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부터 말일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처방의약품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의거해 조속한 허가를 기대했던 제약사들의 기대가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인사이트 ‘레티판리맙’ 항문암 적응증 … 유효성 부족에 모집단 표본 작아
우선 이달 25일로 기한이 결정됐던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튼(WILMINGTON) 소재 제약기업인 인사이트(Incyte Corporation 나스닥 INCY)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정맥주사용 PD-1 억제제 레티판리맙(retifanlimab)의 항문암 치료제 승인이 거절당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6월 24일 FDA 산하 항암제자문위원회(Oncologic Drugs Advisory Committee, ODAC)의 표결 결과 13대 4로 승인 반대 의견이 많아 승인이 지연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FDA는 아예 승인 지연이 아니라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인사이트는 지난 23일 FDA로부터 레티판리맙의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에 관한 심사완료공문을 받았다. 그 내용은 지금 상태로는 허가신청을 승인할 수 없으며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항문관편평세포암종(squamous cell carcinoma of the anal canal, SCAC) 치료를 위한 레티판리맙의 임상적 혜택을 입증하는 데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었다. POD1UM-202 시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인사이트는 심사완료공문을 검토하고 FDA와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 백금 치료 경험이 없는 SCAC 환자를 대상으로 레티판리맙을 평가하는 확증 임상시험인 POD1UM-303이 진행 중이다. 자문위원회는 POD1UM-303의 추가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레티판리맙의 승인을 연기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인사이트의 에르베 호페노(Hervé Hoppenot) CEO는 “현재 1차 화학요법 이후 진행된 SCAC 환자는 승인된 치료 옵션이 없는 실정”이라며 ODAC 권고를 고려할 때 FDA의 결정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있는 환자를 위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 과학발전에 전념하고 있으며, 피드백에 대등하고 레티판리맙 심사의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FDA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FDA는 독립적인 검토에 의해 평가된 객관적반응률(ORR)이 1차 평가지표로 14% 수준으로 낮은데다가, 위약과 대조하지 않는 단일군 시험이며, 안전성을 평가하기에는 표본수(94명)가 적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달 브리핑했다.
항문관 편평세포암종은 대부분의 경우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및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과 관련이 있으며 전체 소화기암의 약 3%를 차지한다. 전이성 항문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낮은 편이며 1차 화학요법 이후 진행된 환자를 위한 FDA 승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사이트 임상에서 에이즈 환자는 9명에 불과했다.
인사이트는 레티판리맙을 항문관 편평세포암종 외에도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자궁내막암, 메르켈세포암 환자를 위한 단독요법, 비소세포폐암 및 항문관 편평세포암종 환자를 위한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 등으로 연구 중이다.
인사이트는 2017년에 마크로제닉(MacroGenics)으로부터 MGA012로 명명된 레티판리맙에 대한 글로벌 권리를 1억5000만달러에 확보했다. 지난 5년간 많은 PD-1 억제제 라이벌들이 주요적응증을 장악하는 것을 본 인사이트는 틈새시장인 SCAC 적응증 획득에 주력해왔다. 이와 동시에 보편적인 암에는 다른 회사의 면역항암제와 병용요법으로 채택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미 면역관문억제제는 전이성 항문암의 2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에 따르면 2018년에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및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PD-1 억제제인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는 전이성 항문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추가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는 제한적이다.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각각 24명과 37명의 환자를 등록한 임상시험을 내세워 치료 가이드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MSD는 계속해서 112명의 환자에게 키트루다를 테스트 중인 반면 인사이트는 여전히 레티판리맙의 기회를 엿보고 있어 이번 승인 거절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테룸, 퀴놀론계 내성균 항생제 ‘설로페넴’ 단순 非내성균 유효성 미흡 지적
2015년 아일랜드에서 창립된 이테룸테라퓨틱스(Iterum Therapeutics, 나스닥 ITRM)는 PDUFA 결정기한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FDA로부터 지금 상태로는 퀴놀론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를 위한 경구용 항생제로서 ‘설로페넴’(sulopenem, 성분명 sulopenem etzadroxil/probenecid 복합제)의 신약승인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서신을 받았다.
FDA는 3상 임상에서 시프로플록사신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서 설로페넴이 시프로플록사신 대비 전체반응률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지만, 퀴놀론에 민감하지 않은 것으로 입증되거나 민감할 것으로 강하게 의심만 되는 특정 감수성 미생물에 의한 단순 요로감염이 있는 성인 여성의 치료에서 유효성을 입증할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거절 사유를 밝혔다.
FDA는 다른 대조약을 사용해 적절하고 잘 통제된 임상시험을 최소 1회 추가로 수행할 것을 권장했다고 이테룸 측은 밝혔다. FDA는 이테룸이 최적의 투여요법을 결정하기 위해 추가 비임상시험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단지 이것이 승인 가능성을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FDA는 화학, 제조, 품질관리(CMC)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임상개발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설로페넴으로 치료받은 1800명 이상의 환자에서 안전성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회사는 밝혔다.
이테룸은 FDA의 결정을 검토한 뒤 앞으로 몇 주 안에 Type A 회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올 3분기 후반으로 예상되는 이 회의 후, 신약승인신청(NDA)을 다시 제출하기 전에 수행할 잠재적인 추가 임상 및 비임상연구에 대한 변경사항을 공개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사의 올 1분기말 자산은 1억500만달러로 2023년 하반기까지는 설로페넴 연구개발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이테룸은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설로페넴이 승인되면 올해 4분기 중 출시하겠다고 설명했었다.
