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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4차 대유행 … 백신 접종률 제고 외엔 ‘백약이 무효’
  • 설동훈 기자
  • 등록 2021-07-12 17:56:47
  • 수정 2021-07-13 23: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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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확보, 확산 저지 관건 … 해외 접종자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도 재고해야

12일부터 수도권 지역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들어갔다. ‘K-방역’을 내세우며 방역 모범국임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수도권 지역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황급히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돌입한 것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기하급수적 폭증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6월말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30%에 육박하자 7월부터 모임 인원을 4인 이하에서 6인 이하로 완화하고 하반기부터는 전국 초중고교의 전면 등교수업을 시작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물론 상당수의 전문가들 낮은 백신 접종률과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볼 때 규제 완화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정부는 낙관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민들 사이에 방역 긴장감이 떨어진 가운데 해열효과도 있어 다양한 식중독 질환에도 많이 사용된다. 또 변이 전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2.7배에 달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되고 2차까지 완료한 백신 접종률이 적정 수준(50%)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섣불리 방역을 완화한 것이 바이러스 확산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결국 정부가 꺼내 들었던 거리두기 완화는 시행해보지도 못한 채 20~30대 국민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야간 활동제한’(1980년대 이전의 야간통금)이라는 새로운 생활을 경험하게 됐다. 


이번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은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세에 따른 것으로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전문가들은 낮은 백신 접종률이 가장 큰 몫을 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백신 도입 계약을 서둘렀다면 지금 같은 확산은 피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지적은 백신접종 모범국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백신 보급률과 접종률에 따라 극명한 갈림길을 걷고 있다. 백신 속도전에 성공한 나라는 코로나 불황에서 빠르게 탈출하며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 반면 그러지 못한 나라는 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백신접종 모범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경우 인구 70%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48%에 근접해 사실상 집단면역을 달성했다. 대다수 주는 백신 접종자의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침을 해제했다. 또 대부분의 주정부와 대도시들은 공공·상업 시설을 100% 재개장했고 각 기업도 속속 대면 출근을 재개하는 상황이다. 


유럽에서 백신 보급이 가장 빠른 영국은 일상을 가장 먼저 회복하고 있다.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은 성인 비율이 72.5%에 달한다. 영국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렸던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도 4월 이후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봉쇄 조치를 하나둘 완화해 일상을 되찾고 있다. 


EU에서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32%를 상회하고 있다.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63%가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사실상 집단면역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단계적으로 봉쇄를 완화했으며 6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방역 지침을 없앴다. 


반면 모범 방역 국가로 찬사를 받았던 대만은 백신이 부족해 ‘백신 지각생’이란 소리를 들으며 최근 나락에 빠졌다. 지난해 2월 첫 코로나 환자 발견 이후 줄곧 확진자가 1000명대에 그쳤던 대만은 최근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며 상황이 돌변했다. 빈틈없는 방역을 한다고 자부했음에도 백신 접종률이 전체 인구의 1%대에 그친 탓에 확진자 급증 사태를 빚고 있는 셈이다. 


대만과 더불어 모범 방역국으로 꼽힌 베트남 역시 백신 접종률이 1%대에 그치는 바람에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베트남 호찌민 지역 주민들의 경우 식료품 구입 및 병원 방문 외에는 한시적으로 집 밖 외출을 통제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주는 지역 봉쇄령을 내리고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에서 필수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태국은 수도 방콕 등 10개 지역에 한시적으로 심야 통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말레이시아도 야간 통금조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고강도 방역 조치만을 믿고 백신 보급을 서두르지 않았던 방역 모범국가들이 코로나19와 델타 변이 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의 백신 접종률은 3.9%, 호주 26.2%, 말레이시아 22.3%, 태국은 12.6% 정도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차 접종률은 인구 대비 30.4%, 접종 완료자는 11.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도입 예정인 백신은 1000만회분에 불과하다. 백신 부족으로 접종 공백이 발생하며 코로나19가 확산할 틈이 벌어진 셈이다.


최근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와 화이자 ‘백신 스와프’를 체결한 것도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스라엘로부터 화이자 백신 70만회 분을 들여와 국민들에게 접종하고 국내 백신 수급에 여유가 생기는 9~11월에 돌려줄 계획이다. 이들 백신은 수도권 확산세를 우려, 우선 34만회분은 서울과 경기도 등 지자체 백신 자율 접종에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확진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0~30대 대다수가 백신을 아직껏 한 차례도 맞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 연령대의 1차 접종률은 20대 10.5%, 30대 20.5%에 불과하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인다고 밝히고 있으나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월 현재 국민들은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확진자의 증가세가 현재는 수도권에 한정돼 있지만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여름 휴가철은 인구 이동이 많아 코로나19가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차례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확산세도 전문가들이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델타 변이는 감염력이 높은데다 기존 백신에 내성도 갖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 감염자의 특징이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일반 감기와 유사해 콧물 또는 목 통증, 재채기를 동반하는데 비염 환자와 구분이 어려워 젊은층의 경우 델타 변이에 감염돼도 자신의 감염 여부를 모른 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은 백신수급과 접종률이 한참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와 일상으로의 복귀에만 매몰된 사이에 터져 나왔다. 이로 인해 전 국민적인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참여로 한 때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모범국가로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이 이제 외신에서조차 ‘백신 최빈국’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코로나 위험국가가 돼버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재앙과도 같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 교환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백신의 확보에 주력해 전 국민에 대한 접종률을 단 시간 내에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시행은 필요하지만 거리두기만으로는 확산 저지에 한계가 있고 백신의 접종률을 높이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외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조치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재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직계가족 방문 등 목적으로 입국하는 경우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하는 백신에는 예방효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중국산 백신 ‘시노팜’ ‘시노백’까지 포함돼 있다. 이들의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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