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회의(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 2021에서 성인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에 대한 긍정적인 데이터를 내놓은 베링거인겔하임 및 릴리의 SGLT-2(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자디앙정’(Jardiance 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Empagliflozin)이 9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됐다.
이번 지정은 3상 ‘EMPEROR-Preserved 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결정된 것이다.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총 5988명의 성인 심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자디앙은 HFpEF 환자의 심인성 사망 또는 입원 비율을 위약 대조군 대비 21%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같은 유익성은 심박출률이나 당뇨병 유무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6000만명 이상(미국에선 600만명 이상)이 심부전을 앓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이 이완기 심부전으로도 알려진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에 해당한다. HFpEF은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불량한 예후, 임상적으로 유효한 치료제의 부족으로 미충족 수요가 가장 큰 단일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FDA는 앞서 2020년 9월 15일 심부전 환자에서 심인성 사망 및 입원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적응증과 관련, ‘자디앙’을 ‘패스트트랙’ 심사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패스트 트랙’ 지정은 ‘EMPEROR-Reduced’과 ‘EMPEROR-Preserved’으로 구성된 EMPEROR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뤄졌다. 그 일부로 지난달 18일 박출률감소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 환자의 심인성 사망과 입원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용도로 미국에서 승인됐다.
베링거인겔하임 제약사업 부문의 모하메드 아이드(Mohamed Eid) 임상개발‧의학사업부내 심대사계‧호흡기계 치료제 담당 부사장은 “이번 혁신치료제 지정은 높은 유병률을 나타내는 난치성 증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자디앙이 임상적으로 검증된 효과를 발휘하는 치료제로 의료 수요를 충족시켜줄 잠재력을 보유했음을 말해준다”며 “지난달 HFrEF 적응증 승인에 이어 HFpEF 패스트트랙 지정은 잇따른 성과들”이라고 강조했다.
릴리의 제프 에믹(Jeff Emmick) 제품개발 담당 부회장은 “이처럼 파괴적인 증상에 대한 치료 대안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EMPEROR-Preserved’을 통해 유익성이 입증된 것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혁신”이라며 “성인 HFpEF 치료제로 자디앙이 이른 시일내에 환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베링거인겔하임과 함께 FDA와 긴밀하게 심사과정에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디앙이 향후 HFpEF 적응증을 획득하게 되면 모든 심부전을 커버하는 당뇨병 치료제가 된다. 동일 계열 경쟁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정’(Farxiga, 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은 2014년 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승인된 후 작년 5월 당뇨병 여부와 상관없이 HFrEF 환자의 심혈관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를 개선하는 적응증을 계열 최초로 승인받았다. 또 올해 4월말에는 질병 진행 위험이 높은 성인 만성신장병 환자의 신기능 저하, 신부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의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