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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건강보험 ‘4세대 실손보험’ 아직 갈길 멀다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7-13 14:27:31
  • 수정 2021-07-14 15: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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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장 폭 줄고 보험금 혜택 갈수록 줄어 … 비급여 대책 여전히 미흡

실손의료비보장보험(실손보험)이 판매를 시작한 지 2주일 지났지만, 시작부터 ‘단명’에 그칠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팔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입 문턱을 대폭 높이고 판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료를 낮출 수도 있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려고 알아보던 보험 소비자는 난감하게 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생명보험사 등에서 최근 실손보험 가입 요건을 극도로 까다롭게 운영하며 사실상 판매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교보생명은 실손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소비자에게 '최근 2년 이내에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가입할 수 없다'며 거절하고 있다. 소비자가 수술이나 입원, 만성질환이 아니라 단순 감기몸살이나 소화불량, 가벼운 외상으로 외래 진료를 받았다고 해도 가입이 안 된다. 생명보험업계 2위권인 한화생명도 2년 내 병원 진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 대해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 벽 높아져…"병원 안 가면 가격 면에서 유리“

 

삼성화재는 최근 2년간 진단, 수술, 입원, 장해, 실손 등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원을 초과하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달까지는 2년간 보험금 수령액 100만원 이하라면 가입할 수 있었다. 

 

삼성생명도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 100만원을 넘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건을 최근 심사 기준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전문가의 방문 검사·심사를 받아야 하는 연령대도 종전 60대에서 50대로 낮아지는 추세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심각한 적자 탓에 최근 가입 조건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손실을 보던 실손보험은 2019년 역대급 적자를 기록했다. 실손보험 손해액은 매년 평균 15% 정도 상승하다 2019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20%가량 치솟았다. 의료 이용량 증가로 보험금 청구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을 자주 가지 않는다면 4세대 실손보험이 가격을 할인해 주니, 확실히 유리한 것은 맞다"며 "병원을 자주 이용하려는 사람은 기존 실손이나 표준화 실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는 무조건 옛날 보험이 좋다고 권한다"며 "소비자들도 크게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 보험에서 보장한다고 했던 것들에 새 보험들은 조건이 계속해서 추가되기 마련"이라며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라는 명분은 좋지만, 이전 실손보험이 A~D까지 보장해줬는데 4세대에서 A, B는 보장해주고 C,D는 특약으로 가입해야 한다면 실비를 보장해준다는 실손보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된다"고 했다.

 

 

병원 자주 다니고 비급여 진료 많으면, 기존 실손보험 유지

 

금융위는 4세대 실손보험이 기존 상품과 비교해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전했다. 다만 기존 상품과 4세대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은 갱신주기마다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본인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갈아타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병·의원을 자주 다니면서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좋을 수 있다. 특히 보험사들이 2009년 9월까지 판매했던 실손보험 상품은 고객의 자기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병·의원에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4세대 실손보험에선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같은 진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더라도 고객이 부담하는 돈이 기존 상품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진료(급여 진료)에서 4세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20%다. 기존 상품(10~20%)과 비교하면 최고 10%포인트 높아진다.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진료(비급여 진료)에서 4세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30%다. 마찬가지로 기존 상품(20~30%)과 비교하면 최고 10%포인트 상승한다. 

 

4세대 실손보험은 고객이 직전 1년간 비급여 진료에서 보험금을 얼마나 많이 받았느냐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나눈다. 이 등급에 따라 특약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한다. 만일 비급여 진료에서 받은 보험금이 전혀 없다면 특약 보험료를 5% 안팎으로 할인받는다. 

 

