학’보다는 ‘기술’의 산물이며 수많은 기초개념의 융합체라 누구를 딱 찍어 수상자로 선정하기에는 모호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