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2013년에 옛 엘러간(현 애브비 자회사)에 기술수출했던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제제 ‘MT10109L’에 대한 권리를 반환받기로 했다고 지난 8일 발표하면서 메디톡스가 미국 에볼루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 이를 미국 진출의 창구로 활용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와 증권사 전망 분석이 나왔다.
이에 에볼루스의 파트너인 대웅제약이 최근 메디톡스의 에볼루스 최대 지분 확보 등과 관련해 미국 우회진출이 가능하다는 전망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10일 밝혔다.
대웅은 이날 “메디톡스가 자체적으로 MT10109L의 미국 인허가를 진행한 뒤 이미 미국 내 보툴리눔톡신(대웅의 나보타주, 미국 브랜드 주보) 유통망을 확보한 에볼루스를 통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지난 9일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메디톡스가 에볼루스 최대 지분을 확보했고, 이로 인해 미국 내 자체 인허가를 받으면 에볼루스를 통해 메디톡스의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볼루스는 대웅제약과 보툴리눔톡신(주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2018년 1월 9일 이미 공시(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출)까지 했다. 따라서 에볼루스는 나보타를 제외한 모든 주사형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을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대웅 측은 설명했다.
당시 공시 내역의 번역본(헬스오 기준)에 따르면 “에볼루스와 그 계열사는 대웅제약을 통하지 않고서는 계약 범위의 지역에서 대웅 외에는 어떠한 경쟁품(나보타 이외의 제품)도 구매, 수입, 수출, 판매, 유통할 수 없으며 제3자가 그렇게 하도록 지원하지 않는다. 계약 범위 지역 외부에서 제품을 팜매하는 행위, 계약 범위 외 지역에서 해당 제품을 판매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계약 범위 내 사람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등이다.
또 “에볼루스는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CIS),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독점권을 갖고 일본은 대웅제약과 공동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2018년 말까지 이들 지역에서 치료 적응증(비 미용치료)에 대해 유사한 라이선스를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으며, 이 라이선스는 현재 알페온(ALPHAEON)에 할당돼 위탁관리되고 있다. DWP-450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요구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설계돼 최근 한국에 건설된 대웅제약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라고 공시돼 있다.
대웅제약은 “이런 독점적 배타적인 계약 내용 때문에 메디톡스의 에볼루스 지분율이 상승했다 하더라도 대웅-에볼루스 간 계약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며 “메디톡스 제품의 미국 내 에볼루스 루트를 통한 판매 가능성은 명백한 허위임을 알린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신한생명투자를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압박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월 19일 메디톡스-애브비-에볼루스 3자 합의 계약을 맺으면서 에볼루스가 (대웅의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을 사실상 인정하고 대웅의 보툴리눔톡신 ‘주보’를 미국에서 파는 조건으로 메디톡스와 애브비에 합의금으로 총 3500만달러(380억원)를 2년간 분할 지급키로 했다.
당시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보통주(신주) 676만2652주를 535억원에 취득해 지분 16.7%를 획득했다. 한달 후 에볼루스가 대웅제약에 신주(전환사채의 보통주 전환, 대웅제약의 에볼루스 지원 겸 지분 방어 목적)를 발행함으로써 메디톡스 지분은 15.5%(2대 주주)로 낮아졌고 대웅은 지분을 늘려 7.2%(3대 주주)를 확보했다. 이후 몇 차례의 에볼루스 신주 발행으로 메디톡스 지분은 12.39%로 내려 앉았다.
메디톡스는 지난달부터 애브비와 ‘MT10109L’ 권리 반환 협상을 진행하면서 에볼루스 주식을 야금야금 사들였다. 주식 매수는 지난 8월 11일부터 2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뤄져 총 70만1000주를 모았다. 이에 현재 보유 주식은 746만3652주이며 지분율은 13.68%인 상황이다. 에볼루스 최대 주주인 알페온은 866만2346주(지분율 15.87%)로서 메디톡스와 알페온과의 격차는 119만8694주(2.19%)로 작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최대주주 알페온이 돌연 259만7475주를 매도(현지시간 9월 2일)했다. 이에 따라 알페온의 에볼루스 보유 주식은 606만4871주로, 지분율은 11.11%로 줄었고, 메디톡스는 알페온을 제치고 에볼루스의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알페온이 매도한 주식 규모가 워낙 커서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알페온의 대규모 주식매도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메디톡스가 최대주주가 됐다고는 하지만, 에볼루스 인수나 적극적인 경영 관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메디톡스가 모호한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이사회의 압도적 승인이 나와야 메디톡스가 경영권을 이양받을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이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을 에볼루스를 통해 파는 것도 경쟁품 판매 금지라는 에볼루스-대웅제약 간 계약 때문에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웅제약의 주보가 미국에서 많이 팔려야 메디톡스에게도 돌아오는 이익(배당)이 크다.
메디톡스는 사실상 애브비로부터 ‘버림받은’ 상황에서 레반스테라퓨틱스(Revance therpeutics)의 ‘닥시보툴리눔톡신A’(DaxibotulinumtoxinA, 코드명 DAXI, 현재 승인 심사 중), 휴젤의 ‘레티보’(시판승인 신청 완료), 휴온스의 ‘휴톡스’(3상 준비 중) 등 후속 보툴리눔톡신 제제와 경쟁해야 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법정 다툼으로 300억원 이상의 소송비를 쏟아붓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메디톡신, 코어톡스, 이노톡스 3개 제품의 허가 취소(현재 집행정지 가처분 용인을 통해 생산 중)로 허덕이고 있다. 국제적 경험이 부족하고 미국 시장 상황에 미숙한 메디톡스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