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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연예인병’ 공황장애, 당신도 위험하다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8-09 12:04:10
  • 수정 2021-08-22 16: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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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10명 중 8명 우울, 분노, 공황장애 등 감정변화 경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성인 10명 중 8명은 우울이나 화남, 공황장애 등의 감정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우울감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다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학생 및 직장인 122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우울감 현황 조사'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우울한 기분이나 갑작스러운 분노, 좌절 등의 감정 변화를 경험했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83.9%가 '감정 변화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5년전 기내 흡연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가수 김장훈 씨가 공황장애로 인한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기내서 담배를 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이에 앞서 개그맨 이경규, 배우 이병헌, 류승수, 차태현, 개그맨 정형돈, 양현석 YG엔터테이먼트 사장 등이 이 질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이 자주 호소한다고 해서 일명 ‘연예인병’으로 불리는 공황장애 환자가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란 ‘심하게 두려워하며(恐) 당황한다(慌)’는 뜻을 지닌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정신장애 분류체계인 ‘DSM-IV’(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4th edition)에 따르면 불안장애에는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특정공포증, 광장공포증 등이 포함된다.


공황장애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심한 불안감, 심계항진, 어지럼증, 파멸감, 죽음의 공포, 가슴 두근거림, 두통, 호흡곤란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심각한 신체질환을 암시하는 듯한 증상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까지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과정은 어렵지 않다.


1871년 미국의 군의관 제이콥 멘데스 다코스타(Jacob Mendes DaCosta)는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병사 중 갑자기 가슴이 뛰고 심장 부위의 통증과 호흡곤란을 느끼는 환자를 발견하고 이같은 증상을 ‘예민한 심장(Irritable Heart)’이라고 명명했다.  이후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다코스타(Dacosta)증후군, 군인의심장(Soldier’s Heart), 노고증후군(Effort syndrome) 등으로 불렸다. 


현대의학에서 공황장애가 심장질환, 신경계질환, 내과계질환 등과 분리되기까지 거의 150년이 걸렸다. 윤지호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장애는 다양한 신체증상을 유발하는 만큼 처음엔 정신과적 문제로 생각지 못해 다른 진료과를 먼저 찾게 된다”며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어지럼증, 가슴떨림, 호흡곤란, 소화장애 등이 지속된다면 공황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황장애와 자주 동반되는 질환으로 광장공포증(agoraphobia)이 있다. 광장처럼 넓은 장소나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장소에 혼자 가는 게 두려워 피하게 되는 질환이다. 광장공포증 환자의 약 3분의 2가 공황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혼자 외출을 하거나, 군중 속에 있거나, 줄을 서거나, 다리 위를 지나거나, 도중에 내리기 어려운 운송수단 또는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불안감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 속 편도체, 특정 자극을 공포스럽게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 공포에 대해 반응하는 뇌 회색질, 교감신경과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 등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0년에는 TgNTRK3 유전자가 과잉 발현되면 해마(기억중추)가 자극을 받으면서 편도체 회로가 오작동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황발작이 생긴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최근 뇌질환의 유전적 원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공황장애와의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심리적 요인도 주요 발병원인 중 하나다. 대인관계 스트레스나 주변인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심장마비, 뇌졸중, 약에 대한 알레르기반응, 지나친 음주에 따른 숙취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신분석가들은 공황발작은 개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 소망, 충동들이 억압돼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올 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어릴 때 부모를 잃거나, 분리불안을 경험한 사람에서 발병률이 높다.


이 질환은 3단계로 진행한다. 첫 번째로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이 때 공황장애를 인지하지 못한 채 치료 시기를 놓치면 두 번째 단계로 발작 빈도가 증가하는 반면 증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엔 공황장애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황발작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아예 장소를 피하려는 회피반응을 보이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극장이나 식당 등 사람이 많고 밀폐된 장소에 아예 가지 못하고, 혼자서 외출을 하지 못하는 광장공포증 증세를 나타난다. 시도 때도 없이 공황발작이 생기기 때문에 직장생활이 어렵고 가족도 지친다. 정신과가 아닌 일반병원에 가면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꾀병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간헐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다 만성화될 경우 불면증, 광장공포증, 우울증, 자살, 알코올중독, 약물남용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스트레스나 위기 상황에 부닥치면 자연스럽게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공황장애와는 어떻게 다른 걸까? 우선 공황장애는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 닥칠 것처럼 심각한 불안감을 느낀다. 심한 불안발작과 다양한 신체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단순히 급작스럽게 놀라는 상태가 아니며, 특별히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신체의 경보 체계가 오작동을 일으키며 '위협'을 느낀 것처럼 반응한다. 길을 걷다가, 친구와 대화하다가, 식사하다가 갑자기 이유 없이 생명을 위협당한 것 같은 심각한 공포 상태에 빠지게 된다.


단순한 불안감과 공황장애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계기'가 없다는 것이다. 길에서 칼 든 강도를 만난다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뒀다거나 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안감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공황장애는 대부분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온다. 또 불안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심화되고, 상황이 극복되면 천천히 나아지는 게 상례인데 공황장애는 이와 달리 갑작스럽게 발생했다가 어느새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불안도 정도가 심하면 '불안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이유가 있는 불안 상태라고 하더라도 남들보다 과도한 경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흔히 '강박증'이라고 불리는 강박장애도 불안장애의 한 종류다. 현관문이나 창문이 잠겼는지 하루에도 수십 차례 확인하거나, 더럽다는 생각에 자꾸만 손을 씻는 등 강박행위를 한다.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황장애를 비롯한 불안장애는 대부분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요법 등이 주를 이룬다. 불안장애는 우울감과도 연관된 경우가 많아 환자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함께 처방한다. 


항불안제는 6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할 경우 약물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상태가 나아졌다는 생각에 맘대로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 인지치료 또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치료를 중단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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