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사지마비 증상이 나타난 40대 간호조무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나타난 질병에 대해 업무 연관성을 인정돼 산재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복지공단은 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지마비 증상을 보인 간호조무사 A씨에 대해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재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병원 간호조무사인 A씨는 지난 3월 12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뒤 사물이 겹쳐 보이는 '양안복시'와 사지마비 증상을 보였고,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A씨의 사연은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A씨의 남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내가 우선접종 대상자로 백신 접종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단은 "간호조무사로 우선접종 대상에 해당해 사업장의 적극적인 안내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고 접종이 업무 시간으로 인정된 점, 접종하지 않을 경우 업무 수행이 어려운 점 등을 볼 때 업무와 관련된 접종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백신 이상 반응을 유발할 만한 기저질환, 유전 질환 등이 없었고 접종과 이상 반응 유발 간 시간적인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지난 4일 감염내과, 직업환경의학과, 법률가, 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심의 회의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앞서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지난 5월 A씨의 사지마비 증상에 대해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당시 조사반은 인과성 평가를 위한 근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점도 인정했다. 이에대해 공단은 "질병관리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으로 선례가 없거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사항이 산재 인정에 있어 상당한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 등을 종합하면 산재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의학적 인과성이 명백히 규명되지 않았더라도 업무상 관련성은 인정할 수 있다는 사례로 A씨가 산재 인정을 받음에 따라 의료진을 포함한 우선접종 대상자 등의 백신 후유증에 대한 산재 인정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순희 공단 이사장은 "코로나19 백신접종 이후 발생하는 이상반응뿐 아니라 향후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질병 신청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 및 판정을 통해 산재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