화이자 ‘아브로시티닙’, 릴리 ‘올루미언트’ … JAK 억제제 전반적 부작용에 동반 좌초
화이자의 경구 JAK 억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젤잔즈정’(Xeljanz, 성분명 토파시티닙 Tofacitinib)의 후속 주자로 꼽히는 신규 JAK 억제제 ‘아브로시티닙’(abrocitinib)도 결국 이달 27일로 꼽히는 PDUFA 기한을 넘겼다.
화이자는 지난 21일 FDA가 화이자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프랜차이즈의 핵심인 젤잔즈의 강직성척추염, 아브로시티닙의 아토피피부염 적응증 승인 기한을 다시 한번 연기했다고 밝혔다.
FDA는 지난 4월에 이들 제제의 승인을 3개월 연기한다고 밝혔고, 이번에 다시 미뤄졌으며 새로운 기한을 설정했는지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FDA는 이달 22일 릴리 및 인사이트의 JAK 억제제이자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의 중등도 내지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추가 승인 건도 PDUFA 심사기한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바리시티닙은 현재 원형탈모증(alopecia areata, AA), 전신성홍반성낭창(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루푸스), 유소아특발성관절염(juvenile idiopathic arthritis, JIA)의 잠재적 치료제 임상평가를 진행 중이다.
애브비 JAK 억제제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 올루미언트, 젤잔즈 등은 이미 심각한 감염, 혈전 생성,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해 블랙박스 경고를 표시하고 있다. 이를 이유로 FDA는 올해 초부터 JAK 억제제에 대한 적응증 승인을 더 이상 내주지 않고 있다.
그 영향으로 지난 6월 11일 인사이트의 선택적 야누스 인산화효소1(JAK1)/JAK2 저해제인 ‘룩소리티닙크림’(ruxolitinib cream)도 FDA로부터 아토피피부염 승인이 지연됐다. 사흘 뒤에는 동일 성분의 ‘자카비정’(Jakafi)이 스테로이드 불응성 ‘만성’ 이식편대숙주병(GVHD) 치료제 적응증 추가 심사가 FDA에 의해 3개월 연장됐다.
아델릭스 ‘테나파노르’ 혈중 인(P) 저감효과 인정되지만 임상적 효과 의문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몽(FREMONT) 소재 바이오기업인 아델릭스(Ardelyx)는 자사의 고인산혈증(Hyperphosphatemia) 개선 만성신장병 치료제인 테나파노르(tenapanor)가 FDA로부터 승인 거절당했다는 대응종결서신(CRL)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CRL에 따르면 FDA는 “제출된 임상시험 데이터는 테나파노르가 투석 중인 만성신장병(CKD) 환자의 혈중 인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실질적인 증거를 제공하지만 치료 효과의 크기가 작고 임상적 중요성이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고인산혈증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투석 중인 CKD 환자에서 추가적으로 임상적 효과를 입증할 적절하고도 잘 통제된 추가 시험을 수행해야 한다”고 FDA는 주문했다. FDA는 다만 확인된 안전성, 임상약리학/생물의약품적 문제, 화학·생산·품질관리(CMC) 또는 비임상적 문제는 지적하지 않았다.
아델릭스는 이미 지난 4월 29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현장 실사 지연을 이유로 3개월 승인 기한이 연장을 통보받았다.
이번 승인 거절에 대해 아델릭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마이크 랍(Mike Raab)은 “FDA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테나파노르의 NDA는 1000명 이상의 환자가 참여하는 3건의 3상 임상시험을 통해 모두 1차 및 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테나파노르 치료 효과의 임상적 관련성에 대한 FDA의 주관적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든 임상 연구에서 테나파노르에 의해 혈중 인 농도가 저하된 데이터는 의미 있고 임상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
보이즈신장및고혈압연구소(Boise Kidney and Hypertension Institute)의 임상연구 책임자인 아놀드 실바(Arnold Silva) 박사는 는 “혈청 인을 낮추는 것은 투석 중인 환자를 관리하는 데 최우선 순위이며, 동료 검토를 통해 확립된 치료표준으로서 세계적으로 승인된 KDIGO 임상 진료 지침에 잘 반영돼 있다”며 “수년간의 연구는 혈청 인이 약간만 상승에도 CKD에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 깊은 신장 전문의이자 임상연구자로서 테나파노르의 광범위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하는 임상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FDA가 이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승인하지 않은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테나파노르는 계열 첫 나트륨 수소 교환기 3(sodium hydrogen exchanger 3, NHE3) 억제제다. NHE3는 나트륨을 세포 안으로, 수소를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테나파노르는 상피세포 밀착 접합부의 형태적 변화를 초래한다. NHE3를 억제함에 따라 나트륨 흡수와 인산염의 세포외 투과성(배출)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동시에 주요 경로를 통한 인산염 흡수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장내 나트륨과 인산염의 흡수도를 낮추며 그 결과 세포외 체적이 줄어들고 교감신경계 작용이 낮아져 혈관 저항성 및 혈압이 혈압이 떨어진다. 대변을 통한 염 분비(배출)이 늘어나 대변의 함습도가 증가해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아델릭스는 2019년 9월 12일에 테나파노르 성분의 ‘입스렐라’(IBSRELA)를 변비를 동반한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with constipation, IBS-C)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하루에 두 번 50mg을 아침(또는 첫 식사), 저녁 식사 직전에 복용한다.
글렌 체토우(Glenn Chertow) 미국 스탠퍼드대 신장내과 수석교수는 “복막투석이나 혈액투석이나 혈중 인을 적절히 제어한다”며 “불행하게도 인산염 결합제는 단독 또는 병용요법에서 혈중 인 농도를 일관되게 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지속적인 고인산혈증은 영양실조, 석회화,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의 가속화, 골절, 기타 환자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 ”며 “테나파노르가 3상에서 보여준 혈청 인 감소 효과는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고, 훨씬 더 많은 환자가 목표 혈청 인 농도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취약 환자군에 상당한 임상적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