비급여 진료에서 받은 보험금이 300만원 이상이면 특약 보험료가 300%까지 오른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병원별로 비급여 진료비를 얼마나 받는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고객이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때 까다로운 요건을 적용한다. 도수치료를 열 번 받을 때마다 초음파 검사 등으로 증상이 좋아졌다는 점을 확인해야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도수치료의 연간 보장 횟수는 50회, 보험금 한도는 350만원으로 기존 상품과 같다. 4세대 실손보험은 고객이 영양공급이나 피로해소를 목적으로 영양제나 비타민제를 받았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예컨대 감기 환자가 이른바 ‘신데렐라 주사’(약품명 지씨치옥트산주)를 맞는다면 보험금 지급에서 제외한다.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4세대 실손보험의 평균 보험료는 1만1982원이다. 기존 실손보험과 비교하면 보험료가 10~70% 저렴하다. 앞으로 4세대 실손보험과 기존 상품의 보험료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오래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나이가 들어 병·의원을 자주 찾는 연령대가 됐을 수 있다. 이런 고객은 새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불리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을 적게 이용하고 소득이 줄어든 가입자는 갈아타기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는 생보사는 삼성·한화·교보·흥국·NH농협생명이다. 반면 미래에셋·동양·ABL생명은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포기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실손 보험 가입자는 병원 이용이 늘어날 시기이기 때문에 기존 보험을 유지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며 “다만 기존실손의 보험료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병원을 적게 이용하고 소득이 줄고 있는 가입자는 갈아타기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병원을 적게 이용한다면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질환은 4세대 실손도 보장이 되는 데다 기존실손을 제외한 나머지 실손도 자기부담금은 있다”며 “치료비가 많이 드는 질환의 진단비와 치료비를 암 보험 등 다른 보험으로 보장받고 있다면 갈아타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40세 남성 기준 4세대 실손보험의 평균 보험료는 1만1982원으로 기존 실손보다 보험료가 10~70% 저렴하다. 보험료 격차는 점점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 보험사는 기존의 실손보험료를 인상했다. 올해 기존실손은 평균 17.5~19.6%, 표준화실손은 11.9~13.9%씩 보험료가 올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10%씩 보험료가 인상될 경우, 기존실손에 가입한40세 남성의 월 보험료(2019년 기준)는 3만8237원에서 60세 25만7239원, 70세 66만7213원까지 오르게 된다.   

 

4세대 실손은 신규 가입할 수도 있고,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갈아탈 수도 있다. 가입한 보험 대리점이나 설계사에게 직접 연락하면 간편하게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별도 심사는 없다. 전환 후 6개월 안에는 전환을 철회해 다시 예전 보험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 실비혜택 꼼수 여전


백내장은 수정체가 회백색으로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일상생활을 하기 불편하면 수술을 통해 본인의 수정체를 적출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한다. 이때 인공수정체는 일반 단초점렌즈와 렌즈 표면에 굴절을 만들어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볼 수 있도록 한 다초점렌즈 두 가지가 있다.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20만 원 내외에 그친다. 하지만 다초점렌즈 수술을 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양쪽 수술에 800만 원을 받는 곳도 있지만 한쪽에만 500만 원 넘게 받는 안과도 있다. 양쪽 모두 수술을 받을 때 1000만 원이 넘을 수 있는 것이다.

 

백내장 치료를 위한 다초점렌즈 삽입술의 경우 실비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시술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병원 진료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이 문제로 보험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비보험으로 인한 높은 손해율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비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다초점렌즈 삽입술의 경우 몇 년전부터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보험업게서 충분히 심각한 문제로 인지되어왔고 병원의 상술과 얌체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해왔지만 서로 눈치만 살피며 개선되지 않고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업계가 소통해 이로 인한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검사비용까지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시술도 당일 입원 처리해 실비보험 혜택을 받으면 큰 돈 들이지 않고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이 시술에 대한 명확한 보험혜택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치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편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 시술을 두고 소개 영업을 부추기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일부 병원은 치료비를 더 높여서 부과하는 꼼수까지 부리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치료비를 더 높게 책정해 부과해도 어차피 실비보험 혜택을 받게 되니 문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강요하는 실정이다.

 

물론 아프면 정당한 진료비를 지불해 치료를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실비보험은 치료비가 적지 않은 금액일 경우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실손보험을 가입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실비보험을 이용하려는 얌체 병원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대한안과의사회 관계자는 “왜곡된 실손보험 청구는 일반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을 부추기고,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 건강을 악화시키며, 묵묵히 소신 진료를 하는 대다수 안과의사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학회 회원들에게 백내장수술 보험사기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내부단속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초점렌즈가 단초점렌즈에 비해 항상 좋은 것일까. 수술 받기 전에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 백내장 수술은 자신의 수정체를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다. 사람의 수정체는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하면서 가까운 곳과 먼 곳을 골고루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초점렌즈는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그 대신 눈에 들어오는 빛을 분산시켜서 대략 반쯤은 멀리 보는 데 쓰고 나머지 반은 중간거리나 가까운 거리를 보는 데 쓴다. 사람의 수정체처럼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다초점렌즈는 ‘전체적으로 적당히 보는’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대만큼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 점을 호소하거나 빛 번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생기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40, 50대 백내장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0대 백내장 수술 건수는 2015년 6만4696건에서 2019년 12만2388건으로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40대 수술 건수 역시 2015년 1만8238건에서 2019년 2만7430건으로 50%가량 늘었다.


그 이유로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눈의 혹사 등 환경적인 요인이 꼽힌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도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다초점렌즈 수술을 받기 위해, 백내장이 심하지 않아도 관련 수술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다초점렌즈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걸 검토해야 한다. 환자 부담뿐 아니라 일부병원들의 무리한 수술 행위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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