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유행의 최전선에서 폭염 및 신종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8만명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오는 9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료시스템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간호사 등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8일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120여 개 병원 노조에서 쟁의를 신청했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26일까지 쟁의 찬반 투표를 진행한 뒤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고된 노동현장에서 ‘번아웃’(과로로 인한 심신 탈진)을 겪은 노동자들이 ‘코로나 블루’(우울증)까지 견뎌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팬데믹으로 과거에 비해 삶의 질이 더 낮아졌다고 호소했다.
‘4차 대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전담하고 있는 감염병 전담병원 등 공공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코로나 대응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코로나 비상사태로 공공의료의 취약성이 드러난 지금이 고질적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해결하기에 최적기로 판단하고 휴가철이 지난 18일 기습적으로 ‘9월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욱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동시에 노정교섭, 산별교섭, 산별투쟁에서 협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런 행보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에 11개 지역본부를 갖춘 대표적 산별노조로,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립대병원을 비롯해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특수목적공공병원, 민간중소병원 등 199개 의료기관지부에서 활동하는 보건의료인력들이 가입하고 있다.
조합원은 간호직이 65%로 가장 많고, 의료기사와 보건기사가 포함된 보건직이 15.9%, 기능직 및 운영지원직 6.2%, 간호조무직 5.8%, 사무·행정직 3.9% 순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대다수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조합원 수가 크게 늘었다. 2020년 12월 기준 7만7006명으로 8만에 육박한다. 전체 노조원 중 간호사는 약 60%로 4만8000여명에 달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복지부와 5차 노정교섭에서 필수보건의료인력 지원 확대를 위해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사업 민간 확대 예산 1680억원 △바람직한 보건의료산업 교대근무제 개발·정착 시범사업 추진 예산 744억원 △보건의료산업 노동시간 단축 시범사업 추진 예산 968억원 △감염병 대응 의료인력 지원수당 3000억원 등을 배정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대정부 요구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실질적인 대정부 교섭을 추진하며 요구 관철을 위한 완강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과제를 이슈화하고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를 확보했다고 평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조는 “대정부 교섭과 더불어 대정부 투쟁이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강력한 산별총파업투쟁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정 휴가와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의사와 약사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불법, 편법 운영을 중단하고 직종 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8월까지 총파업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9월 총파업 투쟁을 통해 핵심 의제인 인력확충과 공공의료 강화 요구를 쟁취한다는 계획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10%도 안되는 공공의료가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치료하느라 취약계층 환자들과 지역에서 더 위급한 필수의료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매년 공공의료를 확충, 강화하겠다고 말만하고 시행한 것은 거의 없다”며 “정부의 2022년도 예산안에는 반드시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의 의지가 담긴 구체적 액수의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