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결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선두주자인 미국 워싱턴주 보텔(BOTHELL) 소재 시젠(Seagen, 옛 시애틀제네틱스)은 외부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지갑을 움켜쥐고 있다가 중국에서 개발된 최초의 ADC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시젠은 2억달러 선불계약금에 중국 생명공학기업 레미젠(RemeGen)이 개발한 HER2 표적 ADC인 디시타맙 베도틴(disitamab vedotin 개발코드명 RC48)의비 아시아 판권을 획득했다고 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다만 일본과 싱가포르는 권리에 포함된다. 또 목표한 여러 적응증에 걸쳐 임상시험이 순항한다면 최대 24억달러의 잠재적 바이오벅(연구개발 자금 및 마일스톤 지원금)이 주어지게 된다.
시젠은 이미 HER2 양성 소분자 억제제 ‘투키사’(Tukysa 성분명 투카티닙 tucatinib)를 작녀 4월에 승인받아 판매하고 있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로슈의 세계 최초의 ADC 제제인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주’(성분명 트라스트주맙엠탄신, Trastuzumab Emtansin), 아스트라제네카 및 다이이찌산쿄의 유방암 ADC 치료제인 ‘엔허투’(Enhertu 성분명 fam-trastuzumab-deruxtecan-nxki, 코드명 DS-8201)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디시타맙을 확보하게 됐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엔허투는 엔허투는 2030년에 57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캐싸일라는 올해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이번 거래는 디시타맙이 과거에 최소 2회의 전신요법을 받은 후 쓸 수 있는 위암치료제로 중국국가의료제품관리국(National Medical Products Administration, NMPA)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나왔다. 이로써 중국 최초의 ADC인 디시타맙이 세계 어디든지 진출할 수 있는 길이 터졌다.
디시타맙 베도틴은 2차 화학요법 치료 후 HER2 과발현 위암 환자의 24.4%에서 치료반응을 확인한 중요한 2상 데이터 덕분에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 이 약은 2차 HER2 양성 방광암 치료를 위한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과연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상이 진행되고 있다.
클레이 시걸(Clay Siegall) 시젠 최고경영자(CEO)는 9알 보도자료에서 “이번 협력에서 디시타맙 베도틴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ADC 개발, 제조, 상용화 경험을 갖춘 시젠의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과 지식을 활용하게 된다”며 “다양한 개발 기회를 갖춘 이런 임상 후기 자산의 추가는 시젠의 확장 계획과 전략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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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젠은 이 약물의 페이로드 링커 기술의 최초 개발자이기 때문에 디시타맙 베도틴의 구조에 어느 정도 친숙하다. 동일한 기술이 호지킨성림프종 치료제 ‘애드세트리스주’(Adcetris 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 Brentuximab vedotin)와 시젠이 일본 아스텔라스와 공동 개발한 방광암 치료제 ‘패드세브’(Padcev 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enfortumab vedotin)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애드세트리스는 시젠이 2011년 8월 이 회사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ADC이고, 패드세브는 두 번째 승인 ADC 제제이다.
하지만 레미젠 ADC의 항체 성분인 디시타맙은 신약이다. 다른 두 FDA 승인 HER2 ADC 약물인 캐싸일라와 엔허투는 모두 로슈의 항체인 트라스투주맙을 사용했다.
디시타맙 베도틴은 전임상시험에서 트라스투주맙에 비해 더 큰 종양 결합 능력과 증가된 종양 흡수율을 보였다고 시젠과 레미젠은 밝혔다.
시젠은 또 방광암에서 디시타맙 베도틴과 PD-1 억제제의 유망한 병용요법 활성도도 자랑했다. 중국에서 진행된 1b/2상 시험에서 디스스타맙 베도틴과 준시바이오사이언스, 코헤러스바이오사이언스의 PD-1 억제제 토리팔리맙의 병용요법은 HER2 발현 수준이 다양한 새로 진단된 전이성 방광암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객관적반응률 100%에 도달했다.
올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1) 연례회의에서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HER2 발현 유방암 또는 방광암에서 다이이찌의 엔허투와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의 PD-1 억제제인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를 병용했지만 엔허투 단독요법과 비슷한 효능을 보이는 데 그쳤다.
이 정도 규모의 거래는 시젠에게 그저 식은 죽 먹기(cakewalk)는 아니다. 애드세트리스 및 패드세브에 관한 여러 적응증 추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 오는 10월에는 젠맙(Genmab)과 협력해 개발한 티소투무맙 베도틴(tisotumab vedotin)의 자궁경부암에 대한 FDA의 승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미국 머크(MSD)와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라디라투주맙 베도틴(ladiratuzumab vedotin)의 공동 개발 협약에 서명했다. MSD는 시젠에 선불금 6억달러를 지불하고 공동개발 프로그램에 착수할 경우 10억달러를 더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중국 옌타이(Yantai)에 기반을 레미젠은 지난해 11월 홍콩거래소에서 5억1500만 달러를 조달하여 세계 최대의 생명공학 IPO 중 하나가 됐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로 대박을 거둔 모더나(Moderna)의 6억달러 이상의 IPO에 이은 성과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디시타맙 베도틴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암에 대해 메조텔린(mesothelin), c-MET 및 Claudin18.2를 표적으로 하는 ADC를 개발 중이다.
레미젠의 CEO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지안민 팡(Jianmin Fang) 박사는 “시젠과의 거래는 ADC 분야에서 디시타맙 베도틴의 글로벌 잠재력을 강조하고 우리가 중국내에서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로 변모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